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헌법재판소가 어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막는 게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는 2018년부터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먼저 관련 보도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강 모 씨 등은, 주민번호 변경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공개변론까지 열며 사건을 심리했고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했습니다.
변경의 길을 열어준 겁니다.
헌재는 출생신고 때 정해진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개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의 효력을 당장 없애지는 않고 2017년까지 법을 고치도록 했습니다.
현재는 애초에 잘못된 주민번호를 받았거나 성전환자만 예외적으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이혜정/청구인 측 변호사]
"보이스 피싱 같은 범죄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된 점이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는 주민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주민번호가 유출돼 생명이나 재산에 위협을 받는 사람이나 성폭력 피해자가 변경 대상입니다.
다만,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 만큼, 행정자치부 산하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 앵커 ▶
주민등록증이 우리나라에서 발급된 지 올해로 만 47년이 되는데요.
이번에는 주민등록번호의 역사를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주민등록증이 생기기 전엔 시민증과 도민증이 있었습니다.
지난 1962년 주민등록법이 만들어졌는데요.
초기에는 주민등록증 발급이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968년,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한 이른바 '김신조 사건'이 터지면서 주민등록법이 강화되는데요.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1968년 11월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이 발급됐습니다.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고, 두 번째로 발급받은 사람은 고 육영수 여사였습니다.
[대한뉴스 ]
"박 대통령도 직접 동사무소에 나가 절차를 마친 후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아담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당시 주민등록 번호는 12자리로 이뤄졌고, 번호의 앞자리가 발급지역, 뒷자리는 발급받은 순서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1975년, 현재와 같은 13자리 주민등록 번호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한꺼번에 주민등록번호가 바뀌면서 행정착오도 잇따라, 많은 시민들이 난감한 일을 겪었습니다.
서울시민 가운데 주민등록번호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무려 2만 명, 이 가운데 2,000~3,000명은 우연히 이름까지도 똑같습니다.
[윤한홍/서울시 주민계장]
"75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에 3천5백만 전 인구의 주민등록번호를 12자리에서 13자리로 일제히 갱신하는 과정에서 기재착오 등으로 인해서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전 시민의 주민등록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해 검색하는 과정에서 중복번호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정정작업에 들어갔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주민등록번호는 사람만 가지고 있을까요?
인기 만화 캐릭터인 아기공룡 '둘리', 그리고 '하니'도 주민등록번호를 갖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념으로 만들어 준 거라고 하는데요.
요즘엔 아기 주민등록증도 있습니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기가 태어난 걸 축하하는 의미에서 기념품으로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13자리로 이뤄진 주민등록번호가 뜻하는 걸 뭘까요?
앞의 여섯 자리는 잘 아시죠? 생년월일입니다.
뒤에 오는 일곱 자리의 첫 번째 숫자는 성별인데요.
1900년대에 태어난 남자는 1, 여자는 2로 시작하고요.
2000년대에 태어난 남자는 3, 여자는 4로 시작합니다.
다음 두 자리는 지역번호인데요.
00 에서 08은 서울, 09 에서 12는 부산, 16 에서 25는 경기도.
이렇게 지역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넷째와 다섯째 자리는 신고 기관, 그러니까 읍면동사무소의 고유번호입니다.
그다음 숫자는 같은 날 같은 관공서에 출생신고를 한 순서를 의미합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숫자는 위조와 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검증번호입니다.
1990년대 들어 주민등록증 위조와 변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현재의 플라스틱 카드 형태로 바뀌었는데요.
당시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분실된 주민등록증이 제 주인을 다시 찾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동사무소 직원]
"대부분 분실 신고서 제출자와 돌아오는 건수를 보면 거의 90%가 안 들어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관계자들은 되돌아오지 않는 주민등록증 중의 상당수가 변조의 과정을 거쳐 범죄에 사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변조범들은 코팅된 비닐을 벗겨 내고 사진을 바꿔 붙이는 수법을 가장 자주 씁니다.
단지 압력에 의해 붙어 있을 뿐이기 때문에 떼었다 붙어다 아무런 표시가 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김기재/행정자치부 장관]
"위조·변조가 아주 어려운 플라스틱 주민증으로 일제히 갱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주민증은 플라스틱 카드 위에 사진과 이름 등을 인쇄한 형태며,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병역 여부와 본적, 호주의 이름은 빠져 있습니다.
특히, 홀로그램, 즉 레이저를 이용한 3차원 무늬가 카드 표면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위조나 변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주민등록증 위조는 쉬웠습니다.
먼저 자기 신분증의 글씨를 약품으로 지우고 일회용 라이터에 인쇄하는 방식 그대로 땅 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인쇄했습니다.
[윤 모씨/피의자]
"라이터에도 박히니까 주민증도 같은 플라스틱 종류니까 라이터 하듯 해봐라 해서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행정자치부는 곧 주민카드가 쉽게 훼손되지 않도록 새 카드를 발급할 계획입니다.
기존 주민카드는 제작비용이 1200원이었지만 새 카드를 만드는 데는 2,600원 이상들 예정입니다.
◀ 앵커 ▶
지금 보신 것처럼 이 주민등록증 위조를 막기 위해서 새로운 등록증까지 도입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번에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피해가 나타났습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이미 공공정보가 돼버렸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옥션, 해킹 피해 1천만 명]
옥션의 회원 수는 1,800만.
이 가운데 1,081만 명의 개인정보가 해킹 공격으로 유출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유출된 정보는 고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지와 전화번호 등이 대부분이지만 계좌번호와 같은 환불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도 100만 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네이트·싸이월드, 3천 5백만 명 '정보유출']
해킹당한 정보는 고객 3천 5백만 명의 ID와 이름,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그리고 비밀번호와 주민등록번호입니다.
[카드사, 고객정보 1억 건 유출]
이름과 연락처, 직장명은 물론 카드이용실적까지 나와있습니다.
KB국민카드 5천2백만 건을 비롯해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 등 개인과 법인을 합쳐 1억 건이 넘습니다.
◀ 앵커 ▶
문제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암시장에서 거래되면서 보이스 피싱이나 대출 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피해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통신사 업체명으로 저장된 컴퓨터 파일을 열어보니, 이름과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가 가득합니다.
44살 문 모 씨가 중국인 해커로부터 사들인 개인정보는 1천230여만 개.
문 씨는 입수한 개인정보를 대부업자와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거래처의 입맛에 맞게 재가공해 건당 1원에서 1천 원씩 받고 팔았습니다.
[개인정보 유통 피의자]
"(53만 개해서 가격 어떻게 되죠?) 50만 원. 개당 1원도 안 되는 거죠 뭐."
수십만 명의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범죄에 활용합니다.
[이 모 씨/보이스피싱 조직 탈퇴자]
"프린터로 뽑아주는데요. A4용지 종이에 다 적혀 있었어요. 이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랑 집 주소까지…"
최 모 씨 집에 지난주 대부업체 직원이 찾아와 빌린 돈을 갚으라고 다그쳤습니다.
대출 계약서에 최 씨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최 씨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명의도용 피해자]
"대출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고…"
이리저리 알아보니 누군가가 최 씨 명의의 신분증을 위조해 저축은행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만든 대부업체로부터 인터넷으로 600만 원을 빌렸습니다.
◀ 앵커 ▶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주민등록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시민들의 의견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홍순재/27]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저희한테 와 닿지는 않을 것 같고요. 문제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아니라 도용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지가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정남희/70]
"생년월일, 무심코 '은행'이라고 하니까 얘기했다가 그쪽으로 해서 이상하게 당한 적도 있고 그래서 그런 점에서는 바꾸는 것도 좋고, 어떻게 생각하면 또 내 나이 생년월일이 바뀐다는 데 대한 괴리감도 있고 그래요."
[박준/21]
"일단은 이미 유출된 사건이 있었고 방지하려면 유출된 것을 좀 막을려면 한번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다시 바꾼 번호가 또 유출이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신청하면 또 바꿀 수 있는 거니까 그것에 대해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한 여론조사 기관이 성인남녀 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개인정보가 이미 유출돼 안전하지 못하다'고 답했습니다.
상당히 불안하단 뜻이죠.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냐'는 질문엔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별도의 개인 식별번호 체계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습니다.
'주민등록번호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모든 국민의 주민번호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답이 31%로 그 뒤를 이었고 '주민등록증을 분실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기존 주민번호를 변경하길 원하는 사람에게만 새 주민번호를 발급해야 한다'가 16%를 차지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주민등록번호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적인 근거도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서식이 3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행정자치부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증서와 서식을 정비해, 서식 천 8백여 건에 대해선 생년월일로 대체하거나 아예 삭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는 모든 기관과 업체는 주민등록번호를 반드시 암호화해야 하는데요.
동네 병의원 등, 100만 명 미만의 주민등록번호를 보관하는 소규모 기관이나 사업자는 내년까지 100만 명 이상의 주민번호를 보관하는 곳은 2017년까지 암호화 작업을 완료하도록 했습니다.
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2018년부터 주민등록번호 바꿀 수 있다"
[이브닝 이슈] "2018년부터 주민등록번호 바꿀 수 있다"
입력
2015-12-24 17:25
|
수정 2015-12-24 17:32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