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유상하 특파원

두 얼굴의 꽃…한중일 '벚꽃 원조' 외교 전쟁

두 얼굴의 꽃…한중일 '벚꽃 원조' 외교 전쟁
입력 2015-04-04 20:17 | 수정 2015-04-04 21:36
재생목록
    ◀ 앵커 ▶

    오늘 벚꽃 나들이 다녀오신 분들 많을 텐데요.

    남부지방은 이미 만개를 했고요. 서울도 이제 피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주말쯤이면 절정에 다다를 걸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저희 스튜디오에도 이렇게 벚꽃터널을 만들어봤습니다. 참 아름답죠?

    하지만 왜색의 느낌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이 벚꽃의 원산지가 어디냐를 놓고 한중일 3국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도쿄에서 유상하 특파원이 보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성곽을 배경으로 강물에 벚꽃이 비치는 절경으로 유명한 지도리가후치.

    벚나무 1천여 그루가 줄지어 서있는 우에노 공원은 도쿄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입니다.

    이 두 곳은 우리에게 왕벚나무로 알려진 '소메이요시노' 품종이 대부분으로, 지금은 일본 전체 벚꽃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쿄의 한 공원에는 소메이요시노 발상지라고 새긴 비석까지 세워놓을 정도로, 일본인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다카노 (소메이요시노 발상지 기념사업회)]
    "두 개의 품종을 키워 가는 중에 새 품종이 태어났는데, 그것을 '소메이요시노'라고 합니다."

    4백년 전 에도시대 품종교배로 만들었다는 점을 반영해, 학명에도 '에도'라는 말이 포함됐다고 내세웁니다.

    최근 중국은 원래 일본엔 벚나무가 없었는데 중국 히말라야에서 건너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원조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중국 현지 보도]
    "전 세계 40여 종 벚꽃 야생종 가운데 중국이 원산지인 것이 33종이나 됩니다."

    한편 우리는 국립산림과학원 측이 워싱턴의 벚나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제주 원산의 왕벚나무와 같은 것으로 결론내리기도 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유상하입니다.

    ◀ 앵커 ▶

    일본에게 벚꽃은 그냥 꽃이 아닙니다.

    우호와 친선 그리고 정반대로 침략과 지배를 겨냥한 외교적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박범수 특파원입니다.

    ◀ 리포트 ▶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미국 워싱턴DC 포토맥 강변의 벚꽃들.

    100여년 전 일본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 부인이 벚꽃을 보고 감탄하자 오자키 도쿄시장이 선물로 보낸 3천여 그루의 왕벚나무들입니다.

    [매켈란/벚꽃전문가]
    "(오자키 시장은) 벚꽃이 아름다울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감사를 표시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본이 미국의 환심을 사려고 우호의 상징으로 펼친 벚꽃외교는 매년 봄마다 워싱턴 벚꽃축제로 거듭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노튼 美 하원의원]
    "벚꽃은 매년 우리에게 일본과의 우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반면 일본에게 벚꽃은 침략과 지배의 도구로도 사용됩니다.

    제국주의 일본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킨 뒤 벚꽃을 옮겨다 심어 조선말살정책의 첨병으로 벚꽃을 이용했습니다.

    3년 전 미국 뉴저지주의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에 반대하던 일본 의원들은 기림비를 철거하면 벚꽃을 대량으로 심어주겠다고 제안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친선과 침략의 두 얼굴을 가진 일본의 벚꽃 외교가 이달 말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주목됩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박범수입니다.

    ◀ 앵커 ▶

    그런데 한중일 삼국간에 벚꽃 원조 논쟁은 왜 불거졌을까요?

    또 전부 자기가 원조라고 주장하는데 어느 주장이 가장 진실에 가까울까요?

    김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봄이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벚꽃축제.

    하지만 벚꽃을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박소민/대학생]
    "일본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아쉽죠. 꺼림칙한 부분도 있고."

    한때는 벚나무 베어버리기 운동이 일었을 정도로 벚꽃 논쟁은 역사적 감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경제논리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유전자원에 대한 개별국가의 기득권이 강화되는 추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 원조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논쟁의 핵심은 왕벚나무입니다.

    중국은 왕벚나무 자체가 없기 때문에 논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습니다.

    문제는 왕벚나무를 둘러싼 한일간 논쟁인데, 우리나라 제주에서 자생하고 있는 왕벚나무가 일본에 건너가 소메이요시노가 됐다는 주장과, 왕벚나무와 소메이요시노는 다른 종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습니다.

    일본은 오랜세월 동안 벚꽃의 품종을 개량하고 해외로 보급해왔습니다.

    따라서 원조논쟁 보다는 벚꽃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진성 교수/서울대 산림과학부]
    "꽃이 더 아름답다든지 개량, 개발 이 쪽에 더 신경을 많이 썼으면..."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으며 봄소식을 알려주는 벚꽃.

    우리 식으로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MBC뉴스 김정원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