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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눈] 디지털 시대, 종이 달력 찾는 이유는?

[앵커의눈] 디지털 시대, 종이 달력 찾는 이유는?
입력 2015-12-22 20:38 | 수정 2015-12-2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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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가 곁들인 가계부를 또박또박 적어 가면서 알뜰하게 잘 살아보려고…"

    "가계부를 잘 기록해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 왔으며, 특히 수입의 73%를 저축하고 있습니다."

    "카렌다가 대량으로 제작되고 거리에 나돌면서부터 연말연시 기분을 앞당겨 느끼게 됩니다."

    ◀ 앵커 ▶

    어떻습니까.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지 않으십니까?

    올해도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새해 달력은 준비들 하셨는지요.

    오늘 [앵커의 눈]은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식 새해 준비를 들여다봅니다.

    ◀ 앵커 ▶

    자,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달력입니다.

    책처럼 넘겨본다 해서 '책력'이라고도 불렸다는데요.

    이건 1930년대 달력 중 하나입니다. 시작하는 요일이 지금과는 다르네요.

    이건 많이들 아시죠? 하루에 한 장씩, 바로 '일력'인데요

    오늘 하루도 잘 넘어갔구나 하며 한 장씩 뜯는 재미가 쏠쏠했죠.

    달력의 변천사, 조재영 기자가 이어서 설명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집에 걸어 놓으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에, 은행의 공짜 달력이 집집마다 필수품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유명 연예인 사진이나 유명 작가의 그림이 들어간 달력은 장식품 대신 벽에 걸렸고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때, 외국 풍경을 넣은 항공사 달력은 귀한 선물이 됐습니다.

    최근 몇 년간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공짜 달력은 줄었지만, 대신 돈 주고 사더라도 개성 있는 달력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소방관들이 모델로 나서는가 하면, 기념일을 직접 입력하는 '나만의 달력'도 나왔습니다.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한 예능 프로그램 달력은 해마다 품절입니다.

    수십 년간 누드사진 달력으로 유명했던 이탈리아의 한 타이어 업체는 내년 판 달력 모델로 각 분야의 여성 리더를 선정했습니다.

    달력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화 콘텐츠로 진화한 겁니다.

    ◀ 앵커 ▶

    무심히 봤던 달력에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네요.

    ◀ 앵커 ▶

    네, 방마다 달력 걸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추억의 물건이 사라져 간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공짜 달력만 사라진 게 아니죠.

    은행마다 나눠줬던 공짜 가계부도 보기 힘들어졌는데요.

    나세웅 기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살림의 거울 / 1995년]
    "얘, 너 가계부 좀 써보지 않을래?"
    "엄마는.. 맨날 적자인데 어떻게 써요."
    "생활이 빠듯한데 가계부에 기록할 것이 뭐 있느냐고 말할 수 있으나 그럴수록 꼭 써야 합니다."

    90년대 정부가 만든 홍보 영상입니다.

    가계부를 쓰면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고, 절약과 저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한 주부가 20년 넘게 써 모은 가계부는 집안의 역사를 말해주는 기록이 됐습니다.

    [문혜경]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이때 우리가 차를 샀네, 이런 걸 보면서 한 번씩 느끼게 되죠."

    이제 공짜 가계부를 나눠 주는 시중은행은 한두 곳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말마다 가계부 코너가 북적이고, 온라인 서점의 가계부 판매량이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가계부 애호가가 적지 않습니다.

    ◀ 앵커 ▶

    중장년 세대들이 달력에 제삿날과 생일을 표시하고 가계부에 살림 내역과 계획을 적어뒀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다이어리에 그런 내용을 적어 놓는데요.

    연말마다 이들을 겨냥한 커피 전문점의 다이어리 마케팅이 펼쳐지곤 합니다.

    김진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12월이 되면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이 다이어리 마케팅에 열을 올립니다.

    이 업체는 다양한 색상과 크기, 전문업체와 함께 만든 디자인의 다이어리로 14년째 손님 몰이 중입니다.

    6만 원 넘게 커피를 사 마셔야 받을 수 있는데도, 일부 색상은 이미 구하기 어려울 정돕니다.

    [김보민/ 스타벅스 점장]
    "첫날 다 모아서 가져가는 분들도 계시고요. 종류별로, 디자인 별로 네 가지 종류니까 하나하나씩 다 컬렉션 하시는 분도.."

    또 다른 업체는 다이어리 마케팅을 시작한 뒤 관련 음료의 매출이 50%나 늘었습니다.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한세린]
    "쿠폰을 모아서 받은 거기 때문에 사는 거랑은 다른 뭔가 쏠쏠한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직접 쓰다 보니 나만의 것이라는 애착을 갖게 되고, 자주 열어보며 1년 내내 쓴다는 점 때문에 연말마다 인기 사은품이 되는 겁니다.

    ◀ 앵커 ▶

    사실 이런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달력도, 가계부도, 다이어리도 필요 없는 시대죠.

    하지만 첫 장을 펴면서 새해를 시작하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한 해를 끝내는 아날로그 방식 만의 이 느낌은, 어떤 편리함과도 바꿀 수 없나 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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