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육아휴직,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도록 8살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회사 눈치 보랴, 맘 편히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여성 10명 가운데 2명 정도만 쓰는 현실입니다.
정부가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 민간 회사까지 훈풍이 불고 있지는 않죠.
오늘 뉴스플러스에선 육아휴직 문제 고민해보겠습니다.
먼저 윤지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 서대문구청의 민원여권과.
여권을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이지만 창구 곳곳이 비어 있습니다.
정원 26명 가운데 4명이 출산이나 육아 휴직을 떠났지만 빈자리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청 직원]
"아무래도 부담이 많죠. 한 사람 빠지면 어떨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구청 전체로 보면 행정직 공무원 1000여 명 가운데 11%인 114명이 육아휴직 등으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서울 서초구청 민원센터에서는 직원 48명 가운데 15%가 넘는 8명이 육아휴직 등으로 일손을 놨습니다.
구청마다 급한 대로 계약직이나 시간제 공무원을 채용했지만 업무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엔 역부족입니다.
[일선 구청 관계자]
"일반사람(대체인력)들을 뽑으라고 하는데 행정용어도 모르는데 답답하다는 거죠. 책임감도 없고…."
전국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육아휴직 신청자 수는 10년 전 1천100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7천900여 명으로 6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공무원의 육아휴직 기간은 민간보다 훨씬 긴 최장 3년.
부처별로 차이가 있지만 중앙부처에서도 육아휴직은 상당히 정착된 상황입니다.
산업통산자원부에선 여성 육아휴직 대상자의 절반 가까이, 병무청과 금융위, 국세청도 10명 중 4명 이상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여성 공무원들이 급증하면서 공직사회에서는 육아휴직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앞으로 보직 등에서 불이익을 걱정하는 공무원들도 있기는 하지만 신청이 거부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민간 회사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김나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법률 회사 직원인 한 여성은 출산 후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회사에서는 몇 달째 결재를 미루고 있습니다.
회사를 상대로 독촉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퇴사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신청자]
"(육아휴직을 안 해주면) 식구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 물론 경력 단절은 되겠지만."
무역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여성은 출산휴가에 이어 3개월 육아휴직을 내는 과정이 가시밭길 같았습니다.
[육아휴직자]
"너무 힘들고 서럽고, 축복받아야 할 일인데, 둘째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 (꿈도 못 꾸죠)."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10년간 몸담았던 여성은 육아휴직 후 복귀했지만 아예 책상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육아휴직 후 해고자]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을 때인데,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제 이름과 제자리가 없어졌더라고요. 좀 더 좌절감을 맛보고…."
모성보호 위반으로 신고할 수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신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혹시라도 그로 인해 저한테 어떤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최근 5년간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중 해고된 근로자는 총 2만 7천여 명, 연평균 5천 명에 달합니다.
특히 근로자 3백 명 미만인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은 말 그대로 꿈일 뿐입니다.
[김명희 노무사/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월 상담은 2백 건 이상인데요. 출산휴가, 육아휴직 관련 상담이 전체 상담의 70% 가까이 돼요."
아직도 육아휴직은 용감한 엄마들의 선택이고, 자칫 '영원한 휴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현실,
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져 있는 2015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김빛나/육아휴직자]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고 싶고요. 그중에서도 사랑. 모든 엄마들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BC뉴스 김나리입니다.
뉴스데스크
윤지윤 김나리
윤지윤 김나리
[뉴스플러스]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민-관 양극화'
[뉴스플러스]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민-관 양극화'
입력
2015-11-07 20:30
|
수정 2015-11-0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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