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도굴된 문화재를 몰래 팔아온 이른바 '장물아비'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도굴된 유물들을 집안에 10년 이상 숨겨뒀다 공소시효가 끝나면 내다 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데요.
먼저 보도 내용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골동품상이 몰려있는 서울 인사동.
60대 남성이 상자를 들고 카페로 들어갑니다.
도자기를 꺼내더니 매수자와 가격을 흥정하는데, 사복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장물업자 67살 남 모 씨가 팔려던 도자기는 조선 초기 공신들의 인적사항이 적힌 지석으로, 감정가는 수천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또 다른 장물업자 62살 강 모 씨의 집입니다.
거실은 물론 방마다 서화와 다기, 향로 등 조선시대 문화재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조선 중종 때의 보물급 서적, '성리대전 서절요'를 비롯한 조선시대 각종 문화재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최동원/포천시청 학예연구사]
"전체 유물로 따지면, 수십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지난 석 달간 특별 단속으로 되찾은 문화재는 1천 6백여 점.
이순신 장군이 쓴 임진왜란 보고서를 필사한 '장계별책'과, (자체수퍼)신라시대 유적인 임당동 고분에서 나온 유물들도 장물업자 손에 있었습니다.
◀ 앵커 ▶
이처럼 도난당한 문화재를 장물아비들이 십 년 넘게 꼭곡 숨겨 뒀다가 나중에 판매에 나선 이유는
절도죄의 공소시효를 피해가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이 공소시효 제도로 처벌을 면한 문화재 도굴꾼들이 이번 문화재 장물아비 검거에 큰 공을 세웠다는데요.
유선경 아나운서가 그 내막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네. 일반 절도죄의 공소시효는 7년인 반면, '문화재 절도죄'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다시 말해, 문화재를 훔쳤다고 하더라도 10년이 지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긴데요,
하지만 일반 도난물품에 비해, 문화재는 그 가치가 10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문화재는 한번 도난당하면 10년 이상 자취를 감췄다가 수십 년이 지난 뒤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이런 이유로 1985년 이후 지난 30년간 도난당한 문화재 2만 7천여 점 가운데 회수된 건 17%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히 공소시효가 아직 지나지 않은 2008년 이후 도난 문화재는, 1만여 점 가운데 불과 7%만 회수됐습니다.
그런데 '문화재 절도죄'는 공소시효가 지나면 처벌을 할 수 없지만 도난 문화재, 즉 장물을 보관하고 있으면 처벌을 받는 별도의 법이 있습니다.
문화재 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시효가 지난 장물을 은닉하거나 거래한 사람은 처벌이 가능하고,해당 문화재도 압수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 때문에 이번에도 절도범은 처벌할 수 없었지만, 이 문화재들을 가지고 있던 강 모 씨와 사설 박물관장 김모씨는 이 혐의로 입건할 수 있었습니다.
경매나 허가받은 매매업자를 통하면 정당하게 문화재를 소유하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재청이나 지자체가 지정한 문화재이거나, 문화재청에 '도난' 혹은 '유실' 문화재로 등록돼 있거나, 출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기록 등을 인위적으로 훼손한 문화재는, 원소유자 등이 대가를 지불하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전직 도굴꾼들이 자취를 감췄던 도굴 문화재를 회수하는 데
공헌했다는 점인데요.
수십 년 전, 해당 문화재들을 직접 훔쳐냈었지만, 이제는 7, 80대 노인이 된 전직 절도범들이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을 면하게 되자 범인 검거에 협조했습니다.
고령의 도굴꾼들은 경찰에 "죽기 전에 참회하는 심정으로" 수사에 협조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경찰관의 인터뷰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김용기 경위/경기지방경찰청 제 2청 광역수사대]
"공소시효를 넘기기 위해서 절취범들이 문화재를
장기적으로 은닉을 하고 있다가 10년, 20년이 지나서 매매업자들에게 판매를 한다든가 그래서 저희한테 압수된 물건들이 있습니다. 절취됐지만 압수를 못 한 것은 어마어마합니다.
공소시효 지난 절취범들을 저희가 설득을 해서 6개월 동안 먹고 자고 하면서 동행을 했었습니다. 그분들이 옛날 죄를 뉘우치고 문화재 회수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저희가 전국을 다니면서 피해장소, 그리고 최종 소지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저희가 확인을 해서 (압수하게 됐습니다.)"
◀ 앵커 ▶
최근 도난 문화재와 관련해 큰 관심을 모았던 게 바로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의 행방이었죠.
현재 상주본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배 모 씨의 집에 불이 나 상주본의 훼손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배씨가 최근 천억 원을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밝혀 또다시 논란이 뜨겁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국보급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자 집에 불…소실됐나?]
경북 상주의 한 시골농가에 불이 났습니다.
이 상주 화재의 집주인 53살 배 모 씨가 가지고 있는 상주본입니다.
이런 상주본이 7년 전 단 한 차례 공개된 뒤 그동안 그 행방이 꽁꽁 숨겨져 전혀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배씨는 화재 당일 오후, 문화재청 담당자에게 "신문지에 싸여있던 게 훈민정음이 맞고, 이번 화재로 일부 훼손됐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조금 훼손이 됐다, 훼손이 되면 무슨 처벌하는 것 아니냐' 나한테 그 이야기를 했는데…"
배 씨는 '책을 양지로 내놓겠다.'던 재판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배 모 씨/훈민정음 해례본 소장자]
"(민사소송에서 지는 바람에) 소유권은 문화재청으로 가 있는데 공개해서 빼앗아 가거나,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문화재청이) 당연히 사과해야 되죠. 내가 곤욕 치른 사건의 진상을 먼저 밝히라는 거죠. (진상을) 공개 못 하면 차라리 내가 영 (책을) 껴안고 가는 거예요."
◀ 유선경 아나운서 ▶
훈민정음 상주본의 행방이 관심을 모으는 건, 상주본의 소유권을 둘러싼 일련의 법정 다툼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골동품 가게를 하던 조 모 씨가 배씨를 절도 혐의로 고소했는데요,
배 씨가 다른 물품을 사면서 상주본을 훔쳐 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선 민사재판은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음을 인정했고, 조씨는 2012년,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기증했습니다.
그런데 배 씨는 그 뒤에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절도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나 버립니다.
즉, 소유권은 문화재청이, 상주본 자체는 배 씨가 가지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된 건데요.
배 씨는 이 때문에 상주본의 행방을 감춘 채 문화재청이 자신의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던 지난달, 배 씨가 일부 언론에 나와 보상금을 천억 원 이상을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배씨는 이에 대해 자신이 훔친 것도 아니고 개인이 가진 국민 재산을 국보급이라고 그냥 내놓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주본의 가치가 1조 원이 넘으니, "개인에게 10% 정도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배씨가 화재 이후 상주본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법적 소유권을 가진 문화재청은 이에 대한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어, 앞으로 사건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앵커 ▶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도 10만 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만약 이렇게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다시 훔쳐 왔다면, 그 소유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지난 2012년, 쓰시마에 있던 불상 2점을 한국인 절도단이 훔쳐 국내로 가지고 들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소유권이 한일 외교 쟁점으로 비화했는데요.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일본서 훔친 국보급 불상 국내로 밀반입]
일본 대마도 '미네정' 신사에 보관돼 있던 동조여래입상입니다.
8세기 통일신라 시대 대표적인 여래상 양식으로 국보 182호인 금동여래입상 보다 제조시기가 앞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온화한 미소로 두 손 모두 엄지와 중지를 둥글게 하고 있는 관세음보살좌상은 고려시대 것으로, 일본 나가사키 현 지정 유형 문화재입니다.
두 불상은 시가로 1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외 문화재 전문 절도단인 69살 김 모 씨 등 5명이 일본 현지로 가 훔친 뒤 국내로 반입했습니다.
이들 불상이 일본에서 부산항까지 들어올 때까지 아무도 진품인지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김 씨 등은 국내로 밀반입한 불상을 판매하려다 경찰에 적발됐고 불상 2점도 환수됐습니다.
[장물 불상, 한일 또 다른 외교 갈등의 불씨 되나?]
일본 정부는 스가 관방장관이 직접 나서 이 불상의 반환을 압박했습니다.
[스가 일본 관방장관]
"일본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외교경로를 통해 신속한 반환을 요청합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당시 절도단이 일본에서 훔쳐 한국으로 가져온 불상들입니다.
고려 시대나 조선 시대에 왜구에 의해 약탈됐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가운데 관세음보살좌상은 충남 서산의 부석사에서 만들어져 봉안됐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 그 출처도 확인됐습니다.
당시 우리 법원은 절도범들에게 실형을 내리고, 불상들을 몰수할 것을 결정했지만, 그 소유권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불상들이 유출된 경위를 알 수 없고, 불상을 일본에서 보관 중이었던 만큼, 일본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970년도에 제정된 유네스코 협약에 "국경을 넘어 반입·반출된 문화재는 회수 또는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인데요.
3년여를 끌어오던 양 국간의 문화재 분쟁은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검찰이 불상 두 점 가운데, '동조여래입상'은 일본에 반환하기로 결정했지만, 부석사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관세음보살좌상'은 유출 경로가 확인될 때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 앵커 ▶
문화재 도난이나 밀반입·밀반출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문화재의 허술한 관리 체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국가가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도 알게 모르게 없어지는 것이 많다고 하는데요,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문화재 해외 유출 '무방비']
국제택배나 국제화물을 통해 7년간 문화재 3천 5백여 점을 해외로 빼돌렸습니다.
고서적은 일반 책 사이에 끼워넣고, 공예품은 가구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엑스레이를 통과했습니다.
국제공항이나 항만에는 문화재청 직원들이 있지만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하겠다는 자진신고 처리가 주 업무입니다.
세관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문화재청은 인력부족을 탓합니다.
[국가 문화재 80점 실종…. 허술한 관리실태]
전시관에 있던 미륵사지 금동제 장식 4점 가운데 1점이 지난 2011년에 사라졌습니다.
다른 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회를 하고 다시 가져왔는데 찾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경주 한 사립대학 박물관.
정부가 맡긴 국가 귀속 문화재를 19점이나 분실했습니다.
[대학 박물관 관계자]
"이해가 안 됩니다. 왜 없어졌는지. 수장고를 몇 번 뒤지고 해도 (안 나온다)"
또 다른 국립대학 박물관 역시, 고려와 조선 초기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리 숟가락 등 15점을 분실했다고 문화재청에 신고했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보물급 유물 장물아비 손에, 허술한 관리 실태
[이브닝 이슈] 보물급 유물 장물아비 손에, 허술한 관리 실태
입력
2015-11-05 18:07
|
수정 2015-11-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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