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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공무원 열풍' 이면에 슬픈 자화상
[이브닝 이슈] '공무원 열풍' 이면에 슬픈 자화상
입력
2016-01-12 17:48
|
수정 2016-01-12 17:54
재생목록
◀ 앵커 ▶
가족들에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얘기하고는 1년 동안 거짓으로 출근을 해오던 한 3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워낙 취업이 어렵다 보니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우리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데요.
먼저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8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모텔에서 30대 남성이 객실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유서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건 모두 거짓이었고,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2천만 원'이라는 금액도 적혀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가족들에게 지난해 1월 충남 지역의 한 군청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한 뒤 1년 동안 거짓으로 출근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천만 원은 숨진 남성이 제3금융권으로부터 빌려 쓴 돈으로 파악됐는데요.
경찰은 이 남성이 거짓 취업과 빚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일명 '공시족'이라고 부른다고 하죠.
이런 신조어까지 생긴 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텐데요.
이렇다 보니 공무원시험 경쟁률도 수십 대 1에 달해 웬만한 대기업체 입사 경쟁률을 훌쩍 뛰어넘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해 5월 기준인데요.
만 15살에서 29살 사이 청년층 가운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63만 3천 명이었습니다.
이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답변이 22만 명 정도로, 전체의 35%를 차지했습니다.
다시 말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는 건데요.
이 숫자는 한 해 전과 비교하면 7% 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반면, '일반 기업체 입사를 준비한다'는 답변은 25.5%에서 19%로 줄어들어 정반대의 추세를 보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국가공무원 5급 채용시험엔 380명을 뽑는데 만 3천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35.8대 1에 달했습니다.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공무원을 살펴보면 3천7백 명을 뽑는데 무려 19만 명 넘게 몰려 경쟁률이 51.6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1년, 경쟁률이 93.3대 1에 달했던 적이 있었지만, 4년 만에 공무원 선발 인원이 2배 이상 늘어 경쟁률 자체는 줄어든 겁니다.
2016년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선발인원은 지난해보다 4백 20명 늘어난 4천 120명입니다.
◀ 앵커 ▶
지난해 서울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만 가입할 수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글입니다.
재학 중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졸업 후 지방직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는데요.
글을 올린 학생은 "월급 150만 원으로 시작하는 게 까마득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고 썼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서울대까지 나와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 "도전 정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답글을 달기도 한 반면, "9급 공무원은 꽤 괜찮은 진로"라는 답글, 또 "아이를 낳고 퇴사해 전업주부가 됐는데, 왜 '공무원','전문직'이 최고라고들 하는지 알겠다"며 공감을 표시한 글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 리포트 ▶
[Q. 공무원 시험 왜 준비하세요?]
[강현진(23)]
"공무원이 안정적이죠. 기업보다 일단 월급이나 이런 건 적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게 아무래도 지금 같은 경우엔 제일 좋은 것 같고요. 다른 복지혜택도 괜찮고요."
[안정우(25)]
"인문계 같은 경우엔 다들 버겁기 때문에 안정성 있는 직업도 찾기도 어렵고…. 자기 퇴근 시간이 딱 정해져 있어서, 자기만의 자유시간도 많아지고…."
[이다현(23)]
"노후를 생각해서도 '연금'이란 제도가 있고, 저 같은 여자 입장에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같은 데선 '육아휴직'이나 그런 걸 생각해보면 공무원만큼 그렇게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직업은 없다…."
[유서연(19)]
"요즘 취업이 잘 안 되잖아요. 성적도 대학 가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 보니까…. 부모님들도 이제 다 공무원 하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Q. 공무원 시험 준비 중 힘든 점은?]
[안효주(22)]
"범위도 되게 많아서 외워야 될 것도 많고, 또 시험도 한정되어 있어서, 또 경쟁률도 만만치 않고…."
[김진석(27)]
"비용 측면에서도 부모님한테 많이 기대야 하고 하는 것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었고, 시간 측면에서도 적어도 최소 2~3년은 준비해야 되는데…."
[이수미(23)]
"이 시간이 어떻게 보면 이거 안 되면 날아가는 거랑 마찬가지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 앵커 ▶
많은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열망, 즉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은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요.
공무원 처우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이기에 이처럼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지,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공무원 가운데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1호봉의 경우 올해부터 받게 될 월급은 134만 6천 400원입니다.
1년 연봉으로 계산해 보면 천 6백만 원 정도 됩니다.
4백 개 기업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초봉이 월 290만 9천 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액수인데요.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급식비, 가족수당, 학비 보조, 시간 외 근무수당 등 여러 가지 수당을 합치면 1년간 받게 될 총 급여는 중소기업 초봉 수준인 연봉 2천만 원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공무원' 하면 정년 때까지 고용이 안정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평균적으로 만 28살쯤 임용된다고 봤을 때 만 65살 정년까지 37년 동안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건데요.
일반 기업체에서 도는 우스갯소리 즉, 요즘 '서른여덟 살도 선선히 퇴직을 받아들인다'는 뜻인 <38선>, 또 '45살이 정년'이라는 뜻의 <사오정>, '56살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이라는 뜻의 <오륙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인 거죠.
여기에 별도의 퇴직금은 없지만, 퇴직 이후 한 달에 백만 원 넘게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 연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당장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학력제한이 따로 없는데다, 지난 2009년 연령제한까지 없어지면서 40~50대 장년층까지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토익 점수나 자격증을 제출해 가산점을 받을 순 있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닌데요.
특히 여성들 입장에선 다른 직업에 비해 남녀차별도 적은 편이고, 3년간 육아휴직이 보장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떤 업무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앞서 보신 서울대생 글에서 나온 '저녁이 있는 삶'도 요즘 젊은이들이 직업을 결정하는 데 꽤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분위깁니다.
이렇다 보니 한 결혼정보업체가 미혼남녀 천 명에게 이상적인 배우자의 직업을 물어봤더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을 꼽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앞서 보신 이런 장점들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만 현재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특정해 '구준생'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직장 경력이 10년, 혹은 20년 이상인 이른바 장년층 '구준생'들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부산의 한 세무서에서 9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19살 박재우 씨.
외고 2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졸업 뒤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지만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습니다.
[박재우/9급 공무원]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시험을 쳐서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들은 수능을 갓 치른 고등학생과 졸업생들로 북새통입니다.
[김계현(20살)]
"수능 과목하고 별다른 차이도 없고, 생각보다 쉽게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 합격자 가운데, 18살에서 22살 사이 합격자는 179명으로 전년보다 60%나 늘었습니다.
=============================
겨울 방학이 시작됐지만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용접실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올해 이 학교 졸업생의 기술직 공무원시험 합격자는 27명으로 일부 교육청의 전체 합격자보다도 많습니다.
공업고의 특성상 실습능력과 자격증을 갖췄지만 막상 취업을 위한 필기시험에 약한 점을 보완한 교육이 적중했습니다.
[고광석/서울공업고등학교 교감]
"공무원 시험출제에 들어가신 분들도 많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방법에 맞게 철저하게 맞춤형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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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직장을 잃은 중년들도 9급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50대 구준생 김 모 씨는 9급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 늦은 밤, 국사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김 모 씨(50)]
"이것 아니면 할 게 없거든요. 다른 데 갈 데가 없으니까, 내가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명문대학 법학과를 나왔다고는 하지만 40대 중반의 실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40대 응시자의 숫자는 그동안 3배 이상 늘어 올해는 8천 명 이상이 시험을 봤습니다.
◀ 앵커 ▶
이처럼 공무원의 인기가 높고,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 공무원이 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30대 1 정도라고 하면 응시생 가운데 최종 합격하는 비율은 불과 3% 정도라고 하는데요,
응시생들 입장에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겠죠?
보도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6명의 준비생들과 함께 쓰는 방.
3개의 2층 침대 가운데 한 개의 위 칸만이 온전히 강 씨의 공간입니다.
[강 모 씨]
"스펙이 없어요. 교원자격증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해서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스펙 없이 좀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다 보니까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에요.)"
강 씨는 주 6일의 독서실 근무와 주 3일의 보습학원 아르바이트로 매달 80만 원을 법니다.
이 돈으론 방값, 밥값은 해결해도 노량진의 학원비까지 낼 수는 없습니다.
[강 모 씨]
"그게 제일 힘든 거 같아요. 공부하는 중에 남들은 솔직히 학원도 다 '종합반' 다니거나 아니면 과외를 따로 받거나 그런 식인데…. 이렇게 해서 되나? 되려나?"
=============================
한 고시촌 식당의 저녁 식사 시간.
사범대학을 졸업한 김 씨는 고향을 떠나 4년째 경찰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버는 매달 50여만 원의 돈으로 주거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며 공부를 합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에게 다른 선택은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
"수험생활 시작한 이후로 시간이, 자기 인생의 시계가 정지한 것 같다고 얘기하거든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요. 시험 합격하기 전까지…. 자기가 얼마나 노력했던, 얼마나 간절하건…."
가족들에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얘기하고는 1년 동안 거짓으로 출근을 해오던 한 3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워낙 취업이 어렵다 보니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우리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데요.
먼저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8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모텔에서 30대 남성이 객실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유서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건 모두 거짓이었고,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2천만 원'이라는 금액도 적혀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가족들에게 지난해 1월 충남 지역의 한 군청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한 뒤 1년 동안 거짓으로 출근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천만 원은 숨진 남성이 제3금융권으로부터 빌려 쓴 돈으로 파악됐는데요.
경찰은 이 남성이 거짓 취업과 빚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일명 '공시족'이라고 부른다고 하죠.
이런 신조어까지 생긴 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텐데요.
이렇다 보니 공무원시험 경쟁률도 수십 대 1에 달해 웬만한 대기업체 입사 경쟁률을 훌쩍 뛰어넘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해 5월 기준인데요.
만 15살에서 29살 사이 청년층 가운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63만 3천 명이었습니다.
이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답변이 22만 명 정도로, 전체의 35%를 차지했습니다.
다시 말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는 건데요.
이 숫자는 한 해 전과 비교하면 7% 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반면, '일반 기업체 입사를 준비한다'는 답변은 25.5%에서 19%로 줄어들어 정반대의 추세를 보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국가공무원 5급 채용시험엔 380명을 뽑는데 만 3천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35.8대 1에 달했습니다.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공무원을 살펴보면 3천7백 명을 뽑는데 무려 19만 명 넘게 몰려 경쟁률이 51.6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1년, 경쟁률이 93.3대 1에 달했던 적이 있었지만, 4년 만에 공무원 선발 인원이 2배 이상 늘어 경쟁률 자체는 줄어든 겁니다.
2016년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선발인원은 지난해보다 4백 20명 늘어난 4천 120명입니다.
◀ 앵커 ▶
지난해 서울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만 가입할 수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글입니다.
재학 중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졸업 후 지방직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는데요.
글을 올린 학생은 "월급 150만 원으로 시작하는 게 까마득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고 썼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서울대까지 나와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 "도전 정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답글을 달기도 한 반면, "9급 공무원은 꽤 괜찮은 진로"라는 답글, 또 "아이를 낳고 퇴사해 전업주부가 됐는데, 왜 '공무원','전문직'이 최고라고들 하는지 알겠다"며 공감을 표시한 글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 리포트 ▶
[Q. 공무원 시험 왜 준비하세요?]
[강현진(23)]
"공무원이 안정적이죠. 기업보다 일단 월급이나 이런 건 적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게 아무래도 지금 같은 경우엔 제일 좋은 것 같고요. 다른 복지혜택도 괜찮고요."
[안정우(25)]
"인문계 같은 경우엔 다들 버겁기 때문에 안정성 있는 직업도 찾기도 어렵고…. 자기 퇴근 시간이 딱 정해져 있어서, 자기만의 자유시간도 많아지고…."
[이다현(23)]
"노후를 생각해서도 '연금'이란 제도가 있고, 저 같은 여자 입장에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같은 데선 '육아휴직'이나 그런 걸 생각해보면 공무원만큼 그렇게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직업은 없다…."
[유서연(19)]
"요즘 취업이 잘 안 되잖아요. 성적도 대학 가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 보니까…. 부모님들도 이제 다 공무원 하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Q. 공무원 시험 준비 중 힘든 점은?]
[안효주(22)]
"범위도 되게 많아서 외워야 될 것도 많고, 또 시험도 한정되어 있어서, 또 경쟁률도 만만치 않고…."
[김진석(27)]
"비용 측면에서도 부모님한테 많이 기대야 하고 하는 것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었고, 시간 측면에서도 적어도 최소 2~3년은 준비해야 되는데…."
[이수미(23)]
"이 시간이 어떻게 보면 이거 안 되면 날아가는 거랑 마찬가지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 앵커 ▶
많은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열망, 즉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은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요.
공무원 처우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이기에 이처럼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지,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공무원 가운데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1호봉의 경우 올해부터 받게 될 월급은 134만 6천 400원입니다.
1년 연봉으로 계산해 보면 천 6백만 원 정도 됩니다.
4백 개 기업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초봉이 월 290만 9천 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액수인데요.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급식비, 가족수당, 학비 보조, 시간 외 근무수당 등 여러 가지 수당을 합치면 1년간 받게 될 총 급여는 중소기업 초봉 수준인 연봉 2천만 원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공무원' 하면 정년 때까지 고용이 안정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평균적으로 만 28살쯤 임용된다고 봤을 때 만 65살 정년까지 37년 동안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건데요.
일반 기업체에서 도는 우스갯소리 즉, 요즘 '서른여덟 살도 선선히 퇴직을 받아들인다'는 뜻인 <38선>, 또 '45살이 정년'이라는 뜻의 <사오정>, '56살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이라는 뜻의 <오륙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인 거죠.
여기에 별도의 퇴직금은 없지만, 퇴직 이후 한 달에 백만 원 넘게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 연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당장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학력제한이 따로 없는데다, 지난 2009년 연령제한까지 없어지면서 40~50대 장년층까지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토익 점수나 자격증을 제출해 가산점을 받을 순 있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닌데요.
특히 여성들 입장에선 다른 직업에 비해 남녀차별도 적은 편이고, 3년간 육아휴직이 보장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떤 업무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앞서 보신 서울대생 글에서 나온 '저녁이 있는 삶'도 요즘 젊은이들이 직업을 결정하는 데 꽤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분위깁니다.
이렇다 보니 한 결혼정보업체가 미혼남녀 천 명에게 이상적인 배우자의 직업을 물어봤더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을 꼽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앞서 보신 이런 장점들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만 현재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특정해 '구준생'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직장 경력이 10년, 혹은 20년 이상인 이른바 장년층 '구준생'들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부산의 한 세무서에서 9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19살 박재우 씨.
외고 2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졸업 뒤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지만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습니다.
[박재우/9급 공무원]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시험을 쳐서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들은 수능을 갓 치른 고등학생과 졸업생들로 북새통입니다.
[김계현(20살)]
"수능 과목하고 별다른 차이도 없고, 생각보다 쉽게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 합격자 가운데, 18살에서 22살 사이 합격자는 179명으로 전년보다 60%나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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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이 시작됐지만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용접실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올해 이 학교 졸업생의 기술직 공무원시험 합격자는 27명으로 일부 교육청의 전체 합격자보다도 많습니다.
공업고의 특성상 실습능력과 자격증을 갖췄지만 막상 취업을 위한 필기시험에 약한 점을 보완한 교육이 적중했습니다.
[고광석/서울공업고등학교 교감]
"공무원 시험출제에 들어가신 분들도 많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방법에 맞게 철저하게 맞춤형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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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직장을 잃은 중년들도 9급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50대 구준생 김 모 씨는 9급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 늦은 밤, 국사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김 모 씨(50)]
"이것 아니면 할 게 없거든요. 다른 데 갈 데가 없으니까, 내가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명문대학 법학과를 나왔다고는 하지만 40대 중반의 실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40대 응시자의 숫자는 그동안 3배 이상 늘어 올해는 8천 명 이상이 시험을 봤습니다.
◀ 앵커 ▶
이처럼 공무원의 인기가 높고,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 공무원이 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30대 1 정도라고 하면 응시생 가운데 최종 합격하는 비율은 불과 3% 정도라고 하는데요,
응시생들 입장에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겠죠?
보도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6명의 준비생들과 함께 쓰는 방.
3개의 2층 침대 가운데 한 개의 위 칸만이 온전히 강 씨의 공간입니다.
[강 모 씨]
"스펙이 없어요. 교원자격증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해서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스펙 없이 좀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다 보니까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에요.)"
강 씨는 주 6일의 독서실 근무와 주 3일의 보습학원 아르바이트로 매달 80만 원을 법니다.
이 돈으론 방값, 밥값은 해결해도 노량진의 학원비까지 낼 수는 없습니다.
[강 모 씨]
"그게 제일 힘든 거 같아요. 공부하는 중에 남들은 솔직히 학원도 다 '종합반' 다니거나 아니면 과외를 따로 받거나 그런 식인데…. 이렇게 해서 되나?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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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시촌 식당의 저녁 식사 시간.
사범대학을 졸업한 김 씨는 고향을 떠나 4년째 경찰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버는 매달 50여만 원의 돈으로 주거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며 공부를 합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에게 다른 선택은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
"수험생활 시작한 이후로 시간이, 자기 인생의 시계가 정지한 것 같다고 얘기하거든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요. 시험 합격하기 전까지…. 자기가 얼마나 노력했던, 얼마나 간절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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