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 사람의 천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런 말처럼 어느 사회나 영재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의 영재교육 문제가 좀 많다는 지적입니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선행학습에 너무 치우치고 있기 때문인데.
오늘 뉴스플러스는 우리 영재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조국현, 신지영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영재 교육'을 시켜준다는 서울의 한 학원을 찾았습니다.
상담을 시작하자마자 수학을 몇 년씩 앞당겨 가르쳐준다고 말합니다.
◀ A학원 관계자 ▶
"(4학년) 영재원을 생각하시면 늦어도 1학년에 시작을 하셔야 되는데 유치부 때부터 하면 더 좋죠."
수강료도 일반학원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릅니다.
◀ B학원 관계자 ▶
"(아무래도) 어머님들이 수학 과학 쪽엔 지식이 없다 보니 (학원비가) 한 달에 백만 원 정도가 되죠."
그러면서 학원을 다니면 영재교육원이나 각 학교의 영재학급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C학원 관계자 ▶
"1년 이상 꾸준하게 했던 학생들이 (영재교육원 합격) 성과를 내줬어요. 기출문제 교재로 수학 심화 사고력 등을 해결하면…"
전국의 영재교육기관은 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이 269개, 각 학교 영재학급이 2천6백여 개로 초등·중학생 6백만 명 가운데 2%에 이르는 12만 명 정도가 여기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통상 한 사회의 영재 비율로 여겨지는 1%를 훌쩍 넘었지만 영재기관에 자녀를 넣겠다는 부모 욕심에 경쟁률은 매년 올라가고 있습니다.
"영재교육원 보내고, 경시대회에서 상 받게 하고, 과학고 보낸 다음 좋은 대학 보내려는 거죠."
이 때문에 영재교육원도 학생의 영재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선발시험의 난이도를 높이는데 최근 초등학생을 뽑는 한 영재교육원은 '정수론' 같은 문제 8개를 18장에 걸쳐 냈을 정도입니다.
"(영재교육원) 시험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아요."
◀ 기자 ▶
과거엔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四當五落'이란 말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엔 일부 학부모 사이에 '四當三落'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영재교육이라면서 선행학습으로 4개 학년은 앞서가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느 건데, 우리 아이들 이렇게 가르쳐도 되는 걸까요.
계속해서 신지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릴 때부터 유독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병영 군은 특별한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1년에 영재원에 선발돼 적성을 계속 살리고 있습니다.
◀ 이병영 ▶
"다른 거보다 실험을 많이 하니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더 잘 많이 이해하게 돼요."
그러나 이 군처럼 영재성을 인정받아 영재원에 들어가는 경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영재기관 입학을 목표로 문제풀이식 학원을 다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교육이라면 있던 영재성도 망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 박윤조/성균관대 발달증진센터 팀장 ▶
"자기들 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어요. 그런데 그것들을 타인에 의해서 조절 받는다고 하거나 이럴 때 굉장히 아이들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부자연스러워지기도 하죠."
일선 교사들은 "선발 방식 자체가 학원에서 훈련받은 아이들에게 더 유리하게 되어있다"고 지적합니다.
2011년 학교에서 학생을 관찰해 영재성을 판별한 뒤 추천하는 '관찰추천제'가 도입됐지만, 영재 전문가가 아닌 교사가 영재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아 실제로는 대부분 시험을 쳐서 선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 일선 교사 ▶
"영재성 있는 아이들은 또 많은 경우에 공부를 못하는 애들도 있어요.선생님 말을 잘 안듣는, 그런 약간 문제가 있는 아이가 영재성이 있는 경우도 꽤 있어요."
정부는 선행학습을 최소화하고 사교육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영재 만들기 교육이 선행학습의 또 다른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지영입니다.
뉴스데스크
조국현 기자
[뉴스플러스] 영재교육의 허와 실…될 법한 영재도 망친다?
[뉴스플러스] 영재교육의 허와 실…될 법한 영재도 망친다?
입력
2015-01-05 20:23
|
수정 2015-01-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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