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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재산 상속 둘러싼 '부모·자녀간의 분쟁'

[이브닝 이슈] 재산 상속 둘러싼 '부모·자녀간의 분쟁'
입력 2015-12-28 17:45 | 수정 2015-12-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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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재산을 물려주면 부모를 잘 모시겠다고 약속해놓고 재산을 받고 나면 부양 의무를 저버리는 자녀들 이야기.

    씁쓸하기 그지 없죠. 이런 자녀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먼저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3년 유 모 씨는 아들에게 서울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물려줬습니다.

    대신 효도각서를 썼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집에 살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해제나 다른 조치를 취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산을 받고 나자 아들은 바뀌었습니다.

    몸이 편찮은 어머니의 간병을 누나와 가사 도우미에게 맡겼고, 부모에게 요양시설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유 씨는 아들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물려준 집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부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부동산을 넘긴 건 단순 증여가 아닌 받는 쪽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부 증여"라며, "상대방이 부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양의무를 저버린 자녀에게 소송을 건다고 전부 재산을 되돌려받는 건 아닙니다.

    [김민호/변호사]
    "승소하기 위해서는 매월 금전지급 의무나 구체적 부양 의무를 명시한 부담부 증여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앵커 ▶

    앞서 보신 이번 판결은 부모가 사전에 자식에게 효도각서를 쓰도록 한 게 주효했습니다.

    즉 부모의 재산을 자녀 소유로 바꾸는 등기를 이전하기에 앞서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재산을 돌려받겠다.

    이런 내용을 문서로 남겼던 건데요. 바로 이 점 때문에 단순 증여가 아닌 부담부 증여.

    다시 쉽게 말해서 조건부 증여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런 문서나 각서 없이 이미 재산을 넘겼다면 이후에 자녀가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다 하더라도 부모가 재산을 되찾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부양 안 하는 자녀 상대 '불효소송' 증가]

    요양병원에서 홀로 생활하는 87살 이 모 할아버지.

    자신을 부양하겠다는 아들의 말을 믿고 시가 10억 원 상당의 땅을 물려줬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땅을 받은 뒤 부양은커녕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습니다.

    [성낙일/변호사]
    "아버님께서 큰 아드님이 부양도 하고 또 시제나 이런 것도 같이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증여를 해 드렸는데 그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 할아버지는 땅을 되돌려 달라며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땅을 물려줄 때 부양을 약속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91살 최 모 할머니도 부양을 조건으로 큰아들에게 시가 3억 원의 땅을 물려줬습니다.

    아들은 땅만 가로채고는 오히려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실형을 선고받기까지 했습니다.

    최 할머니 역시 소송을 냈지만 부양 약속을 말로만 했기 때문에 패륜아들로부터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었습니다.

    ◀ 앵커 ▶

    씁쓸하지만 이처럼 재산 상속을 둘러싼 부모, 자녀 간의 분쟁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돌아가신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놓고 나머지 가족들이 법적 다툼을 벌이는가 하면 반대로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를 지급하라고 청구하는 소송도 늘고 있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합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우리나라 민법에 정해진 법정 상속 지분 비율부터 함께 보실까요.

    우선 돌아가신 분의 배우자가 자녀보다 50%를 더 받고, 자녀들은 성별, 서열, 결혼 유무 등에 관계없이 똑같이 나눠 받습니다.

    예를 들어, 5인 가족 중 아버지가 사망했을 경우 배우자인 어머니가 33.3%를 받고 자녀 3명이 22.2%씩 나눠 갖는 건데요.

    물론 이 과정에서 상속 재산의 형성이나 유지에 특별한 기여를 한 가족이 있다면, 그 기여분을 재산 분할 이전에 먼저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으로 모든 분쟁이 말끔히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2년 594건이던 상속재산 분할소송은 지난해 771건으로 3년 만에 20% 넘게 증가했습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90건이 접수돼 지난해 수치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예전엔 상속 재산이 많은 경우 다툼이 잦았다면, 요즘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부모가 남긴 집 한 채를 놓고도 형제간에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면, 부모 입장에서도 자식이 부양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게 해 달라고 법원에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대법원이 집계한 부양료 지급 청구소송을 살펴보면, 지난 2002년엔 98건이었던 것이 2010년 20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262건이 접수됐습니다.

    큰 폭은 아니지만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는 건데요.

    자녀는 부모를 '당연히' 부양한다는 사회 통념이 점점 퇴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이렇게 가족 간에 법적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늘면서 이젠 효도의 의무와 재산 상속을 강제로 법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에선 부모를 부양한 자녀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이 논의 중인데요.

    보도 먼저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부모 모시고 10년 살면 상속세 감면"]

    국회 기획재정위는 10년 이상 부모를 모시고 산 자녀에게 주는 주택상속세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한 집에서 10년 이상 1주택 부모와 동거하고, 자녀가 무주택자인 경우, 주택 상속 시 공제 한도를 현행 2억 원에서 5억 원 주택으로 늘리는 겁니다.

    주택이 5억 원 이상이면 5억 원을 뺀 나머지 액수에 세가 부과됩니다.

    이웃에 살면서 봉양한 경우는 제외됩니다.

    [강석훈/새누리당 의원]
    "효도를 장려한다는 측면, 가족 해체를 방지한다는 측면 등에서 여·야 간의 큰 이견 없이 합의했습니다."

    [김관영/새정치민주연합]
    "세수 감소 효과는 적은 반면에 10년 이상 부모를 봉양하는 유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서…"

    ◀ 이혜민 아나운서 ▶

    보다 직접적으로 자녀에게 부모 부양과 재산 증여를 연계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인데요.

    앞서도 설명해드렸듯 우리 민법에선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질렀을 때"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했지만 558조에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더 나아가 부모를 학대하는 등 패륜 행위를 저질러도 이미 물려준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민법 개정안은 문제의 558조를 삭제하고, '증여해제' 범위에도 '증여자에 대한 학대와 그 밖의 부당한 대우'를 추가했는데요.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되찾기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도, 자녀가 홀대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때로부터 1년 이내로 확대했습니다.

    또 자녀가 물려받은 재산을 이미 써버렸을 때는 이를 변상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는데요.

    법무부도 현재 비슷한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어, 불효자 방지법과 관련된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앵커 ▶

    부모에 대한 자녀의 부양 의무는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부모를 부양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론 재산 상속에서 그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반면, 효도한 자녀에게는 재산을 더 많이 물려줄 수도 있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설명 들어보시죠.

    ◀ 유선경 아나운서 ▶

    직계혈족과 배우자간의 의무가 정해져 있습니다.

    즉, 자녀의 부모에 대한 '효도'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건데요.

    이에 따라, 맏아들 같은 특정 자녀가 부모를 보살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진 않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아버지 병수발, "상속재산 기여 인정 안 돼"]

    2년 전 세 자녀를 두고 숨진 A씨.

    사망 후 13억 원 규모의 부동산이 발견됐습니다.

    법에 따른 비율로 나눠 부인이 4억 3천만 원, 세 자녀는 각각 2억 8천만 원씩 받았습니다.

    문제는, 큰아들이 상속액이 적다며 어머니와 형제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습니다.

    아버지 병수발을 했으니 기여분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재판부는 기여분이란 공동 상속인 가운데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해야 인정되는데, "큰아들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런데 최근엔 부모를 잘 모신 효자나 효녀가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아야 한다는 판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부양을 넘어 부모를 극진히 모시거나, 재산의 형성이나 유지에 기여했을 경우엔 재산도 더 많이 물려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효도한 자녀 유산 상속 더 받아야"]

    지난 1997년 남편과 사별한 어머니를 홀로 모셔온 권모씨.

    병수발만 15년, 그 사이 권씨는 미혼으로 50대를 맞았지만 유일한 피붙이였던 형은 그제야 나타나 유산 3억 원을 반반씩 나눠갖자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1월, 어머니에게 효도를 한 동생의 '기여분'을 50%로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반반씩 나누라고 판결했습니다.

    결국, 동생은 75%인 2억 2천500만 원, 형은 25%인 7천500만 원을 상속했습니다.

    [동생 권 씨]
    "제가 법원 판결문을 받고 어머니 제사상에 올렸습니다. '이젠 더 이상 걱정 마시라'고 하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조혜정/변호사]
    "예전처럼 효심에만 부모 봉양을 맡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요. 법원이 기여분을 좀 더 전향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 앵커 ▶

    그럼 해외 사례는 어떨까요.

    자녀는 부모를 부양하고 부모는 자신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일이 그렇게 당연하지 않은 외국에서는 이런 논의가 더 일찍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혜민 아나운서가 설명합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유럽에선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줬더라도 이를 되돌릴 수 있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민법 530조에 "증여자 또는 근친에 대해 중대한 배은행위를 저질러 비난을 받으면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요.

    프랑스는 민법 955조에 "생명에 위해를 가한 경우, 또 중대한 학대와 모욕,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부모 부양 의무를 강제한 나라도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1994년 특별한 이유 없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부모는 자식에게 부양비를 요구할 수 있고 자식이 응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거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부모부양법'을 만들었습니다.

    중국도 지난 2013년부터 예순 살 이상 부모에게 의무적으로 정신적. 금전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한 '노인 권익 보장법' 일명 '효도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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