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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프로포폴' 재활용 죽음 불러, 오·남용 심각

[이브닝 이슈] '프로포폴' 재활용 죽음 불러, 오·남용 심각
입력 2015-10-23 18:01 | 수정 2015-10-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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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수면 마취제로 사용되는 <프로포폴>은 일명 '우유 주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남용돼 오다, 이제는 마약류로 분류돼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데요.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 중에 쓰고 버린 이 약을 쓰레기통에서 다시 꺼내 재사용하다 적발됐습니다.

    수술 환자가 숨지면서 들통난 건데요.

    먼저 사건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프로포폴 재활용, 결국 사망사고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간호사가 지방이식수술을 받는 20대 여성에게 수면 마취제 프로포폴을 투여합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수술 뒤 패혈성 쇼크에 빠졌고 대형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이틀 만에 숨졌습니다.

    [피해자 어머니]
    "제 속을 누가 알겠어요. 생때같은 애가 집에 잘 있다가 3일 만에 갔는데…"

    이보다 사흘 전, 이 병원에선 같은 수술을 받던 중국인 환자가 같은 증세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경찰조사에서 해당병원 간호조무사는 당시 쓰레기통에 버려진 프로포폴 병 3~40개에서 남은 약을 모아서 투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를 입건했습니다.

    [강윤석/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수사팀장]
    "재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남아있는 잔량들을 모아서 재사용하는 바람에 감염돼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오염된 프로포폴 때문에 패혈증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감정의견을 냈습니다.

    식약처는 프로포폴은 개봉 후 바로 투여하고, 남은 약품은 오염 가능성이 있어 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로포폴 제조사]
    "콩 성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요, 쉽게 부패할 수 있는…부패한 게 몸에 들어가게 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라든가…"

    실제로 지난 2009년 부산에서도 쓰다 남은 프로포폴을 투약하면서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프로포폴 같은 마취제로 인한 사고가 매년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마취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지난 5년간 여든 명이 넘는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보도 영상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5년간 마취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82명, 한해 16명꼴입니다.

    전신마취를 할 때는 이전에 마취할 때기도 삽관이 어렵진 않았는지, 알레르기가 있지는 않는지 미리 의료진에게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시경이나 성형수술을 할 때 하는 수면 마취도 비교적 안전하다 생각되지만 전체 사망자의 4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대부분이 프로포폴을 투여 받던 중 호흡이 멈춰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순간적으로 프로포플이 적정량 이상으로 들어가면 숨이 멈출 수 있는데 이때 인공호흡 같은 응급처치를 곧바로 해주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또 수면마취 사고의 대부분은 마취 전 환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산소 공급이나 감시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원에서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앵커 ▶

    그럼 프로포폴은 어떤 의약품인지, 또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프로포폴은 '우유주사'라고도 부르던데 색깔 때문에 그런 건죠?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색이 우유처럼 희다고 해서 일명 우유주사로 부른 건데요.

    프로포폴은 수면 마취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입니다.

    검진받을 때 수면내시경을 하거나 지방흡입 등 성형수술을 할 때 주로 마취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토 같은 부작용이 적고, 다른 마취제보다 회복시간도 빨라 투약 후 일상생활에 복귀하기 쉽다는 이유로 환자나 의료계에서 선호해왔는데요.

    국내에서는 지난 1992년에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돼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마이클 잭슨이 프로포폴 과다 복용 등의 이유로 사망한 뒤 프로포폴의 위험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국내에서도 프로포폴의정신적 의존성이 확인되면서 지난 2011년 2월부터 향정신성 의약품, 즉 마약류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일부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여다가 적발되는 일도 있었죠.

    이번엔 프로포폴이 어떤 부분 때문에 위험한지 살펴보겠습니다.

    프로포폴은 투약 이후 사람에 따라 잠을 푹 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2000년대 강남 일대에서 피로회복제나 불면치료제 약물로 유행을 했는데, 이렇게 반복해서 투약할 경우 중독성이 생겨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무호흡 증상에 혈압이 떨어지면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건데요,

    프로포폴 복용으로 사망에까지 이른 사건들,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 리포트 ▶

    세계적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지난 2009년 그의 죽음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프로포폴 과다 복용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한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가 숨지기 전 프로포폴에 취한 상태에서 남긴 목소리가 공개되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죠.

    [마이클 잭슨]
    "관객들이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프로포폴 투약 후 과다 복용 등으로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 6월에는 경기도 동두천의 한 성형외과 실장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해에는 광주의 한 성형외과 직원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여하다 숨진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이런 보도를 통해 프로포폴의 위험성이 이제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이 약물의 오남용 실태는 심각합니다.

    이번엔 프로포폴 관리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프로포폴을 불법투약하다 적발된 사람이 그동안 꽤 많았죠?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그렇습니다. 재작년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재작년 10월까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107명에 달합니다.

    수면내시경 검사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투약하거나, 병원에서 약물을 훔쳐 프로포폴을 맞은 사례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의사나 간호사 등 프로포폴을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의료진이 스스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들을 보도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 리포트 ▶

    [프로포폴 2년간 548번 투약한 40대 男]

    46살 김모씨가 프로포폴에 중독된 것은 지난 2011년.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처음 마취제를 맞은 다음부터입니다.

    김씨는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전국의 병원을 돌며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급기야 어떤 날은 보이는 병원마다 들어가 하루 7번의 내시경 검사를 자청했습니다.

    2년 동안 310개 병원에서 투약받은 '프로포폴' 등 수면 마취제는 548회.

    휴일을 빼면 이틀에 한 번꼴로 내시경 검사를 받은 셈이지만, 어느 병원도 이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프로포폴 훔치다가 적발]

    지난달 18일 자정쯤, 경기도 남양주의 한 병원 수면내시경실에 한 남성이 몰래 들어갑니다.

    33살 서모씨는 병원에서 프로포폴 25병과 일회용 주사기 3개를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조사결과 평소 불면증에 시달리던 서씨는 프로포폴을 투약하면 잠을 잘 수 있을 것으로 보고프로포폴을 훔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형외과 간호조무사, 프로포폴 빼내 투약]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입니다. 이곳에서 20대 여성 한 명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의 핏자국을 수상히 여기고 여성의 가방을 수색해 프로포폴과 주사기를 찾아냈습니다.

    이 여성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26살 오 모 씨였습니다. 수술에 쓰고 남은 프로포폴을 몰래 빼내 자신의 몸에 투약한 뒤, 의식을 잃은 겁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프로포폴 관리 실태를 볼까요?

    프로포폴은 2011년부터 마약류로 관리되면서 병원에서 약품 사용기록을 남겨야 하는데요.

    하지만 이 약품을 몰래 훔치거나 일부러 빼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병원에서 도난당한 프로포폴 주사제는 모두 1천 7백여 개로 집계됐는데요.

    특히 이 중 90%가 넘는 1천 6백여 개는 강남의 특정 성형외과에서 사라져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일부 병원에서는 프로포폴을 수십만 원씩 받고 불법투약하며 돈벌이로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재작년에는 1박 2일간 프로포폴을 놔주는 일명 포폴데이를 운영하다 적발된 곳도 있었습니다. 당시 보도 영상 보시죠.

    ◀ 리포트 ▶

    검찰에 적발된 서울 강남의 피부과와 성형외과 3곳은 프로포폴 주사를 불법으로 놔주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주로 유흥업소 여성들을 대상으로 지방분해술 같은 미용 시술을 빙자해 프로포폴을 쉽게 투약해 주다 보니 수면마취 전문병원으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아예 병원 문을 닫고 단골 중독자들만 모아 1박2일 동안 프로포폴만 놔주는 이른바 '포폴 데이'까지 운영했다고 검찰이 밝혔습니다.

    원가가 몇천 원에 불과한 프로포폴 한 병을 투약해 주고 10만 원씩이나 받았습니다.

    이같은 불법 투약으로 병원 한 곳이 챙긴 돈은 확인된 것만 수억 원에 이릅니다.

    반면 심각하게 중독된 일부 유흥업소 여성들은 빚쟁이로 전락했습니다.

    [박성진/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1인당 평균 수억 원을 프로포폴 투약대금 비용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대부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 앵커 ▶

    최근에는 프로포폴에 이어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의약품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성분이나 작용이 프로포폴과 비슷한데 아직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김대호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프로포폴과 비슷한 성능의 '에토미데이트'이라는 의약품인데요.

    최근 인천지방검찰청은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려 시중에 고가에 팔아넘긴 혐의로 46살 안모씨 등 폭력조직원 2명과 유통책 1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안씨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약품 도매상을 통해 에토미데이트 5만 mL에 해당하는 앰플 5천 개를 빼돌려 유흥업소 여성들에게 팔아 4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에토미데이트가 아직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투약자에 대한 처벌 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에토미데이트 성분도 프로포폴과 마찬가지로 오남용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Q. 에토미데이트 위험성은?

    [김덕경 교수/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에토미데이트는 한 번만 사용하더라도 우리 몸에 있는 면역 기능을 많이 떨어뜨리게 되고 그래서 전신마취 때도 사실은 이제 아주 심혈관계가 기능이 저하된 환자나 아니면 폐혈증 환자나 이런 쪽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래서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수면마취 때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하는건 아직 안정성 자체도 입증이 안 됐고 또 약제 자체가 갖는 그런 부작용 때문에 추천되지도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Q. 에토미데이트 관리는?

    [김덕경 교수/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런 종류의 마취제는 다 심리적인 의존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면오남용의 위험성 역시 크다고 생각합니다. 에토미데이트가일반적인 시술이나 수술 때 수면마취제로 광범위하게 선택된다면 에토미데이트 역시 향정신의학품으로 지정돼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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