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 집 아파트에서 들리는 이 소리.
위층에서 내는 층간 소음인 경우가 많죠.
그런데 최근 이렇게 옆집에서 나는 소리.
다시 말해 벽간 소음 피해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민병호 기자가 한 아파트를 찾아가 봤는데요.
벽을 통해 옆집과 대화까지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아파트.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웅얼웅얼……."
[오헨리/서울 OO아파트 입주민]
(이게 지금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요?)
"옆집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내용도 정확히 대충 들리세요?)
"예. 들리죠. 선명하게 들리는데요."
(뭐라고 들리나요?)
"지금 전화 통화를 하는 소리고요. 강남역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는 소리예요."
이사온지 2년 넘게 매일같이 겪고 있는 일입니다.
옆집의 부주의라고 보기엔 너무나 평범한 집안 소음들.
집주인은 벽을 통해 옆집과 대화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말을 걸어봤습니다.
(들리십니까?)
"네, 들립니다."
(구구단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네."
"3*6."
(18)
"4*5."
(20)
"그쪽에서 질문해보세요."
(2*7)
"14."
(5*4)
"20."
두드리는 곳마다 소리도 제각각인 의문의 벽.
건설사에 항의를 해봤지만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됐고 울화통이 치민 집주인은 급기야 벽 전체를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석고보드 뒤로 속살을 드러낸 벽은 이곳저곳 빈틈 투성인 벽돌들이었고 심지어 그냥 빠지는 벽돌도 있었습니다.
[김근영/연성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런 틈으로 인해서 소리가 거의 우리 정상적인 것의 7~80% 이상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볼 수 있죠."
현장을 지켜본 건설사 관계자도 순순히 부실공사임을 인정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법 문구상으로는 '밀실하게 시공해야 된다'라고 한 줄 되어 있는 상황이라서 가능하면 그렇게 지키려고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까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아파트 전체 세대의 1/3가량이 비슷한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웬일인지 피해 입주민 대부분은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꺼렸습니다.
[벽간소음 피해 입주민]
"방송 나가는 자체가 싫다는 거죠. 하자 부분에 대해서 방송 나가게 되면 아무래도 아파트 가격이라든지 이미지가 너무 안 좋다는 거죠."
또 주택법상 아파트 세대의 벽은 두께 기준만 있을 뿐 전달되는 소음의 크기 같은 성능 기준은 없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해도 건설사가 굳이 들어줄 이유가 없습니다.
[차상곤 박사/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우리나라에는 위층 소리에 대한 제도라든가 기준에 대한 어떤 부분들은 분명히 존재하는 반면에 내가 옆집 소리로 뭔가를 제기했을 때는 어디에도 구제받을 어떤 공간은 하나도 없다…."
제대로 지었는지에 대한 책임과 감시는 뒤로 한 채 주민들에게만 배려와 불편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민병호입니다.
뉴스데스크
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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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M출동] 층간 소음 모자라 벽간 소음까지? '부실 공사가 원인'
[현장M출동] 층간 소음 모자라 벽간 소음까지? '부실 공사가 원인'
입력
2015-12-20 20:14
|
수정 2015-12-2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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