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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도로 위 돈다발, 가져가도 되나?

[이브닝 이슈] 도로 위 돈다발, 가져가도 되나?
입력 2016-01-13 17:25 | 수정 2016-01-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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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제 도로 한복판에 6백만 원에 달하는 지폐가 흩뿌려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돈을 줍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요.

    당시 출동한 경찰이 도로에서 발견한 돈은 고작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고 합니다.

    먼저 보도 영상부터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수원의 한 지하차도입니다.

    도로 위 곳곳에 지폐가 흩뿌려져 있습니다.

    오토바이에서 또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돈을 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민종원, 목격자]
    "사람들이 돈 날린다고 막 뛰어가더라고요. 뭔가 해서 봤더니, 막 돈이 흩날리고 있는 걸 사람들이 줍더라고요."

    도로 위에 떨어진 지폐는 5만 원권 80장과 1만 원권 2백 장으로 모두 6백만 원이었습니다.

    한낮의 현금살포는 대부업체 직원인 33살 이 모 씨의 실수가 빌미가 됐습니다.

    [이 모 씨]
    "가방이랑 여기에다 올려놨다가 가방만 챙기고 차에 탄 거예요."

    주유소에서 지하차도까지의 거리는 불과 5백여 미터.

    신고를 받은 경찰이 10여 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발견한 돈은 1만 원짜리 지폐 단 한 장뿐이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씨는 돈을 거의 회수했습니다.

    돈을 주워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면서 지금까지 5백만 원 이상을 되찾은 겁니다.

    ◀ 앵커 ▶

    여러분은 이처럼 길거리에서 우연히 돈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희 이브닝 뉴스 취재진이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 리포트 ▶

    [정준한]
    "적은 돈 같은 경우는 그냥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뭐 "아! 오늘은 운이 좋구나. 감사합니다. 1억 원을 잃어버렸다. 그 마음이 어떻겠어요? 그 사람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돈은 찾아줘야죠. 현금이 됐든 수표가 됐든…."

    [오효신]
    "지나가다가 주우면 범죄고, 아예 안 주워 버려요.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요."

    [홍석원]
    "길 가다가 돈을 주우면 일단 기분 좋죠. 만약에 지폐 같은 경우엔 돌려줄 방법도 없고, 어디 가서 찾아줄 방법은 딱히 없지만 지갑 같은 경우에는 돌려줄 거 같습니다."

    ◀ 앵커 ▶

    주운 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외국에서는 실제로 체포되는 일까지 발생했는데요.

    재작년 홍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도로 위에 그야말로 '돈벼락'이 떨어졌는데요.

    현금 수송차에서 무려 22억 원이 쏟아졌고, 행인들이 이 가운데 17억 원을 주워간 겁니다.

    홍콩 경찰은 돈을 주워간 행인들 중 일부를 '절도죄'로 체포하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도로에 뿌려진 돈을 가져갔다면 국내에서도 범죄로 처벌을 받을까요?

    경우에 따라 다른데요.

    실수로 뿌려진 돈을 주워 돌려주지 않으면,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주인이 모르고 두고 간 돈이나 물건을 안 돌려주고 임의로 처분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주인이 고의로 돈을 뿌린 경우는 어떨까요?

    지난해 부산 광안대교에선 '영화처럼 해 보고 싶었다'며 미화 1달러 지폐 2백여 장을 날린 30대가 '교통방해 혐의'로 붙잡혔는데요.

    이 돈을 주운 사람들은 어떨까요?

    누군가 일부러 뿌린 돈을 주웠을 때도 처벌을 받을까요?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정말 '돈이 필요 없어서 그냥 버리겠다'라고 하는 경우엔 처벌의 대상에서 면제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경우는 사례가 상당히 적다라고 봐야 될 것 같고, 어떤 사람이 정신 이상으로 돈을 뿌렸다. 그런데 이것은 온전한 합리적 판단에 의해서 뿌린 것이 아니죠. 그래서 법적인 친권, 또는 기타 법적 후견인이 요청을 했는데 반환을 거부하게 되면 '횡령죄'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은행이나 가게에서 착오로 돈을 더 받는 경우도 있죠.

    지난해 발생한 사건을 함께 볼까요?

    한 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싱가포르 돈으로 '백 달러'짜리 60장을 줘야 하는데, 잘못해서 '천 달러'짜리 60장을 줬습니다.

    돈을 받아간 51살 이 모 씨는 '돈을 잃어버려 구경도 못했다'며 돌려주기를 거부했는데요.

    경찰이 조사를 했더니 '천 달러' 지폐를 놓고 동영상까지 찍었다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처음부터 환전과정에서 은행 직원의 실수가 있었음을 알고도 고의로 이를 숨겼다고 보고 '사기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는데요.

    그러니까 만약 나중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한 중국인이 돈을 바꿔 달라며 직원에게 미국 돈 100달러를 건넵니다.

    잠시 뒤 직원이 10만 4천 원과 함께 10만 원권 상품권 여든네 장을 실수로 같이 내줍니다.

    이 중국인은 상품권으로 노트북과 카메라 250만 원어치를 샀다가 횡령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경찰]
    "명절이고 중국 사람인데 영어로 얘기하고 하니까 본인을 우대해서 준 걸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상품권을 잘못 받은 걸 알면서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본 겁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누군가 놓고 간 물건을 주운 경우는 어떨까요?

    현금인출기 위에 놓인 현금이나 물건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럴 경우, 그냥 가져갔다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데요.

    소유권이 은행에 있기 때문에 그냥 가져갈 경우 '점유이탈물 횡령죄'보다 무거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6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요.

    또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는 어떨까요?

    기사들이 승객이 두고 내린 휴대전화를 장물업자에게 넘기기도 하죠.

    이런 경우 '절도죄'가 적용됐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30대 남성이 화면이 켜진 스마트폰을 아래위로 흔듭니다.

    스마트폰을 사겠다는 신호를 택시기사들에게 보내는 이른바 '흔들이'입니다.

    곧이어 택시 한 대가 멈춰 서고, 조수석에 탄 뒤 택시와 함께 사라집니다.

    경찰은 택시기사들에게서 스마트폰 1백여 대를 사들여 중국에 판매한 혐의로 30살 오 모 씨 등 3명을 입건했습니다.

    고객이 두고 간 스마트폰을 이들에게 판 택시기사 11명도 입건했습니다.

    혐의는 절도죄입니다.

    지금까진 스마트폰을 되돌려주지 않았을 경우 대개 '점유물 이탈 횡령죄'를 적용했지만, 처벌이 약해 절도죄를 적용한 겁니다.

    ◀ 앵커 ▶

    지난해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에서 1억 원에 달하는 수표 뭉치가 발견돼 큰 화제가 됐었죠.

    당시 사건을 먼저 영상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에서 발견된 백만 원짜리 수표 백 장, 1억 원 뭉치입니다.

    폐기된 것도, 위조된 것도 아니고, 서명만 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걸 누가 왜 버렸을까.

    수표 다발이 자기 아버지 것이라고 주장하는 30대 남성이 경찰서에 나타났습니다.

    =============================

    해외 출장 중에 아들을 대신 경찰서에 보내 '수표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 50대 남성, 경찰서에 나와 그전에 복사해 둔 수표 백 장 사본을 비롯해 수표 주인임을 입증하는 각종 자료를 냈습니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녀 생긴 습관대로 이 수표를 여행용 캐리어에 넣어 보관했는데, 이를 알 리 없는 가사 도우미가 가방째로 버렸다는 겁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인감을 확인하고 토지 매수인과 중개인까지 조사한 경찰은 수표 주인이 맞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남성은 "부주의로 입주민에게 심적 고통을 줘서 죄송하고, 찾아주신 분에겐 매우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오후에는) 수표 발견자인 60대 미화원과 만나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법으로 규정된 5백만 원에서 2천만 원 사이에서 어느 정도를 줬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앵커 ▶

    이처럼 돈을 주웠을 때 주인에게 돌려주면 혹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 분도 계실 텐데요.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을 이혜민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이혜민 아나운서 ▶

    유실물법은 주운 물건이나 돈을 돌려줬을 경우 물건 가액의 5에서 20퍼센트 범위 안에서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보상금 청구는 한 달 안에 해야 합니다.

    돈을 주워 경찰에 신고하게 되면 경찰청 유실물 종합 사이트인 '로스트 112'에 공고가 되는데요.

    반년이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 돈은 소유권이 주운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이때도 석 달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소유권이 없어져 국고로 귀속됩니다.

    신고할 때도 주의할 게 있습니다.

    주인이 없는 돈이나 물건을 주웠다면 일주일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건데요.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시간이 상당기간 지나게 되면, 그 보상에 있어서 혜택도 못 받기 때문에 바로 신고 등을 통해서 온전하게 물건과 기타 중요 귀중품을 경찰관서에 반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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