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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누워있는 나부' 1,900억대 낙찰, '아트테크' 각광

[이브닝 이슈] '누워있는 나부' 1,900억대 낙찰, '아트테크' 각광
입력 2015-11-11 18:03 | 수정 2015-11-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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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워있는 나부'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우리 돈 천 9백억 원대에 낙찰됐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미술품 수입가가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작품은 미술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에 낙찰됐습니다.

    먼저, 관련 내용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20세기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1917년 작품 '누워있는 나부'입니다.

    붉은색 소파 위 파란색 쿠션에 기대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을 담은 작품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전시됐을 때 군중이 몰리며 폐쇄 명령이 내려질 만큼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경매 시장에 나온 이 작품을 차지하기 위해 입찰에 나선 사람은 모두 7명, 9분 만에 그림의 새 주인이 정해졌습니다.

    "낙찰됐습니다."

    낙찰가는 1억 7천40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천9백억 원대입니다.

    예상가인 1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가격으로 전 세계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입니다.

    한국인 딜러 신 모 씨가 1억 4천만 달러를 불렀지만 중국 상하이 룽미술관의 설립자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류이첸 씨가 전화로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바람에 신 씨는 고개를 흔들며 포기했습니다.

    류이첸 씨는 택시운전기사 출신의 억만장자로 최근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힙니다.

    [유시 필카넨/크리스티 경매 대표]
    "20세기 회화를 잘 이해하는 모든 비평가와 관계자들이 작가의 최고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그림은 1억 7천 9백여만 달러인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입니다.

    ◀ 앵커 ▶

    미술품 수집은 부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했는데요.

    미술품 경매 시장이 인기를 얻으면서 '예술'과 '재테크'가 합쳐진 이른바 '아트테크'가 뜨고 있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김환기 화백이 지난 1971년에 그린 추상화입니다.

    지난달 홍콩 경매에서 우리 돈 47억 2천만 원에 낙찰돼 국내 작가 작품 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가 45억 2천만 원으로 최고가였는데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색화'의 거장인 정상화 화백의 작품도 홍콩 경매에서 11억 4천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미술품 경매 시장이 최근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요.

    올 상반기까지 미술품 경매 낙찰 금액은 627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낙찰 금액인 414억 원과 비교했을 때 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천억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미술업계는 전망하고 있는데요,

    경매가 이처럼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이른바 '전두환 특수'도 한몫했다고 합니다.

    국고 환수를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보유한 미술품들이 경매에 나와 관심을 모으면서 일반 미술품 경매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건데요,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매사]
    "1억 5천만 원, 1억 5천만 원!"

    꽃으로 화폭을 가득 채운 김홍주 화백의 작품이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낙찰총액은 13억 원으로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이상규 대표이사/K옥션]
    "6억 원(예상했는데) 13억 6천 4백만 원이니까 2배가 훨씬 넘는 금액으로 낙찰되었고요."

    7차례 경매의 낙찰금액은 약 73억 원.

    침체됐던 경매 시장도 이른바 전두환 특수로 달아올랐습니다.

    [경매사/2013년 12월]
    "6억 6천만 원!"

    전 전 대통령 집에 걸려있던 이대원의 '농원'이 6억 6천만 원으로 경매 전체 최고가를 기록했고, 김환기의 '사우스 이스트'와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가 뒤를 이었습니다.

    경매에 나온 미술품은 모두 660여 점.

    전체 낙찰률은 95%를 기록했습니다.

    ◀ 앵커 ▶

    하지만 고가의 미술품은 재벌들이 재산을 은닉하는데 이용되곤 하죠.

    지난해에는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전 부회장이 미술품을 빼돌렸다 구속 기소됐는데요.

    삼성, 오리온, CJ 등 검찰의 재벌 수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서미 갤러리의 홍송원 대표도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관련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8억 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화가 보에티의 그림.

    세계적인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의 9억 원짜리 작품과, 청계천 조각상으로 유명한 올덴버그의 시가 2억 원 상당 작품까지, 동양그룹 사태 이후 이혜경 전 부회장이 압류를 피하기 위해 몰래 빼돌린 고가의 미술품들입니다.

    이 전 부회장은 미술품 70여 점을 비롯해 도자기와 가구 등 400여 점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에게 몰래 건넸고, 홍 대표는 이 중 13점을 국내외에 팔아 48억 원가량을 현금화시켜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홍 대표는 이 과정에서 15억 원가량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미술계의 '큰 손'으로 통하는 홍 대표는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이나 은닉 의혹 때마다 빠지지 않고 비자금 창구로 지목돼 온 인물입니다.

    검찰은 압수한 소장품들은 경매에 부쳐 피해자 구제금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홍 대표와 이 전 부회장은 재판에 넘겼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다면 왜 재산 은닉의 수단으로 그림을 선호하게 된 걸까요?

    검찰이 지난 2011년, 오리온 그룹의 담철곤 회장을 수사할 때 자택에서 발견한 프란츠 클라인의 '페인팅 11'이라는 작품인데요,

    앞서 거론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판매한 작품으로 시가 55억 원에 달합니다.

    담 회장의 자택 식당에 걸려 있던 이 그림을 현금으로 보관한다면 사과상자 5개 정도가 필요한데요.

    보관과 운반이 그만큼 편하다는 뜻이겠죠.

    재벌들이 재산 은닉 방법으로 그림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다음 보도 내용을 보면서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시가 2백억 원으로 추산되는 이 그림은 삼성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가 구입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플란츠 클라인의 '페인팅 11'을 비롯해 외국 유명 작가의 미술품 10점, 140억 원어치는 오리온 그룹 담철곤 회장의 자택에서 발견됐습니다.

    [미술관계자]
    "그런 사건들로 인해서 갤러리라고 하면 미술품 비리라던가 이런 부정적인 단어들만 떠올리게 되고…"

    재벌들은 왜 고가의 미술품을 좋아하는 것일까?

    유명 작가의 미술품은 주로 현금으로 거래되고, 은밀하게 사고팔기 쉬워 비자금의 세탁창구가 되거나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안창남 교수/강남대 세무학과]
    "당사자 사이에서 얼마든지 가격조작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실제가격과 영수증 가격 차이를 이용해서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할 수도 있고 탈세의 창구로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또 불법 증여를 하기도 쉽습니다.

    [유양훈/세무사]
    "(그림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요. 그에 따라서 해외에서 들어오면서 꼬리가 달리지 않는 그런 장점이 있겠죠. 상속(세) 부분에 있어서는 재산 평가가 매우 어렵죠."

    ◀ 앵커 ▶

    앞서 언급했던 이른바 '아트테크'는 좋아하는 그림을 구입해서 걸어놓고 감상하며 즐기다 가격이 올라서 팔게 되면 돈도 벌 수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림을 사 두는 게 실제로 돈이 될까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국내 화가의 작품에 대한 10년 투자 수익률은 평균 '24%'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그림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국ㆍ공채 5.6% 나 회사채 6.3%, 저축성 예금의 수익률 5%보다 훨씬 더 높았다는 건데요.

    하지만, 미술품 투자는 수익률의 표준 편차도 가장 높아 전형적인 '고수익, 고위험' 투자의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미술품 재테크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가품', 즉 가짜를 조심해야 하는데요,

    한국미술품 감정협회가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진위 감정을 신청받았던 근, 현대 10대 인기 작가의 그림 2천여 점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70%'가 진품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시 말해, 나머지 30%, 즉 3점 중 1점 정도는 가짜였다는 겁니다.

    작가별로 위작 비율을 살펴보면, 이중섭 화백의 작품이 맞는지 감정을 의뢰한 2백여 점 중 절반이 넘는 60% 정도가 가짜로 판명돼 위작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40%가 천경자 화백의 작품은 30%, 김환기 화백은 위작비율이 23%로 나타났습니다.

    협회는 작고한 작가의 작품이거나 유명 작가의 오래된 그림일수록 위작 비율이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의 위작을 유통한 혐의로 화랑 대표 등이 경찰의 수사를 받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화랑이 밀집해 있는 서울 인사동.

    경찰이 이곳의 화랑 한 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화랑의 김모 대표가 지난 2012년부터 이우환 화백이 그린 것처럼 위조한 작품 10여 점을 유통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김 대표가 이우환 화백의 화풍을 본딴 위작 10여 점을 사들인 뒤, 감정사와 짜고 진품 감정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들은 또 다른 화랑을 통해 미술 애호가들에게 한 작품당 수억 원씩에 팔려나갔습니다.

    이 화백의 작품은 한때 위작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거래가가 십수 억 원까지 뛰면서 오히려 위작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다른 화랑 대표]
    "'포인트', '라인', 뭐 이런 그림들이 시중에 가짜가 돈다…소문만 무성하죠."

    경찰은 그림 위조 총책의 금융 계좌를 분석하면서, 인터폴을 통해 해외로 도피한 위조책을 쫓고 있습니다.

    ◀ 앵커 ▶

    전문가들은 미술 작품을 구입할 때 가품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장소에서 감정 보증서를 꼭 챙겨보라고 권하는데요.

    요즘에는 미술품 구입의 문턱을 낮춘 직거래 장터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청년 두 명이 보부상처럼 작품을 등에 짊어지고 관객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잘게 쪼갠 고무줄 조각을 두 손 가득 담으면 손 모양이 그려진 작품을 함께 줍니다.

    미술품은 비싸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80여 명의 작가들이 마련한 미술장터입니다.

    대부분의 작품 가격은 10만 원 이하.

    갤러리를 끼지 않고 작품을 직거래하면서 판매 수수료를 없앴습니다.

    [이세은/관람객]
    "어떤 작품은 1만 원 정도 하니까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작가들도 새로운 고객을 만나면서 미술품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경매 시작가를 10만 원대로 낮춘 작품들도 등장하는 등 미술계의 높은 문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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