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로서는 증세를 완화시키는 대증요법만 있고 치료제는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 약물을 발굴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 시간에는 이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텐데요.
먼저 정진욱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인류의 오랜 난제인 알츠하이머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실험 쥐에게 소분자화합물인 'EPPS'를 3개월간 물에 타서 마시게 한 결과, 뇌 안에서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분해되고, 관련 증상인 뇌 속 염증도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EPPS 용액을 마신 쥐가 인지 능력을 얼마나 회복하는 지 미로 찾기 등을 통해 검증한 결과 정상 쥐의 90%까지 회복된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 EPPS에 대해선 아직 인체 독성이 보고되지 않았다"며
"임상시험을 거쳐 이르면 3년 안에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오늘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습니다.
MBC뉴스 정진욱입니다.
◀ 앵커 ▶
치매 치료에 한발 다가선 정말 반가운 소식인데요.
이번엔 치매치료 후보 약물인 EPPS가 무엇인지, 또 뇌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건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이 후보 약물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기는 원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뇌의 단층 영상인데요.
노란색으로 밝게 표시된 이 점들이 바로 치매의 원인이 되는 독성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 입니다.
뇌의 신경세포에 작용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요.
<베타-아밀로이드>는 이른바 '단량체' 형태로는 정상인의 뇌 속에서도 발견이 되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많이 생성될 경우, 서로 뭉쳐지면서 그때부터 독성을 띄게 되는데요.
이번에 개발된 치매 치료용 신약 후보물질인 EPPS는, 이처럼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 주변에 달라붙어 있는 이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독성이 없는 단량체 형태로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식수에 녹인 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게 석 달 동안 투입했는데요.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와 대뇌 피질 부위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모두 사라진 겁니다.
주목할만한 건 이 EPPS는 뇌의 혈관 장벽을 투과할 만큼 흡수가 잘 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별도의 복잡한 투약 절차 없이 물에 타 먹는 등 음식으로 섭취해도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인데요.
인체독성도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연구진은 EPPS가 의약품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임상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EPPS를 개발한 연구진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김혜연 초빙연구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베타-아밀로이드'의 집적물을 풀어줄 수 있는 물질을 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이 EPPS라는 물질이 '베타-아밀로이드'를 없애줬을 때 실험을 잘못했나를 의심할 정도로 굉장히 그 결과가 놀라웠고요. 아직까지 이런 물질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년 안에 사람에게 적용이 가능한 그런 약물의 형태로 나오기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영수 선임연구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현재 임상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들께 제공되는 약물들은 '대증적 치료제'라고 해서 일시적으로 뇌기능을 활성화시켜주는 그런 약물들입니다. 경구로 먹을 수 있고, 뇌에 전달이 빠르고, 그리고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들을 모두 제거 분해할 수 있는 약물은 저희 신약 후보 약물이 처음입니다."
◀ 앵커 ▶
이번에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후보 물질은 지금 들으신 것처럼, 실험실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까진 진행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실제 치매 환자에게도 쓸 수 있는 신약으로 개발되려면 여러 단계가 남아있는데요.
이 내용은 이혜민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앞으로 이 신약 후보물질은 쥐보다 좀 더 큰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거쳐야 하고요.
이후에도 사람을 대상으로 3차례 이상 대규모 임상 시험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적정 용량과 용법, 또 부작용과 안전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데요.
그리고 나서 각국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시중에 신약으로 출시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또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식품의약국 FDA와 유럽의 의약품감독국 EMA의 허가를 받는 게 중요한데요.
한국 신약개발 연구조합의 조사 결과, 신약이 한 건 탄생하는 데는 평균 9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번에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연구팀이 지난 10월엔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도 발견해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현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보도내용을 통해서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피 한 방울로 '치매' 조기진단]
알츠하이머 치매의 조기 진단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 징후로 볼 수 있는 물질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인체 면역과 관련된 '인터루킨 3' 라는 단백질인데요, 동물 실험에서 치매 초기증상을 보이는 쥐의 피를 뽑아봤더니, 인터루킨 3 농도가 정상 쥐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치매가 심해질수록 그 농도 또한 급감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성분이 뇌에 쌓여 뇌 세포가 파괴되는 건데, 혈액 속 면역 기능의 변화가 치매와 연관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김영수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혈액진단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발병하기 15년 전부터 예측하는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앵커 ▶
이 알츠하이머병은 우리가 '치매'라고 부르는 질환 가운데 60에서 80%를 차지할 정도로 치매 유형 중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데요.
환자의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유선경 아나운서가 알려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매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 2009년, 21만 7천 명에서 2013년, 40만 5천 명으로 늘어나 87% 수직 상승하며 2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 9월 기준으로 전국의 치매환자의 수는 6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65살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엔 '치매 환자'까지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라고 불리는 예비 치매환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데요.
관련 보도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예비 치매환자 5년 새 4배 증가]
70대 할머니 앞에 여러 장의 사진들을 펼쳐 놓고 의료진이 하나하나 설명해 줍니다.
잠시 뒤 사진들을 섞어 놓고 다시 순서대로 배열하라고 하자, 두 번째 사진부터 기억하지 못합니다.
[환자]
"요게 바뀌었나?"
[의료진]
"그림 한번 자세히 보시겠어요?"
결국, 이 70대 여성은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치매만큼 인지능력이 떨어지진 않지만, 정상인에 비해 치매 유병률이 10배 가까이 높습니다.
[박00/경도인지장애환자]
"시장에 솥 사러 가서 솥뚜껑에 고리 있잖아요. 그걸 받아와야 하는데… 돈 주고 그걸 안 받고 그냥 싸 갖고 왔어요."
치매에 대한 관심으로 이에 대한 조기 검사도 늘어나 최근 5년 새 경도인지장애 발견은 4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평소 사용하는 물건의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건망증이 반복될 경우 보건소 등에서 치매선별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습니다.
◀ 앵커 ▶
앞에서도 잠시 언급이 됐지만, 기억력 검사를 비롯해 유전자 검사와 뇌 사진까지 찍더라도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억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힘들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간단한 자기진단법 정도는 알아두면 좋겠죠?
이혜민 아나운서의 다음 설명을 잘 메모해 두셨다가 진단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간단한 <치매 자기 진단법>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또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르겠다거나, 예전에 비해 거스름돈 계산 같은 간단한 계산능력이 떨어진 경우.
또 익숙한 곳에서 갑자기 길을 잃거나 헤맨다거나, 이전엔 잘 다루던 가전제품 등의 사용이 서툴러진 경우, 이해력이 떨어져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거나 대화 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보는 경우, 성격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경우,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치매가 아닐까 걱정된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치매 선별검사'를 받아볼 수 있는데요.
치매의 초기증상인 '경도인지장애'로 판정을 받았을 경우에도, 지속적인 치료는 필수입니다.
최근에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이나 노래 등 간단한 놀이가 치매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는데요.
특히 다리 근육이 뇌 건강과 연결된다는 보도도 있었죠?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중년 이후 뇌 건강, 허벅지 근육이 지킨다."]
중년 이후 뇌 건강은 다리 근육이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연구진이 유전자 구조가 서로 비슷한 쌍둥이 162쌍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50대 때 각종 습관·병력·신체 상태 중에 허벅지 근력이 더 강한 쌍둥이 쪽이 60대가 됐을 때의 인지능력이 평균 18% 더 뛰어났습니다.
놀라운 건 채소 섭취나 혈압 관리와 같은 다른 건강습관보다도 허벅지 근력이 뇌 건강에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연구진은 50대 때 다리 근육이 튼튼해야 더 많은 신체활동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뇌 건강이 유지되는 걸로 추정했습니다.
[이지영 교수/서울시 보라매병원]
"하체의 힘이 좋아질 때 근력이 좋아질 때, 그게 진짜 어떤 치매 예방 효과가 있을 거다 이거를 보여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허벅지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으로 등산과 자전거를 꼽았으며 걷기 운동을 할 땐 시속 5km의 속도로 다소 빠르게 걷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치매 초기, 노래하면 좋아진다."]
한 대학병원에서 일주일에 2번씩, 2달간 음악치료를 받은 초기 치매 환자 50명을 조사해봤더니,
스스로 머리를 빗고 면도를 하거나 시간에 맞춰 약을 챙겨 먹는 일상생활 능력이 치료 전보다 35% 더 좋아졌습니다.
또 치매에 걸린 이후 나타나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줄이는데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현정/관동의대 명지병원 교수]
"뇌신경 성장인자 분비를 촉진하고, 뇌 신경세포를 보호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따라서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노래를 부르는 걸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익숙한 노래 하나를 가사를 외우며 부르다 연달아 다른 익숙한 노래들을 부르면 됩니다.
여기에 북과 같이 간단한 타악기로 박자를 맞추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브닝뉴스
정진욱
정진욱
[이브닝 이슈] 세계 최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물질 개발
[이브닝 이슈] 세계 최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물질 개발
입력
2015-12-09 18:08
|
수정 2015-12-0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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