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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M출동] 땅꾼들 교묘한 밀렵에 '토종뱀' 씨 마른다

[현장M출동] 땅꾼들 교묘한 밀렵에 '토종뱀' 씨 마른다
입력 2015-11-08 20:30 | 수정 2015-11-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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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몸에 좋다면 무조건 먹고 보는 우리의 보신 문화, 언제쯤 달라질까요.

    야생뱀을 잡아서 보양식 재료로 팔아넘기는 이른바 땅꾼들의 불법 밀렵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토종뱀 씨가 마르는 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야산 곳곳에 그물과 통발이 깔려 있고, 안에는 뱀이 꿈틀거립니다.

    유혈목이와 살모사 등 야생 독사들.

    날씨가 추워지면 겨울잠을 자러 이동하는 습성을 이용해 땅꾼들이 뱀 밀렵에 나선 겁니다.

    [정인승/야생생물관리협회 충남지부장]
    "(10월 이후) 월동을 위해서 돌이 있는 산으로 올라가는 그 시점을 틈타서 밀렵행위를 하고 있어요. 통발로 유인해서…"

    멸종위기종인 구렁이를 포함해 모든 야생 뱀을 잡거나 거래하는 것은 물론, 먹는 것도 불법.

    지속적인 단속과 등산객들의 신고로 뱀 밀렵은 줄어드는 것 같지만, 오히려 은밀하게,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요즘 땅꾼들은 인터넷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단속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뱀의 이동 길목에만 작은 그물을 치는 수법으로 남의 눈에 안 띄게 뱀의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이철하/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단속관]
    "등산객들 눈에 안 띄게 (뱀이 동면하는) 돌무더기만 (그물로) 딱 싸서, 그물을 (크게) 치면 노출되니까 통발만 놓는…"

    잡힌 뱀들은 마리당 수십만 원씩까지, 뱀탕이나 뱀술 재료로 팔리는 상황.

    건강원에 가봤습니다.

    밀수로 들여오는 중국산 뱀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느라, 토종 야생뱀만 취급한다며 영업에 열을 올리는 곳부터.

    [A 건강원 주인]
    (뱀은 여기서 잡아요? 용문산에서?)
    "그렇죠. 각지에서. (뱀탕이) 잘된 건 간이 어느 정도 돼서 맛있어요. 뱀 자체에서 우러나요."

    만병통치약식 효과를 내세우는 곳도 있습니다.

    부르는 값은 기본 수백만 원.

    [B 건강원 주인]
    "간도, 장도 좋아지고 피 순환도 되고, 한탕 하는데 3백만 원은 싼 것이에요. 좋은 건 더 많이 비싸요."

    심지어 의사 인양 구체적인 뱀탕 처방을 내려주기도 합니다.

    [C 건강원 주인]
    "보니까 (손님은) 지방간 같은 성인병이 문제고 독 있는 뱀 4만 원짜리 넣고 소화 잘 되게 화사를 넣을 거예요."

    그러나 이런 보양식을 먹다가는 보신은 커녕 병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조수현/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성기능 강화, 관절염에 좋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고 칼로리가 높아서 지방간 같은 병을 악화시키는.…"

    최근 5년간 불법 밀렵 된 뱀만 6천 마리. 밀렵이 두 번째로 많은 고라니의 17배입니다.

    천적인 뱀이 줄면 당장 들쥐가 늘어나 유행성출혈열 같은 감염성 질환이 확산 될 우려가 높습니다.

    그릇된 보신 문화와 은밀해진 밀렵에, 생태계의 균형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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