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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한의학 살린다 '건강보험 확대 적용'

[이브닝 이슈] 한의학 살린다 '건강보험 확대 적용'
입력 2016-01-14 17:46 | 수정 2016-01-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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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때 활황기를 맞았던 우리 전통 한의학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자연히 폐업하는 한의원들도 적지 않은데요.

    매년 9백 명 가까운 한의대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우리나라 한의사 수는 2014년 기준으로 2만 3천여 명,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수는 만 4천여 곳으로, 지난 2010년에 비해 각각 16%와 11%씩 늘었습니다.

    하지만, 홍삼, 비타민 같은 한약을 대체하는 건강기능 식품 시장이 해마다 두 자리 수 급성장을 하면서, 매년 문을 닫는 한의원 수가 8백여 곳에 달하고 있습니다.

    먼저 위기에 빠진 우리 한의학의 실태를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손발이 찬 수족냉증에 좋은 한 달치 약을 주문해 봤습니다.

    한의원마다 부르는 값이 천차만별입니다.

    [A 한의원]
    "(수족냉증에는) 저희가 녹용 들어가는 보약이, 그게 한 달에 100만 원…"

    [B 한의원]
    "4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널리 알려진 십전대보탕 가격도 들쑥날쑥하긴 마찬가지.

    [약령시장 한의원]
    "강남에서는 40, 50만 원인데 그건 20, 30만 원에 먹을 수 있는 거예요."

    한의원들은 여전히 통일된 처방도 없고 약 성분 공개도 꺼리고 있습니다.

    [한의사]
    "오남용 하게 될 소지가 있어요. 약재들 중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여기에 시장은 정체돼 있는데 매년 9백 명 가까운 한의대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한해 한의원 8백 곳이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몸보신'을 위해 보약을 먹었던 사람들이 구하기 쉽고 가격까지 저렴한 건강기능 식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특히 홍삼의 경우 보약 대체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규모가 한 해 6천억 원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원하는 성분의 약을 해외 사이트에서 구입하는 이른바 해외 직구족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 앵커 ▶

    우리나라의 전통 한의학과 한의원 치료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들은 어떤 점이 아쉽다고 느끼시나요?

    저희 취재팀이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 인터뷰 ▶

    [김선숙]
    "일반 병원을 자주 갑니다. 가격적인 면에서 병원이 낫죠. 의료보험 되는 혜택이 있고…."

    [김유미]
    "한의원은 첫째도 가격이 비싸다는 것, 가면 일단 '한약을 먹어야 된다' 이런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쉽게 접근을 못 하는 것 같고…."

    [류승희]
    "한약은 먹기에도 불편하고, 뭔가 내가 지금 아픈 걸 바로 치료한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체질 개선이나 (치료가) 좀 오래 걸릴 것 같고…."

    [정유진]
    "'어디가 잘한다' 이런 식으로 소문을 듣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접근이 좀 어려운 부분도 있고 해서…."

    ◀ 앵커 ▶

    위기에 빠진 한국 전통 의학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어제 한의약 육성 계획을 확정 발표했는데요.

    평소 시민들의 불만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꽤 엿보입니다.

    먼저 건강보험 적용 항목이 늘면서 시민들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인데요.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한방의료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이 적어 환자들의 접근권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급여 중 한방의 비중은 고작 4퍼센트에 불과한데요.

    그래서 정부는 치료 효과가 높은 '한방물리요법'을 중심으로 보험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한방 물리치료 중에서 냉찜질과 온찜질, 적외선 조사 이렇게 3가지만 보험 적용이 되고 있는데, 2년 뒤인 2018년부터는 기계를 이용하는 다른 모든 물리치료와 한의사가 몸을 자극해 척추질환 등을 치료하는 추나요법, 그리고 운동요법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겁니다.

    구체적인 보험 수가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존의 자동차보험 평균 수가를 기준으로 보면, 디스크 환자 치료에 주로 쓰이는 '추나요법'의 경우, 지금은 한의원 별로 한 번에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비용을 환자가 전부 부담해야 하지만, 2018년부터는 한 군데 추나를 받을 경우 3,500원, 두 군데 받을 경우 5,200원만 내면 됩니다.

    비용이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오십견 환자의 어깨를 치료하는 '도인 운동요법' 역시 지금은 한 군데 받는 비용이 평균 2만 5천 원 정도지만, 2018년에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7천 4백 원만 내면 됩니다.

    또 골반 견인 치료는 만 5천 원에서 4,500원으로,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근건이완 수기요법'은 만 2천 원에서 3,700원으로, 전기로 아픈 부위와 주변을 자극하는 '경피 전기 자극요법'은 5,200원에서 1,500원으로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입니다.

    ◀ 앵커 ▶

    '한의원'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침, 그리고 달여서 먹는 첩약이죠.

    첩약은 보통 '탕약'이란 이름으로 더 널리 쓰이는데요.

    그런데 한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탕약의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을지 조사를 했더니, '효과에 대한 과학적 입증'과 '약효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47%로 가장 많았고요.

    '가격이 좀 더 저렴해져야 한다'는 답변이 33%, '복용이 편리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15%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약효 표준화와 저렴한 가격, 편리한 복용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일찌감치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조화를 고민했던 일본의 위기 극복 사례가 있는데요.

    지금 화면을 통해서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일본 전통 약의 본고장이라는 도야마 현.

    3백 년 넘게 이어온 명성에 걸맞게 백 개가 넘는 한약 제조공장이 모여 있습니다.

    전통 약이라지만 성분 추출에서 농축, 건조 단계까지가 모두 표준화돼 있고, 완제품은 가루약이나 알약으로 출시됩니다.

    [다카하시 류지/크라시에 한방연구소장]
    "한약을 탕제로 먹을 때와 가루약으로 먹을 때, 그 성분을 일정 수준 이상 동등하게 만드는 게 어려운 기술입니다."

    같은 제품이라면 성분과 약효가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때문에 양방 의사들도 한약을 함께 처방하고 혼합 처방 비율은 72%에 이릅니다.

    [노모토 마유미/피부과 전문의]
    "여러 가지 만성질환에 대해 서양의학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때 한약을 처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자주 처방하고 있습니다.)"

    어느 병원에서든 믿고 처방받을 수 있다 보니 한약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니시카와 이즈미/환자]
    "한약에 대한 이미지가 180도 달라졌고, 앞으로도 한약을 자주 이용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일본처럼 한약성분을 표준화시켜서 가루약이나 알약, 짜 먹는 약 등으로 가공한 이른바 '천연물 의약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23조 원에 달합니다.

    게다가 매년 30% 넘게 성장하는 추센데요.

    중국이 21조 원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일본이 1조 5천억 원, 대만도 3천억 원 규모의 천연물 의약품 시장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천억 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매년 6백억 원을 투자해 국가 차원에서 토종 한약의 규격과 성분을 표준화하고, 질환과 증상별로 표준화된 한약제제를 개발해 일반 의약품처럼 건강보험을 적용시킨다는 계획입니다.

    ◀ 앵커 ▶

    그러니까 한약제제 중심에서 표준화된 한약제제 중심으로 개발을 하겠다, 시장을 키우겠다 이런 얘기인데요.

    약도 약인데, 한의사가 진단하는 방식이 사실 다 제각각 아닙니까?

    이런 부분도 표준화됐으면 하는데요.

    ◀ 유선경 아나운서 ▶

    바로 그렇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방 진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요인 중 34%가 바로 "한의사마다 치료 방법이 다른 점"이라고 합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주변에 여러 한의원이 있어도 이른바 '용하다'고 소문이 난 한의원을 찾아 굳이 먼걸음하는 분들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이른바 '치료 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표준 임상 진료지침'이 개발됩니다.

    감기부터 시작해서, 소화불량, 대사증후군, 갱년기장애, 불면증, 치매와 난임, 아토피성 피부염, 그리고 류마티스질환 등 30개 주요 질환이 우선 대상인데요.

    올해부터 2년의 연구와 3년의 임상시험을 거쳐 표준 진료지침을 만든다는 게 정부 계획입니다.

    다시 말해, 5년 뒤엔 전국의 어느 한의원을 가든지 임상으로 효과가 입증된, 표준화된 한방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되면 한방치료는 보완 대체 의학으로서 양방치료와의 협진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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