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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10만원짜리 없나요"…중간이 없는 한국호텔

[집중취재] "10만원짜리 없나요"…중간이 없는 한국호텔
입력 2015-04-10 20:51 | 수정 2015-04-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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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천4백만명이 넘습니다.

    이들은 서울의 하룻밤 숙박비로 어느 정도를 예상하고 있을까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물었더니 89달러, 우리 돈 1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이런 숙소를 찾는 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전종환, 오유림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특급 호텔, 하지만 하룻밤 수십만 원에 달하는 숙박비는 외국인 여행객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레나/홍콩]
    "특급 호텔은 너무 비싼 편이에요."

    단돈 몇만 원이면 잘 수 있는 모텔이나 무허가 게스트 하우스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크리스/독일]
    "숙소의 질을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비즈니스 뿐 아니라 단순 여행 목적의 젊은 관광객도 늘어나면서, 10만 원 안팎의 2,3급 호텔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지만 객실 수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나마도 이 정도 가격에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된 호텔을 구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숙박비 8만 원의 한 2급 호텔, 머리카락이 바닥에 그대로 방치돼 있고 이불을 들춰낸 바닥엔 얼룩이 져 있을 만큼 엉망입니다.

    [미국 관광객]
    "한국의 조금 싼 호텔들을 찾아 본 적 있지만 더럽고 불편해서 찾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러다 보니 서울을 방문했지만 방을 구하지 못하고 경기도 등 다른 지역 호텔에 머문 관광객이 작년에만 140만 명이나 됩니다.

    [권태일/한국문화관광연구원]
    "라면 먹을 돈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는 건 스테이크 수준의 객실들이 공급되기 때문에."

    앞으로 5년 동안 서울에 지어질 관광 숙박 시설도 열 중 7곳은 여전히 특급 호텔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인데요.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오유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휘경동의 한 관광호텔.

    숙박비는 10만 원 전후에 위생 상태도 좋아 관광객 만족도가 높습니다.

    [니시무리 푸니/일본]
    "요금이 싸고 깨끗합니다. 여행경비가 40% 가량 절약됐습니다."

    이런 관광호텔들을 더 많이 짓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인데 여기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현행법상 호텔은 유해시설로 분류돼 학교 주변 50미터 이내엔 절대 지을 수 없고, 50에서 200미터 이내일 경우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런 규제를 풀어서 100실 이상인 호텔은 심의 없이도 지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변정우/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장]
    "관광객이 늘어가는데 좋은, 글로벌 스탠다드화 돼 있는 숙박시설이 많이 필요한 거죠."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호텔이 들어서면 주변에 유흥업소가 따라 들어서고, 취객에, 낯 뜨거운 전단지에, 학교 주변의 환경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게 많은 학부모들의 걱정입니다.

    [황보연주/학부모]
    "(호텔이) 아파트 단지 바로 앞인데 우리 애들도 왔다 갔다하고 교육적으로도 안 좋고 미관상으로도 안 좋고."

    외국인 관광객 천4백만 시대, 호텔을 유해시설로 보는 인식에는 분명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힐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오유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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