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 농부들이 재배한 신선한 농작물들.
국산이니까 그 수익은 당연히 우리 몫이겠지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팔릴 때마다 해외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바로 종자에 붙는 로열티 때문인데요.
홍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스승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 이천의 한 화훼농가에서 카네이션 출하 작업이 한창입니다.
화분 하나하나 씨앗을 심어 6개월 이상 재배했지만, 전부 농가 수익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곳에 있는 카네이션은 모두 상품성이 좋다는 스페인산입니다.
이런 화분 하나당 80원 정도의 품종 값,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농가가 버는 돈의 20%가 해외로 나가는 겁니다.
[홍해수/하일꽃농장 대표]
"생산비에서 로열티가 추가되면 판매가도 높아지겠고 소비자도 더 비싸게 부담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최대한 낮추는 게 좋죠."
이번엔 버섯 농가를 찾아 가봤습니다.
재배하고 있는 양송이버섯의 종균은 이탈리아산입니다.
최근 '토종 품종'이 개발됐지만, 아직 농부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재훈/송이나라 대표]
"지금 새로 개발되는 종자들은 (검증된) 데이터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믿고 쓸 수가 없어요."
카네이션과 버섯, 장미 등 대표적인 원예작물 12개 품목에 대해 지난해 지불한 로열티만 136억 원.
반면, 토종 품종을 수출해 번 로열티는 3억 원에 불과합니다.
[신학기/농촌진흥청 연구관]
"로열티가 많은 이유는 국산 품종 개발이 낮은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외국 품종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이야기죠."
우리나라 채소와 원예 종자 시장의 50% 정도는 외국계 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 앵커 ▶
이처럼 종자시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토종 종자 기업 중에 2위에 올라 있는 회사도 일본계 펀드에 매각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오상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알싸한 매운맛의 청양고추, 높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의 금싸라기 참외. 모두 국내업체가 개발한 품종이지만 소유권은 세계 최대의 농업기업 '몬산토'가 갖고 있습니다.
[김미자]
"청양고추 그러면 이름이 꼭 우리나라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청양고추' 하면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지 저는 여태까지 (외국 것이라고) 생각 안 했어요."
97년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업체 4곳을 인수하면서 당시 국내업체 점유율은 35%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로열티 비용 때문에 2~3년마다 종자가격이 20%씩 뛴 품목이 많습니다.
3년 전 국내업체인 동부팜한농이 몬산토가 보유한 우리 종자 240개를 찾아와 국내 업체 점유율은 89%까지 회복됐지만 이 기업도 최근 일본계 사모펀드에 매각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1위 기업인 농우가 중국에 세운 자회사 매출이 국내 매출규모를 넘어서는 등 우리 기업들은 중국시장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강병철/서울대 원예학과 교수]
"다국적 기업의 경쟁력이 강한 식량작물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한 무, 배추, 고추 등의 채소작물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확대하고 그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2020년까지 종자수출 2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골든시드 프로젝트' 성공 여부도 커가는 중국시장 공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오상연입니다.
뉴스데스크
홍신영 오상연
홍신영 오상연
[집중취재] 카네이션·청양고추도 해외에 로열티…'종자 전쟁' 시작
[집중취재] 카네이션·청양고추도 해외에 로열티…'종자 전쟁' 시작
입력
2015-05-09 20:30
|
수정 2015-05-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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