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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플러스] 119 꺼리는 공사장…산업재해 숨기려 지정병원 고집

[뉴스플러스] 119 꺼리는 공사장…산업재해 숨기려 지정병원 고집
입력 2015-01-14 20:32 | 수정 2015-01-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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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바로 119 아닙니까?

    그런데 119 대신 다른 곳에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대형 공사장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주변 병원과 계약을 맺고 환자가 발생하거나 사고가 생겼을 때 지정병원에 우선적으로 연락하는 게 관행이라고 합니다.

    오늘 뉴스플러스 119 대신 지정병원부터 찾는 이 오래된 관행의 속사정을 알아봤습니다.

    먼저 이준범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16일, 제2롯데월드 공사장.

    8층에서 일하던 63살 김 모 씨가 10미터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119 대신 업체와 계약된 지정병원에 연락했고, 김씨는 15분 뒤 도착한 구급차로 옮져지다 숨졌습니다.

    ◀ 소방서 관계자 ▶
    "상식적으로 부자연스럽죠. (위급한 상황에) 119 부르는 건 거의 일반화 되어 있는 상식같은 건데."

    이 현장에서는 지난해 4월에도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은 인부가 지정병원으로 이송되다 사망했습니다.

    지정병원의 구급차가 도착한 건 사고 난지 22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 유가족 ▶
    "(사고 직후에) 아직 죽지는 않았다고, 안 죽었는데 다치긴 좀 많이 다쳤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제2롯데월드와 롯데의 지정병원까지의 거리는 2.6km.

    그런데 119 안전센터까지는 1.3km 거리라 가까웠습니다.

    1초가 급한 상황에서 119를 불렀더라면 구급차가 오는 시간은 단축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 지정병원 관계자 ▶
    "그 쪽에서 판단을 해가지고 부르면 가는거고요. 응급 구조사가 없을 경우에는 구급차 기사라든지 저희 직원들이 나가요."

    지정병원을 두고 있는 현장은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의 모자마다 병원 연락처가 적혀 있습니다.

    ◀ 공사현장 근로자 ▶
    "119는 절대로 안불러요. 거기서. 사고 나면 안전팀에서 그 지정병원 병원차를 부르죠."

    재작년 한 해 동안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2만 2천여 건.

    하지만, 119가 출동한 경우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 기자 ▶

    롯데를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은 왜 이렇게 119 대신 지정 병원을 고집하고 있는 걸까요?

    이는 '산업재해' 처리 여부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 건설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오현석 기자가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지난해 1월, 강판 제조 설비를 고치던 협력업체 직원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 현대제철 협력업체 재해 근로자 ▶
    "사이에 딱 끼어버린 거죠, 손가락이. 끼었을 때 느낌은 안 왔는데 손가락이 퉁퉁 붓더라고요."

    새끼손가락 일부가 으스러져 수술까지 받았지만,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 현대제철 협력업체 재해 근로자 ▶
    "(관리자가) 웬만하면 '공상 처리' 하자는 말투로 얘기했죠. (반대하면) 나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그게 가장 두려워서 산업재해 처리를 못했죠."

    3일 이상 일을 쉬어야 하는 사고를 숨기는 것은 불법이지만, 현장 근로자들은 치료비 등을 주고 합의한 뒤 공식적으로는 신고하지 않는 이른바 '공상 처리'가 관행이라고 말합니다.

    ◀ 손목 골절 재해 근로자 ▶
    "회사에 산업재해 처리 하자고 하면 공상처리 하자고 대부분이 그래요."

    재해 업체로 등록되면 보험료 책정뿐만 아니라, 각종 계약에서도 불이익을 받습니다.

    그런데, 119 구급차가 일단 출동하면 노동청에 자동으로 사고 내용이 통보되기 때문에, 업체마다 119보다는 지정병원 등을 더욱 선호하는 실정입니다.

    ◀ 하창민/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 ▶
    "바깥에 119에 신고를 하면 문책이 따라요. 그러다보니 업체 트럭으로 실어서 나르고, 숨기려고 나르는 거죠."

    안전사고를 숨기는 관행이 만연한 가운데, 산업재해로 매년 2천 명 가까운 근로자들이 숨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오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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