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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칼부림에 성폭행' 한국 교회 자정능력 있나?

[이브닝 이슈] '칼부림에 성폭행' 한국 교회 자정능력 있나?
입력 2015-10-26 18:00 | 수정 2015-10-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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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나흘 전 서울의 한 교회에서 목사끼리 칼부림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목사 모두 중태에 빠졌는데요.

    먼저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도내용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교회 앞마당에 차를 세운 한 남성, 트렁크에서 꺼낸 서류 봉투를 들고 들어갑니다.

    봉투가 묵직해 보입니다.

    앞서가는 사람은 같은 교단 68살 황 모 목사.

    뒤따라가는 이 교회 담임 47살 박 모 목사를 만나러 온 겁니다.

    그런데 1시간 뒤, 박 목사가 피투성이가 된 채 걸어나오더니 벽에 기댄 채 쓰러집니다.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수습하는 사이 황 목사도 피가 밴 붕대를 감고 나옵니다.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이던 중 황 목사가 갑자기 봉투에서 길이 28센티미터 흉기를 꺼냈고 이어 난투극으로 이어졌던 겁니다.

    [목격자]
    "갑자기 '우당탕' '으악' 비명소리가 나기에 깜짝 놀라 뛰어올라간 거죠. 누운 상태로 실랑이를 하고 (있었어요.)"

    박 목사는 가슴과 배,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고 11시간에 이르는 수술을 받았고, 흉기를 준비한 황 목사도 크게 다쳤습니다.

    ◀ 앵커 ▶

    칼부림을 벌인 두 목사는 최근까지 한국 개신교 중 규모가 가장 큰 교단에 속해 있었습니다.

    가해자인 황 모 목사는 그 교단의 총무까지 역임했었는데요.

    교계의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가 왜 이런 칼부림까지 벌였는지, 사건의 내막을 이혜민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등록돼 활동하고 있는 개신교 교단의 수는 모두 118개입니다.

    또 등록된 목사의 수는 14만 명에 달하는데요.

    전 세계 개신교단이 145개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좁은 한반도 땅에 거의 대부분의 교단이 들어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 이렇게 많은 교단 중 규모가 큰 곳은 어디일까요?

    네, 역시 문체부의 자료를 보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큽니다.

    교단 명칭이 상당히 길죠? 줄여서 보통 '예장 합동'이라고 부르는데요,

    1만 개가 넘는 교회에 신도 수는 295만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개신교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줄여서 '예장 통합'으로 부르는데,
    교회 수는 8천 개 정도, 신도 수는 280만 명 정도 됩니다.

    세 번째로 큰 교단은 <기독교 대한 감리회>로 교회 수는 6천여 개, 신도 수는 15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흘 전 교회 안에서 끔찍한 칼부림을 벌인 목사 2명은 모두 한국 개신교의 최대 교단인 '예장 합동' 소속의 목사였습니다.

    심지어 가해자인 황 목사는 지난 2011년부터 작년 9월까지 3년 동안 교단의 총무를 역임하기도 했는데요.

    한 기독교 관계자에 따르면 회장과 부회장은 명예직이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교단 총무가 사실상의 '1인자'라고 합니다.

    그럼 이렇게 실세 중의 실세였던 황 목사가 왜 동료 목사에게 흉기를 휘두르게 됐을까요?

    두 사람의 악연은 4년 전, 총무 선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크게 다친 박 목사는 선거에 출마한 가해자 황목사의 오른팔 역할을 했었다고 합니다.

    황 목사의 선거자금으로 3천만 원을 마련해주기도 했고, 선거 운동을 하면서 교단 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황목사 대신 돈 봉투를 뿌리기도 했다는 게 박 목사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황 목사는 정작 교단 총무에 당선된 뒤, "선거를 도와주면 총회의 각종 사업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박 목사는 주장합니다.

    화가 난 박 목사가 "황 목사의 지시로 돈 봉투를 살포했다"며 금권 선거를 폭로하면서 두 사람은 철천지원수가 됐는데요.

    이후에도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두 사람은 최근 한 비리 교회의 재산 50억 원을 두고 다시 대립하게 되면서 앙심을 품게 됐고, 결국 나흘 전, 황 목사가 박 목사를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겁니다.

    ◀ 앵커 ▶

    가해자인 황 목사는 교단 총무 시절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단 총회에 용역을 동원하는가 하면 가스총을 들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는데요,

    당시의 보도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3백만 명의 신자가 소속된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의 총회 현장.

    단상에 선 남자가 갑자기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듭니다.

    [황 목사/당시 교단총무]
    "저는 지금 총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교단 대표 목사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는 와중에, 선출된 대표 목사의 유흥업소 출입의혹이 제기됐고, 대표 목사를 지지하는 총무 목사가 신변을 보호하겠다며 용역을 동원한 데 이어 가스총까지 집어든 것입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용역 동원에 가스총, 그리고 칼부림까지.

    어떻게 이런 사람이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의 총무가 될 수 있었을까요?

    황 목사는 과거에도 존속 폭행으로 자격 시비가 벌어진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목사의 자질 논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교단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목사가 되려면, 대학교 4년에 신학대학원 3년, 그리고 전도사 경력 2년까지 모두 9년의 과정을 마친 뒤, 목사 시험을 보게 됩니다.

    목사 지원자의 인성이나 전과 여부에 관계없이 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목사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런 정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목사로 활동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앵커 ▶

    그럼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저희 취재팀이 직접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유향목]
    "우리 보통 시민들이 생각하기에는 종교인으로서 자격 미달이고, 그런 분들이 종교를 갖고, 목회를 한다는 것은 의미도 없고, 또 사람들이 믿을 수도 없고…."

    [이미숙]
    "많은 사람들이 상처가 될 것 같아요, 그런 일이 생기면. 성직자시고, 많은 성도들도 있는데…"

    [양병식]
    "일반인도 보통 그렇게 하면 안 좋게 생각하는데 더구나 성직자인 목사라는 직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오정석]
    "목사가 될 수 있는 기준을 좀 엄격하게 만들어야 될 것 같고요. 문제가 생기는 목사님들은 종교단체에서 제외시킨다거나, 다시는 종교활동을 못 하게 하는 그런 법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앵커 ▶

    문제는 종교 지도자인 교회 목사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달에는 일흔이 다 된 노목사가 신도의 자녀들을 성폭행하는가 하면, 수십억대 헌금 횡령사건과 보험사기 사건에 연루된 목사도 있었는데요.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69살 안모 담임목사는 지난 3월부터 교육청 허가도 없이 교회 내에 영어 교습소를 열었습니다.

    월 30만 원의 수강료를 받았고 교인들의 중고생 자녀 20여 명이 모였습니다.

    문제는 안 목사가 유독 여학생들만 골라 자기 사무실로 따로 부른 것.

    처음에는 어깨를 토닥거리거나 쓰다듬는 정도였지만 신체 접촉은 점차 노골적으로 변했고 결국 성폭행으로 이어졌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공부를 잘할 수 있게 하나님 기를 받게 해 주겠다"는 안 목사 말만 믿고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
    "목사한테 순종하는 기본적으로 그런 게 있더라고요. '목사님…' 하면서 따르고, 처음에는 정말로 기도해주는 건가 보다 하고…"

    피해 학생은 모두 4명, 석 달 넘게 계속됐던 안 목사의 범행은 이를 견디다 못한 한 여학생이 부모에게 털어놓으면서 끝이 났습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선교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계시라고요."

    방에서는 한 남성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선교원 목사 61살 오 모 씨.

    자신이 한의학 박사 출신으로 20년 넘게 한의원을 운영한 대학교수라고 홍보했습니다.

    6년 동안 환자 2천 8백 명이 몰렸고, 수수와 현미 등으로 만든 일명 '곡식환'을 10억 원어치 넘게 팔았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오는 사람마다 진맥 다 보던데요. 처방하는데 내 약이나 다른 사람 약이나 똑같더라고요. 증세가 다 다른데도."

    하지만 오 씨는 한의학 박사는커녕, 한의사 면허조차 없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서 교회를 운영하는 박모 목사는 렌터카에 신도 3명을 태우고 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습니다.

    보상 액수가 가장 높은 렌터카 특약보험에 가입했던 박 목사와 신도들은 보험사로부터 518만 원을 받았습니다.

    박 목사는 당시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고의로 일으킨 사고로 드러났습니다.

    박 목사 일당은 지난 4년 동안 교통사고 19번에 보험금은 6,700만 원을 타냈습니다.

    서울의 한 건물 공사장.

    4년 전 완공됐어야 할 대형 예배당은 골조만 세워진 채 공사가 중단된 상태.

    7년간 금융권 대출만 950억 원,

    여기에다 교인들의 집 등을 담보로 80여억 원을 더 빌렸는데 이것조차 갚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인]
    "(집 담보로 빌려주는 건) 안 한다고, 건축헌금을 냈으니까 우린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근데 목사님이 전화 오고 3개월만 빌려쓴다고 하니까 해준 거예요."

    빚이 이렇게 쌓이는데도 해외선교 목적이라며 캄보디아 땅 450만 평을 63억 원에 사들이는가 하면 퇴직하는 담임목사의 위로금으로 30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경기도 부천의 한 교회.

    출석 교인 5천 명에, 1년 헌금액은 60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교회는 빚이 150억 원이나 쌓여 지난달 법원에 회생 신청을 냈습니다.

    [교인]
    "재정에 대한 것을 '목사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하면 '그분 교회 못 나오게 해라' 많이 쫓겨났죠."

    검찰도 윤 목사가 최근 3년 동안 29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에 넘겼습니다.

    ◀ 앵커 ▶

    지금까지 보신 여러 사례들은 사실 일부 목사들의 개인적인 비리로 개신교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고 모범이 되야할 성직자가 자꾸 손가락질 받는 모습을 보여 주고, 교계에서 스스로 자정이 되지 않는 현재의 모습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목사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 한 기독교 단체의 진단과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양희송/청어람아카데미 대표]
    "교단 총회가 선거 관련해서 상당히 좀 과열된 양상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가 좀 극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다, 개신교계로서는 좀 심각하게 반성할 일이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2년 후면,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게 됩니다. 종교는 부패하게 되면 내부로부터 개혁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죠. 교회 내에서 우리가 보는 부정과 부패의 문제에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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