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술자리에서 사라진 20대 여성이 골목길에서 손발이 묶인 채 발견됐습니다.
납치됐다가 간신히 탈출했다는 게 이 여성의 주장인데, 남자 동창생을 처벌받게 하기 위한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 내용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일산의 한 식당 주방.
밖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뒷문 쪽을 내다보던 직원들이 황급히 달려나갑니다.
잠시 뒤 젊은 여성이 고개를 숙인 채 뛰쳐 들어옵니다.
[최초 목격자]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런 소리였는데, 경황이 없으니까 울어서 화장이 다 지워지고…"
인근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사라진 21살 김 모 씨였습니다.
주점에서 6km 떨어진 이 식당 뒤편에서 발견된 건 15일 새벽 0시 반쯤.
발견 당시 김 씨는 손발이 검은색 테이프로 묶인 채 식당 뒤편에서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 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남자친구에게 전화하려고 나왔다가 SUV 차량에 납치됐는데 간신히 도망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CCTV에는 김 씨가 스스럼없이 중학교 동창이 몰고 온 SUV 차량에 타고 내리는 모습, 편의점에 들러 검정색 테이프를 구매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김씨는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납치된 것처럼 꾸민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남자 동창생을 처벌받게 하려고 그랬다는 겁니다.
[식당 주인]
"아가씨 한 명 살려줬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들어보니까 자작극이래 그게. 화가 얼마나 납니까."
경찰은 김 씨를 공무집행방해와 무고 혐의로 입건해 추가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 앵커 ▶
남편의 강요로 자신과 두 아들이 수백 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던 이른바
'세모자 사건' 기억하시죠?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라 이 얘기의 사실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었는데요,
결국 이 역시 허위 자작극으로 밝혀졌습니다.
관련 보도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0월, 모자와 마스크를 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40대 여성은 충격적인 폭로를 했습니다.
자신과 두 아들이 전 남편에게서 10년 넘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겁니다.
[이 모 씨]
"이 일을 폭로하는 게 제가 살고, 자녀들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6월, 이 모 씨는 더 믿기 힘든 글과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전 남편뿐만 아니라 목사인 시아버지와 친정부모, 오빠와 올케 언니 형부도 성폭행을 했고, 성매매도 강요했다는 겁니다.
[허 모 군]
"3백 명 이상한테 성폭행을 당했고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당하기만 했고요."
너무나 충격적인 폭로에, 인터넷 상에는 전 남편을 처벌하라며 세 모자를 응원하는 글이 난무했습니다.
그러나 1년 넘는 수사 끝에 경찰은 오히려 이 씨를 무고와 아동 학대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강남수 경위/경기경찰청 성폭력 특별수사대]
"(아이들은) 지금까지 성폭행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엄마와 자기가 고소하러 다닌 거는 이모할머니가, (무속인) 김 모 씨인 이모할머니가 지시를 해서…"
경찰은 이씨가 알고 지내던 무속인 김 모 씨에게 조종을 받아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씨 부동산 일부가 무속인 김씨 소유로 변경된 사실도 수사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 앵커 ▶
이 두 자작극에 연루된 사람들은 모두 무고죄로 처벌을 받게 될 텐데요.
그럼 무고죄가 정확히 어떤 범죄이고 실제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 이혜민 아나운서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무고죄]
무고죄는 형법 156조에 따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경찰서나 검찰청 등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무고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되는데요.
무고죄로 처벌받은 실제 사례들을 살펴볼까요?
서울 북부지방법원은 지난해 배우 송중기 씨와 가족을 허위로 고소한 혐의로 36살 노 모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노 씨는, 지난 2011년 4월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쇼핑몰 매장 일부를 커피숍으로 임대해주기로 송 씨의 아버지와 계약을 맺었는데요.
건물 소유주의 반대로 커피숍을 열지도 못해 송중기 씨의 아버지에게 1억 천만 원을 배상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노 씨는 손해배상을 피해보려고 오히려 송 씨와 가족들이 사기를 쳤다면서 고소했다가 무고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폭행 시비도 종종 무고 사건으로 번지곤 하는데요.
배우 이민기 씨는 지난 2010년 폭행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허 모 씨가 자신과 시비가 붙은 일행과 함께 있었던 이민기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이민기 씨의 소속사에게 2천만 원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민기 씨를 고소했던 허씨에 대해 재판부는 대해 무고혐의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최근에는 배우 이정재 씨가 어머니의 채무관계 때문에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관련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배우 이정재 씨가 어머니의 억대 빚을 대신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에 휘말렸는데요.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소장에 따르면 A씨는 이정재 씨의 어머니에게 1억 9천여만 원을 빌려줬는데 이정재 씨가 6천여만 원만 갚고 나머지 돈을 갚지 않았다면서 지난 4월, 이정재 씨와 이씨의 어머니를 상대로 대여금 지급 명령 신청을 낸 겁니다.
이정재 씨 측이 이의를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요.
이 씨측은 "A씨에게 이미 채무를 변제해 갚아야 할 돈이 없다"면서 "유명인을 흠집 내며 무리하게 이자를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무고죄 고소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앵커 ▶
앞서 보신 것처럼, '아님 말고' 식으로 무작정 고소를 진행하거나, '한번 당해 봐라'며 앙심을 품고 고소를 남발했다간 되려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무고 사건은 얼마나 되는지 이번에는 관련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네. 최근 무고 사건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센데요,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7년 3천 2백여 건이었던 무고사건은 2009년에는 3천 5백여 건, 2013년에는 4천 3백여 건으로 6년 만에 천 건 이상 늘어났습니다.
또, 부산지방검찰청에서 올 상반기 무고사범을 집중 단속한 결과 모두 74명을 적발했는데, 기소된 무고 사건을 분석해봤더니 이득목적형이 35%, 보복목적형이 20%로 절반 넘는 무고 사건이 돈을 노렸거나 개인 간 악감정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고 사건이 증가하면서 무고죄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되는 추세인데요, 보도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50살 이 모 씨는 최근, 필리핀에서 필로폰을 들여온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생판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자신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소포를 들이미는 경찰 앞에서 어떤 부인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누명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벗겨졌습니다.
앞서 수감돼 있던 마약사범 일당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 씨 집에 일방적으로 마약을 보냈던 겁니다.
[장인호 검사/서울남부지검 형사4부]
"다른 마약 사범들을 제보함으로써 자기 사건에서 양형 또는 구형에서 선처를 받으려는…"
여성이 일단 피해자로 간주되는 점을 악용한 거짓 성폭행 신고도 늘고 있습니다.
20살 김모 양은 알고 지내던 한 대기업 직원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이 직원이 2억 원 가까운 퇴직금을 받았다는 걸 듣게 된 김 양이 합의금을 받아낼 생각으로 꾸민 일이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생사람 잡는 무고죄는 유독 우리나라의 발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일본과 비교해 217배, 인구 차이를 감안하면 5백 배가 넘는단 통계가 나온 적도 있지만, 그 이후에도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고민석/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
"진실 여부를 찾기 위해서 필요없이 수사력이 낭비되고 재판과정에서 법정비용이 높아지는…"
검찰은 무고범들을 '사법질서 교란사범'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성범죄와 관련한 무고사건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의정부 지검의 경우, 지난해 1~4월, 성폭력 관련 허위 고소 건수가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지검 서부 지청의 경우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무고사범 15명을 적발했는데, 절반 가까운 8명이 성폭력 범죄와 관련된 <무고> 사건이었습니다.
성폭력 범죄는 아무래도 당사자 진술을 빼면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을 악용해 허위 고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건데요.
보도 내용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32살 윤모씨는 손님으로 온 한 남성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 남성이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자, 이후 윤씨는 이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결국 윤씨가 허위로 고소한 사실이 발각됐고, 법원은 윤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습니다.
[정상철 공보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성범죄자로 무고를 받은 피해자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게 되었고, 엄한 처벌을 해줄 것을 탄원한 점 등이 고려돼 실형을 선고한 판결입니다."
CCTV에 찍힌 아주 친근한 모습과 다정한 문자메시지 등이 허위고소를 가려내는 단초가 됐습니다.
누명을 쓴 남자뿐 아니라, 진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에게도 사회적 편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거짓 성폭행 고소에 대한 처벌수위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경우에 무고죄가 성립할까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무고죄 성립 시기는?]
네. 먼저 무고죄는 언제부터 성립할까요?
고소장을 접수한 순간부터입니다.
다시 말해 무고죄와 관련해 실제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해도 거짓으로 신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신고 시점부터 고소한 사람에 대해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겁니다.
[수사받을 때 허위진술했다면?]
그런데 공범이나 참고인이 수사를 받을 때 허위 진술을 했다면, 무고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고죄는 허위사실을 <신고>해야 성립합니다.
다시 말해, 수사기관에 출석해 단순히 허위 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과장해서 진술했다면?]
고소장에 사실을 부풀려 진술한 경우는 어떨까요?
고소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이 허위라면 무고죄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사실을 다소 과장한 경우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폭력을 당하기는 당했는데, 맞은 부위를 과장했다고 해서 무고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무혐의라면?]
고소를 했는데, 만약 상대방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 고소를 한 사람은 무고죄로 처벌받게 될까요?
무고죄는 고소 내용이 허위일지라도,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어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즉,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를 했다면 무고죄를 적용할 순 없다는 겁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허위사실 고소' 무고죄 증가, 처벌은?
[이브닝 이슈] '허위사실 고소' 무고죄 증가, 처벌은?
입력
2015-11-18 17:38
|
수정 2015-11-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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