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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위험천만' 필리핀 은퇴 이민, 대책은?
[이브닝 이슈] '위험천만' 필리핀 은퇴 이민, 대책은?
입력
2016-02-23 17:27
|
수정 2016-02-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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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은퇴한 뒤 필리핀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이 어제 또 피살됐습니다.
필리핀에선 지난해에도 한국인 은퇴자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이 시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사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국인 은퇴 이민자인 68살 박 모 씨가 어제 오전 필리핀 카비테주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금품이나 원한에 의한 살인 사건에는 주로 총기가 사용되지만, 박 씨는 흉기에 찔려 살해됐습니다.
[박용증/필리핀 주재 경찰 영사]
"면식범에 의한 우발적 살해 사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 씨는 국내 모 지방대학 교수를 지낸 뒤 6년여 전 필리핀으로 홀로 은퇴이민을 가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박 씨가 피살된 카비테주에서는 지난해 8월과 10월에도 은퇴이민 생활을 하던 한국인들이 총기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동활/교민보호단체 '필리핀112' 대표]
"골프장도 잘 돼 있고, 한국에서 은퇴이민 온분들이 많이 상주하고 계신데, 치안은 조금 불안합니다."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피살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 앵커 ▶
지난 2013년부터 3년 동안 필리핀에선 모두 33명의 한국인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러니까 필리핀에서만 매해 열 명이 넘는 한국인이 총기나 흉기 사고로 숨진 건데요.
하지만, 필리핀으로 은퇴 이민을 가는 우리나라 사람은 해마다 늘어 현재 7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한국인들이 필리핀에서 노후를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퇴 후에 노후를 보내고 싶은 곳으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동남아시아 지역입니다.
사시사철 날씨가 따뜻하고, 무엇보다 인건비와 부동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월 250만 원의 연금을 받을 경우 한국에선 평범한 수준의 생활을 해야 하지만 일부 동남아 국가에선 가사 도우미에 또 운전기사까지 고용할 수 있습니다.
은퇴 이민은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도 큰 관심거린데요.
지난해, 미국의 한 잡지가 은퇴 뒤 가서 살기 좋은 나라들의 순위를 매겨봤는데, 비용과 날씨, 안전 등 8가지 항목을 고려해 점수를 매겼더니 10위 안에 든 동남아시아 국가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뿐이었습니다.
필리핀은 20위 권 안에도 들지 못했는데요.
바로 불안정한 치안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한국에서는 유독 필리핀을 선호하는 걸까요?
비용이 저렴한 동남아 국가 중 한국에서 지리적으로도 가까울 뿐 아니라, 유일하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곳이 바로 필리핀입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에 큰 불편함이 없고, 손주들이 영어 공부를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또 만 50세 이상으로 미화 2만 달러만 현지 지정 은행에 예치하면 필리핀에선 별다른 조건 없이 은퇴 비자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 앵커 ▶
지금 들으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실제로 필리핀으로 이주해 살면서 만족해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리포트 ▶
프로골퍼 봉진호 씨는 은퇴를 한 뒤 필리핀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봉진호/이민자 골퍼]
(그 많은 나라 중에 필리핀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첫 번째는 저는 영어고요. 애들 영어 때문에 이쪽으로 오게 됐고…."
집값이 한국보다 싼 것도 큰 장점입니다.
1천㎡가 넘는 땅에 200㎡가 넘는 집을 짓는 데 4억 원 들었는데, 넓은 뒷마당에는 골프 연습장도 설치했습니다.
[강채현/필리핀 이민자]
"저희가 1층에 살고 있고 위에 두 채는 렌트를 놓고 있어요.
(그럼 임대료 또 나오겠네요?)
"그렇죠. 임대 수익률이 꽤…. 한 200만 원 이상이니까."
싼 인건비 덕분에 육아나 집안일은 필리핀 현지인이 다 합니다.
[강채현/필리핀 이민자]
"세 명을 쓴다 해도 한국에서 한 분 쓰는 것보다 훨씬 싸니까, 저는 하여튼 너무 좋고 천국 같아요."
70대 김수택 씨도 노인들에겐 필리핀이 제격이라고 말합니다.
청소, 빨래, 식사준비까지 다 해주는 사람이 있고, 날씨도 따뜻해서 혼자 지내기엔 필리핀이 한국보다 훨씬 좋다는 겁니다.
[김수택/필리핀 이민자]
"여기 살해 사건이 났다고 하면, 나한테 전화가 여기저기서 와요. 그 위험한 데 왜 와서 있느냐고. 그런데 사실상 여기는 정말 안전지대거든요."
◀ 앵커 ▶
필리핀에서 이처럼 치안이 좋은 곳에 모여 살면서 은퇴 전에 모아둔 돈이나 매달 받는 연금으로만 생활을 한다면 위험할 일이 없다고 현지 교민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필리핀 정부는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외국인이 사업을 할 경우, 40% 이상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은 자신이 전액 투자한 회사라도 지분의 60%는 현지인 명의로 등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요.
이렇다 보니 행여나 '가짜 현지인 사장'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한순간에 사업체를 빼앗길 수도 있는 겁니다.
지난해 8월에 피살된 나 모 씨 부부와 10월에 피살된 이 모 씨 모두, 필리핀에 은퇴 이민을 갔다가 사업을 벌였던 경우였는데요.
당시 상황을 보도 내용으로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필리핀 마닐라에서 1시간 거리의 외진 마을.
여기 살던 한국인 부부는 집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동활/교민보호단체 '필리핀 112' 대표]
"부인은 안에서 강도가 들어서 총을 쏘고 남편이 밖으로 도망가는 사이에 총으로 다리를 쏘고 밖으로 나와서 확인 사살을 하고…."
인근의 또 다른 시골 마을.
여기 살던 한국인 부부도 지난 8월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동활/교민보호단체 '필리핀 112' 대표]
"담을 넘어와서 CCTV 전선을 자른 상태에서 부부를 총기로 두 방 씩 쏴서 사살하고…."
한 남자가 2층으로 올라가더니 잠시 뒤 급하게 나와 달아납니다.
60대 호텔 사업가 박모 회장 피살 사건.
[목격자]
"'누가 미스터 박이냐' 영어로 물었고, 회장님이 등 돌리고 계시다가 일어나며 '내가 미스터 박'이라고 하자 바로 총을 쏜 거죠."
총을 쏜 필리핀 사람은 잡혔지만 청부살해를 시킨 사람은 여전히 모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이 호텔은 지난해 9월에 피살된 박 회장의 소유였습니다.
하지만 문서상으로는 필리핀 사람 3명과 숨진 박 회장, 그리고 한국인 유 모 씨가 주주로 돼 있었는데요.
그런데 박 씨가 숨진 뒤 호텔 주주 명단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필리핀인 3명이 모두 바뀌었고, 한국인 주주 유 모 씨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요.
박 씨가 살해된 지 두 달 만에 호텔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겁니다.
이런 피해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또 다른 피해자의 사례를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교민 김 모 씨는 콘도미니엄 2채를 구입해서 그 중 한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필리핀 경찰 10여 명이 영장도 없이 총을 들고 집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김 모 씨]
"거의 납치에 가깝게, 총을 가지고 집을 부수고 들어와서 총을 머리에다, 가슴에다가 열 명이 갖다 대고…."
김 씨는 결국 이렇게 한 채에 1억 5천만 원짜리 콘도미니엄 2개를 빼앗겼습니다.
영어도 제대로 못 하지만 김 씨는 혼자서 소송을 냈고, 2년 만에 어렵게 승소해 되찾았습니다.
김 씨는 요즘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김 모 씨]
(보디가드는 없으세요?)
"돈 줘야 되잖아요. 사실 보디가드가 또 무서워요. 보디가드가 결국 이 나라 사람들인데, 누구 사주를 받을 줄 알고…. 아마 죽어서 지옥이 있으면 지옥도 이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 앵커 ▶
인구가 1억 7백만 명 정도 되는 필리핀에선 총기에 대한 규제가 부실해서 무려 100만 정의 불법 총기가 유통되고 있고, 빈부 격차가 워낙 심하다 보니 우리 돈 100만 원 정도면 청부 살인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MBC 취재진이 현지 빈민촌에 직접 가 봤는데요.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필리핀 수도 마닐라 한복판의 톤도 마을.
경찰조차 한낮에도 출입을 꺼린다는 대표적인 빈민촌입니다.
살인 청부업자를 수소문하자 등판에 문신을 그려넣은 40대 남자가 나타납니다.
필리핀 돈 5만 페소, 우리 돈 120만 원을 주면 원하는 사람의 상반신을 총으로 쏴 주겠다고 대놓고 말합니다.
[청부업자]
(5만 페소 주면 (사람을) 죽여줄 수 있다는 건가요?)
"사진하고 주소, 거리 약도를 달라."
시간은 4일이면 충분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모두 7명을 죽이고 10년 동안 복역했다고 합니다.
[청부업자]
"총은 나중에 저녁에 오면 보여줄게요."
필리핀은 1년에 살인사건만 만 건을 넘을 만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립니다.
◀ 앵커 ▶
이처럼 청부 살인까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건, 필리핀의 사법체계가 상대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심각한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계속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필리핀에선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경찰을 믿고 의지할 수 없다는 게 교민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지문 등록이 없고, 통화내역 조회나 위치추적도 불가능해서 사실상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인데요.
강도 사건 피의자라도 우리 돈 20만 원만 내면 보석으로 다음날 바로 석방되고, 또 경찰이 돈을 받고 피의자를 풀어주는 일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심지어 피해를 당해 경찰에 신고를 해도 돈을 줘야 출동을 한다고 하는데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일반적으로 필리핀 경찰에 범죄 신고를 하면 수사 경비는 피해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실제로 현지 경찰에 카메라를 도난당했다고 했더니 출동하는 경찰이 택시비를 요구합니다.
[필리핀 경찰]
"내 차가 집에 있어서 택시 타고 가야 하는데 택시비는 당신이 내야 해요. 왜냐하면, 난 돈이 없어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죄가 발생해도 범인이 누구인지 파악되는 경우는 고작 20% 정도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나 검거됐는지 경찰의 공식 통계는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은퇴한 뒤 필리핀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이 어제 또 피살됐습니다.
필리핀에선 지난해에도 한국인 은퇴자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이 시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사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국인 은퇴 이민자인 68살 박 모 씨가 어제 오전 필리핀 카비테주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금품이나 원한에 의한 살인 사건에는 주로 총기가 사용되지만, 박 씨는 흉기에 찔려 살해됐습니다.
[박용증/필리핀 주재 경찰 영사]
"면식범에 의한 우발적 살해 사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 씨는 국내 모 지방대학 교수를 지낸 뒤 6년여 전 필리핀으로 홀로 은퇴이민을 가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박 씨가 피살된 카비테주에서는 지난해 8월과 10월에도 은퇴이민 생활을 하던 한국인들이 총기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동활/교민보호단체 '필리핀112' 대표]
"골프장도 잘 돼 있고, 한국에서 은퇴이민 온분들이 많이 상주하고 계신데, 치안은 조금 불안합니다."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피살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 앵커 ▶
지난 2013년부터 3년 동안 필리핀에선 모두 33명의 한국인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러니까 필리핀에서만 매해 열 명이 넘는 한국인이 총기나 흉기 사고로 숨진 건데요.
하지만, 필리핀으로 은퇴 이민을 가는 우리나라 사람은 해마다 늘어 현재 7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한국인들이 필리핀에서 노후를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퇴 후에 노후를 보내고 싶은 곳으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동남아시아 지역입니다.
사시사철 날씨가 따뜻하고, 무엇보다 인건비와 부동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월 250만 원의 연금을 받을 경우 한국에선 평범한 수준의 생활을 해야 하지만 일부 동남아 국가에선 가사 도우미에 또 운전기사까지 고용할 수 있습니다.
은퇴 이민은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도 큰 관심거린데요.
지난해, 미국의 한 잡지가 은퇴 뒤 가서 살기 좋은 나라들의 순위를 매겨봤는데, 비용과 날씨, 안전 등 8가지 항목을 고려해 점수를 매겼더니 10위 안에 든 동남아시아 국가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뿐이었습니다.
필리핀은 20위 권 안에도 들지 못했는데요.
바로 불안정한 치안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한국에서는 유독 필리핀을 선호하는 걸까요?
비용이 저렴한 동남아 국가 중 한국에서 지리적으로도 가까울 뿐 아니라, 유일하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곳이 바로 필리핀입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에 큰 불편함이 없고, 손주들이 영어 공부를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또 만 50세 이상으로 미화 2만 달러만 현지 지정 은행에 예치하면 필리핀에선 별다른 조건 없이 은퇴 비자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 앵커 ▶
지금 들으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실제로 필리핀으로 이주해 살면서 만족해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리포트 ▶
프로골퍼 봉진호 씨는 은퇴를 한 뒤 필리핀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봉진호/이민자 골퍼]
(그 많은 나라 중에 필리핀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첫 번째는 저는 영어고요. 애들 영어 때문에 이쪽으로 오게 됐고…."
집값이 한국보다 싼 것도 큰 장점입니다.
1천㎡가 넘는 땅에 200㎡가 넘는 집을 짓는 데 4억 원 들었는데, 넓은 뒷마당에는 골프 연습장도 설치했습니다.
[강채현/필리핀 이민자]
"저희가 1층에 살고 있고 위에 두 채는 렌트를 놓고 있어요.
(그럼 임대료 또 나오겠네요?)
"그렇죠. 임대 수익률이 꽤…. 한 200만 원 이상이니까."
싼 인건비 덕분에 육아나 집안일은 필리핀 현지인이 다 합니다.
[강채현/필리핀 이민자]
"세 명을 쓴다 해도 한국에서 한 분 쓰는 것보다 훨씬 싸니까, 저는 하여튼 너무 좋고 천국 같아요."
70대 김수택 씨도 노인들에겐 필리핀이 제격이라고 말합니다.
청소, 빨래, 식사준비까지 다 해주는 사람이 있고, 날씨도 따뜻해서 혼자 지내기엔 필리핀이 한국보다 훨씬 좋다는 겁니다.
[김수택/필리핀 이민자]
"여기 살해 사건이 났다고 하면, 나한테 전화가 여기저기서 와요. 그 위험한 데 왜 와서 있느냐고. 그런데 사실상 여기는 정말 안전지대거든요."
◀ 앵커 ▶
필리핀에서 이처럼 치안이 좋은 곳에 모여 살면서 은퇴 전에 모아둔 돈이나 매달 받는 연금으로만 생활을 한다면 위험할 일이 없다고 현지 교민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필리핀 정부는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외국인이 사업을 할 경우, 40% 이상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은 자신이 전액 투자한 회사라도 지분의 60%는 현지인 명의로 등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요.
이렇다 보니 행여나 '가짜 현지인 사장'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한순간에 사업체를 빼앗길 수도 있는 겁니다.
지난해 8월에 피살된 나 모 씨 부부와 10월에 피살된 이 모 씨 모두, 필리핀에 은퇴 이민을 갔다가 사업을 벌였던 경우였는데요.
당시 상황을 보도 내용으로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필리핀 마닐라에서 1시간 거리의 외진 마을.
여기 살던 한국인 부부는 집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동활/교민보호단체 '필리핀 112' 대표]
"부인은 안에서 강도가 들어서 총을 쏘고 남편이 밖으로 도망가는 사이에 총으로 다리를 쏘고 밖으로 나와서 확인 사살을 하고…."
인근의 또 다른 시골 마을.
여기 살던 한국인 부부도 지난 8월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동활/교민보호단체 '필리핀 112' 대표]
"담을 넘어와서 CCTV 전선을 자른 상태에서 부부를 총기로 두 방 씩 쏴서 사살하고…."
한 남자가 2층으로 올라가더니 잠시 뒤 급하게 나와 달아납니다.
60대 호텔 사업가 박모 회장 피살 사건.
[목격자]
"'누가 미스터 박이냐' 영어로 물었고, 회장님이 등 돌리고 계시다가 일어나며 '내가 미스터 박'이라고 하자 바로 총을 쏜 거죠."
총을 쏜 필리핀 사람은 잡혔지만 청부살해를 시킨 사람은 여전히 모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이 호텔은 지난해 9월에 피살된 박 회장의 소유였습니다.
하지만 문서상으로는 필리핀 사람 3명과 숨진 박 회장, 그리고 한국인 유 모 씨가 주주로 돼 있었는데요.
그런데 박 씨가 숨진 뒤 호텔 주주 명단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필리핀인 3명이 모두 바뀌었고, 한국인 주주 유 모 씨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는데요.
박 씨가 살해된 지 두 달 만에 호텔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겁니다.
이런 피해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또 다른 피해자의 사례를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교민 김 모 씨는 콘도미니엄 2채를 구입해서 그 중 한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필리핀 경찰 10여 명이 영장도 없이 총을 들고 집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김 모 씨]
"거의 납치에 가깝게, 총을 가지고 집을 부수고 들어와서 총을 머리에다, 가슴에다가 열 명이 갖다 대고…."
김 씨는 결국 이렇게 한 채에 1억 5천만 원짜리 콘도미니엄 2개를 빼앗겼습니다.
영어도 제대로 못 하지만 김 씨는 혼자서 소송을 냈고, 2년 만에 어렵게 승소해 되찾았습니다.
김 씨는 요즘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김 모 씨]
(보디가드는 없으세요?)
"돈 줘야 되잖아요. 사실 보디가드가 또 무서워요. 보디가드가 결국 이 나라 사람들인데, 누구 사주를 받을 줄 알고…. 아마 죽어서 지옥이 있으면 지옥도 이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 앵커 ▶
인구가 1억 7백만 명 정도 되는 필리핀에선 총기에 대한 규제가 부실해서 무려 100만 정의 불법 총기가 유통되고 있고, 빈부 격차가 워낙 심하다 보니 우리 돈 100만 원 정도면 청부 살인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MBC 취재진이 현지 빈민촌에 직접 가 봤는데요.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필리핀 수도 마닐라 한복판의 톤도 마을.
경찰조차 한낮에도 출입을 꺼린다는 대표적인 빈민촌입니다.
살인 청부업자를 수소문하자 등판에 문신을 그려넣은 40대 남자가 나타납니다.
필리핀 돈 5만 페소, 우리 돈 120만 원을 주면 원하는 사람의 상반신을 총으로 쏴 주겠다고 대놓고 말합니다.
[청부업자]
(5만 페소 주면 (사람을) 죽여줄 수 있다는 건가요?)
"사진하고 주소, 거리 약도를 달라."
시간은 4일이면 충분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모두 7명을 죽이고 10년 동안 복역했다고 합니다.
[청부업자]
"총은 나중에 저녁에 오면 보여줄게요."
필리핀은 1년에 살인사건만 만 건을 넘을 만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립니다.
◀ 앵커 ▶
이처럼 청부 살인까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건, 필리핀의 사법체계가 상대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심각한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계속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필리핀에선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경찰을 믿고 의지할 수 없다는 게 교민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지문 등록이 없고, 통화내역 조회나 위치추적도 불가능해서 사실상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인데요.
강도 사건 피의자라도 우리 돈 20만 원만 내면 보석으로 다음날 바로 석방되고, 또 경찰이 돈을 받고 피의자를 풀어주는 일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심지어 피해를 당해 경찰에 신고를 해도 돈을 줘야 출동을 한다고 하는데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일반적으로 필리핀 경찰에 범죄 신고를 하면 수사 경비는 피해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실제로 현지 경찰에 카메라를 도난당했다고 했더니 출동하는 경찰이 택시비를 요구합니다.
[필리핀 경찰]
"내 차가 집에 있어서 택시 타고 가야 하는데 택시비는 당신이 내야 해요. 왜냐하면, 난 돈이 없어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죄가 발생해도 범인이 누구인지 파악되는 경우는 고작 20% 정도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나 검거됐는지 경찰의 공식 통계는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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