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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올해만 10명' 필리핀서 한인 또 피살, 대책은?

[이브닝 이슈] '올해만 10명' 필리핀서 한인 또 피살, 대책은?
입력 2015-11-02 17:32 | 수정 2015-11-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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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필리핀에서 무장조직에 의해 납치됐던 70대 한국인이 지난 주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필리핀에서 이렇게 한국인이 계속 희생되고 있는데, 우리 국민을 보호할 뾰족한 대책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한국인 소식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필리핀서 피랍 70대 한국인, 숨진 채 발견]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인다닌에서 현지시간 어젯밤 10시 반쯤 70대 한국인 홍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현지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홍 씨의 시신은 자루에 담긴 채 길가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부검을 실시한 필리핀 경찰은 총상 등 타살 흔적은 없었으며, 질병으로 숨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홍씨는 지난 1월 민다나오 섬에 있는 아들의 집을 방문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무장 괴한들에게 끌려갔습니다.

    납치범들은 홍씨의 몸값으로 처음에 5억 페소, 우리 돈 120억 원을 요구했다가 홍씨가 병에 걸려 몸이 허약해지자 요구액을 대폭 낮췄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 ▶

    이번 사건이 일어난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섬 일대는 중앙 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해 치안이 불안한 지역입니다.

    지난 1월에도 50대 한국인 사업가가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보름 만에 풀려나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필리핀은 수 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죠,

    남부에 위치한 민다나오 섬은 이 가운데서도 비교적 큰 섬에 속하는데요, 수도 마닐라와는 7백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74살 홍 모 씨는 열 달 전인 지난 1월 24일, 민다나오섬 <수라바이>에서 귀금속상을 하고 있는 아들을 방문했다가 집에 침입한 괴한들에 의해 납치를 당했는데요.

    지난 토요일 밤, 민다나오섬 남동쪽으로 떨어져 있는 <술루>주의 <파티쿨> 마을 도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납치된 홍씨가 고령의 나이와 질병 등으로 숨지자, 납치범들이 시신을 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민다나오 섬과 그 일대의 작은 섬을 포함한 민다나오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 교민은 약 4천 명 정도인데, 대부분 은퇴 이민자와 자영업자 등입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필리핀 중앙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해 치안이 매우 불안하다는 점입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인 '알-카에다'는 물론, 'IS'와도 연계돼 있는 <아부 사야프>를 비롯해 여러 무장 조직이 이 지역의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납치, 살해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홍씨를 납치한 조직이 바로 이 <아부사야프>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9월, 캐나다인 2명 등 외국인 4명을 납치한 것도 아부사야프로 추정됩니다.

    지난 1월에도, 50대 한국인 사업가가 이 지역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보름 만에 풀려나기도 했는데요.

    우리 외교부는 올해 1월, 이 지역 전체에 대해 여행금지에 준하는 특별 여행경보를 내렸습니다.

    ◀ 앵커 ▶

    올해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피살된 건 이번 사건을 포함해 벌써 10명째입니다.

    한국인 남편과 함께 피살된 중국 동포 부인을 합치면 11명이 피살된 셈인데요.

    그동안 있었던 사건을 보도내용을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필리핀 커피점서 한국인 여성 피살]

    필리핀 마닐라 수도권의 한 커피점.

    박 모 씨가 무심코 이 커피점에 들어섰다가 이곳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던 괴한을 만났습니다.

    당시 괴한은 권총으로 종업원 등을 위협해 금품을 털고 있었고, 박 씨를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려다
    반항하자, 권총으로 쏴 숨지게 한 뒤 박 씨의 휴대전화와 훔친 금품을 갖고 달아났습니다.

    [60대 은퇴 이민 부부, 필리핀에서 피살]

    필리핀 마닐라 남쪽 외곽에 있는 카비테주의 한 주택에서 60대 한국인 나 모 씨 부부가 총격을 받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한국인 부부는 은퇴 후 노후를 보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동활/필리핀 112 대표]
    "케손 지역에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라서 재력이 있는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은 강제 침입이 없는 점을 근거로 면식범의 범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60대 교민 총격 피살, 원한 관계 추정]

    교민 사업가 61살 박 모 씨와 지인이 있던 사무실에, 괴한 1명이 들어왔습니다.

    [홍덕기 영사/주필리핀 한국대사관]
    "Who is Mr. Park?(박씨가 누구입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돌아가신 피해자가 손을 드니까 즉시 그냥 총을 발사한 거죠."

    현지 경찰은 괴한이 박 씨를 지목해 총격을 가한 점으로 미뤄 원한이나 이권에 얽힌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 부부 또 피살]

    필리핀 카비테 주의 아마데오 마을에서 50대 한국인 남성과 40대 중국 조선족 부인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범인이 창문을 깨고 들어가 집을 뒤진 흔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대식 영사/주 필리핀 한국대사관]
    "원한보다는 단순 금품을 노린 강도의 소행이 아니겠느냐 저는 그렇게 판단하는데…"

    ◀ 앵커 ▶

    필리핀은 매년 우리나라 관광객 120만 명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여행지입니다.

    또 이민이나 사업, 또 유학 등의 이유로 장기 체류하는 국민도 9만 명에 달하는데요.

    문제는 한국인 장기 체류자들이 범죄 집단의 표적이 되고 있고, 관광객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인데요.

    계속해서 김대호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김대호 아나운서 ▶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 숫자부터 살펴보면, 2013년에 12명, 2014년엔 10명이었고, 올 들어서도 지금까지 벌써 10명이 희생됐습니다.

    해외에서 살해돼 목숨을 잃은 우리 교민의 40%가 필리핀에서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올해 발생한 피살 사건만 다시 들여다볼까요?

    수도 마닐라와 그 주변 도시에서 가장 많은 피살사건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 가운데 <루손섬> 남부 지역에서 한국인 형제가 다투다 형이 동생을 총으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한국인 교민이나 사업가가 필리핀 범죄자나 조직에 피살당한 사건인데요.

    지난 2년 동안 필리핀에서 숨진 한국인 20명 중 15명이 장기 체류자였습니다.

    문제는 이런 살인범들이 대부분 검거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발생한 사건만 봐도 9건 중 범인이 밝혀진 건 74살 홍 모 씨를 포함해 4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범인이 누구인지조차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청부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또 지난 2013년과 2014년, 한국 국민 25명이 필리핀에서 살해됐는데, 범인이 검거된 건 8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살 사건과 범인 검거 건수를 비교해봐도 현저하게 낮습니다.

    ◀ 앵커 ▶

    필리핀에는 '마사랍 코리안'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맛있는 한국인'이라는 뜻인데요, 청부 살해나 인질 납치 등의 범죄에 우리 국민이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는 얘기이죠.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불안한 치안에 한국인 범죄 표적]

    필리핀에선 한국인들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데다, 은퇴청 지정 은행에 1만에서 5만 달러만 예치하면 은퇴 비자를 받을 수 있어, 노후를 필리핀에서 보내려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괴한의 총격으로 인한 사망 사건 대부분이 수도인 마닐라 부근에서 발생했을 만큼, 필리핀의 치안력이 허술하고 100만 정의 불법 총기가 유통될 만큼 총기규제가 부실한 것도 범죄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필리핀 '맛있는 한국인' 겨냥 범죄 되풀이]

    필리핀에서 한국사람들은 돈이 많아서 차림새가 말끔하고, 현금을 갖고 다닌다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조조 산체스]
    "척 보면 알아요. 보면 누가 한국사람인지 알아요. 돈이 많게 생겼거든요."

    살인청부업자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살인청부업자]
    ("5만 페소(우리 돈 120만 원) 주면 (사람을) 죽여줄 수 있다는 거죠? ")
    "사진하고 주소, 거리 약도를 줘봐요."

    법 체계도 허술합니다.

    지문 등록이 없고, 통화 내역 조회나 위치추적이 불가능해 초동 수사부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행범이 아니면 영장청구에 6개월, 판결까지는 길게는 10년 넘게 걸립니다.

    강도 피의자라도 우리 돈 20만 원만 내면 보석으로 다음날 바로 석방입니다.

    [2012년 총격사건 피해자]
    "필리핀 경찰서에 신고를 했지만 아무런 것도 얻지도 못하고 오히려 거꾸로 무고죄로 해서…법이 희한한 거죠."

    [필리핀 내 외국인 도피범, 절반 이상이 '한국인']

    필리핀 경찰이 수도 마닐라 북쪽 앙헬레스의 한 호텔에서 한국인 도피사범 이 모 씨를 체포합니다.

    그동안 호텔 카지노를 운영하며, 한국인 조폭들을 거느리고 이른바 밤의 황제로 군림해 왔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인 도피사범 조 모 씨가 한국송환을 앞두고 감쪽같이 사라져 공개 수배령이 내려졌습니다.

    조씨는 2주 만에 다시 붙잡혔는데 교도관들이 탈출을 도왔다고 털어놨습니다.

    조씨는 현지 경찰과 미리 짜고 자신의 성매매 업소에 한국 관광객을 유인해 단속에 걸리게 한 뒤 억대의 금품을 뜯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저희 취재진은 필리핀에 계시는 교민 한 분과 연락해, 필리핀 현지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전화 인터뷰 내용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Q. 필리핀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많은 이유는?

    [이동활 대표/필리핀 112]

    "처음 와가지고 항상 만나니까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데리고 있는 가정부나 운전기사 그런 사람들한테 자기의 모든 개인적인 문제까지 상의를 하다 보니까 나중에 그 친구들한테 그게 약점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국땅이기 때문에 법이 미치지 않고 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경찰망을 피해갈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허술한 부분도 있으니까 그래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충분한 소지들이 많습니다."

    Q. 한국인 대상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동활 대표/필리핀 112]

    "코리안 데스크라든가 경찰청 영사들이 한국처럼공권력을 바로 (사용해) 이쪽에 있는 범죄자들을 잡아갈 수 있는 그런 힘, 그 힘이 지금 필요합니다.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한국 경찰서 같은 역할을 하는 그런 관공서가 필요합니다."

    ◀ 앵커 ▶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계속 이어지자, 정부는 사건 해결과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초에 있었던 민관합동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이번에는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회의에서 나온 필리핀 관련 치안 대책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주 필리핀 대사관과 휴양지로 유명한 세부 분관에 우리 경찰 4명이 파견돼 있는데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요.

    또 필리핀 경찰 조직에 한국인 대상 범죄만을 전담 수사하는 '코리안 데스크'를 만들고 여기에 우리 경찰 2명이 파견했는데요.

    이 코리안 데스크 설치 지역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 마닐라의 '앙헬레스' 한인타운과 '말라떼' 한인 상가 밀집 지역에 CCTV를 대폭 증설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교민의 차량에 설치할 블랙박스 2백 개 분량의 예산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수배자들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2차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청구 등 도피 사범에 대한 조속한 송환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에는 필리핀 경찰행정부의 '가르보' 차장이 한국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가르보 차장은 한국인 사건이 발생하면 양국 경찰이 최고 수준의 수사를 하고 있다며, 한국인 치안 영사와 정례 회의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범죄 예방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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