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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조건만남'이 강력 범죄로, 처벌은?

[이브닝 이슈] '조건만남'이 강력 범죄로, 처벌은?
입력 2016-02-29 17:28 | 수정 2016-02-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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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남성이 외진 골목에서 두 손을 비비다 무릎까지 꿇는 모습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40대 남성은 채팅앱을 통해 이른바 '조건 만남' 즉, 성매매를 했다가 10대들에게 협박을 당했는데요.

    17살 이 모 군 등은 '내 동생을 건드렸다'며 흉기로 남성을 위협하고 90만 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최근 이런 '조건만남'과 관련된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보도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앳된 모습의 남녀 세 명이 승용차를 빌립니다.

    하루만 빌리겠다는 말에 차를 내줬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두 달 사이 렌터카 업체 네 곳이 피해를 봤습니다.

    [렌터카 업체 직원]
    "차 위치 조회해 가봤는데 여자들이 모텔촌 앞에서 내리고 기웃기웃 거리더라고요."

    제주도에서 함께 올라온 21살 이 모 씨와 10대 여성 2명이었는데, 스마트폰 채팅앱으로 이른바 '조건만남'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증거를 없애려고 먼저 빌린 차는 버리고 다른 곳에서 다시 차를 빌려가며 돌아다녔던 겁니다.

    이 씨는 같이 있던 10대 2명을 폭행하며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렌터카 업체 직원]
    "'맞아서 멍이 들었다. (조건만남) 하기 싫은데도 해서 15만 원씩 계속 줬다'라고 울면서 이야기하니까 상황이 심각한 것 같더라고요."

    ◀ 앵커 ▶

    이른바 '조건만남'이라는 말을 내건 성매매나 음란 영상 매매.

    바로 메신저나 SNS, 또 최근엔 스마트폰의 채팅앱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인 간에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적발이나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보도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채팅앱입니다.

    "여자인 걸 확인해주면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더니 나체 사진을 요구합니다.

    10대 여학생과 성인 남성 간 대화입니다.

    일명 '톡 스폰'으로 불리는 불법 음란 영상 매매입니다.

    채팅앱에서 금전을 대가로 성인 남성에게 자신의 신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주는 건데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성인 인증 절차도 없습니다.

    여학생이 가출했을 경우에는 '조건만남'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범영/인천청소년 쉼터 소장]
    "가출하게 되면 숙식의 문제가 제일 크거든요. 쉽게 돈벌이가 되고 그걸(톡 스폰) 이용하는 성인들도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그쪽으로 빠지게 됩니다."

    ◀ 앵커 ▶

    '조건 만남'이라는 이름의 성매매가 최근 사회문제로 더 부각되고 있는 건 성매매 대상이 10대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출 청소년들의 성매매 피해가 심각한데요.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가출 청소년은 연간 22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가출한 여자 청소년들이 숙박 등의 문제로 상당수가 조건만남 등 성매매에 빠지게 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이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 40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22%가량이 강요나 협박 등 '타의'에 의해 성매매를 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나중에 스스로 선택했다고 했더라도 심층면접 조사 결과 비자발적인 선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조직폭력배 등에 의해 가출 청소년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모자를 깊게 눌러 쓴 10대 여성을 뒤따라온 남성들이 주먹과 발로 사정없이 때립니다.

    종업원이 말려도, 구타는 계속됩니다.

    결국, 이 여성은 힘없이 끌려갑니다.

    20살 송 모 씨 등 조직폭력배 7명은 지난해 10월, 18살 박 모 양 등 10대 가출 청소년 3명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인한 뒤 7개월 동안 모텔에 가두고 성매매를 강요했습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모집한 남성 7백여 명이 이 10대들과 이른바 조건만남을 가졌고, 송 씨 등은 모두 7천5백만 원을 챙겼습니다.

    [이상원/익산경찰서 경위(2013 당시)]
    "도망을 가면 폭행을 하고 협박을 하고…. 이렇게 해서 다시 데리고 들어가서 성매매를 계속 강요하고…."

    ◀ 나경철 아나운서 ▶

    가출한 10대 소녀들을 범죄에 이용하는 게 조직폭력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혹시 '가출팸'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가출한 청소년들이 서로 패밀리, 즉 가족처럼 모여 사는 공동체를 말하는데요.

    일부 가출팸에서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팀의 보도내용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21살 최 모 양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8살 때 가출했습니다.

    곧 가출팸에 합류했습니다.

    처음에 갈 곳 없던 최양을 따뜻하게 맞아줬던 가출팸은 곧 본색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최 모 씨(가명)]
    "처음에는 한 3~4일 정도는 정말 잘 해줘요. 그러면 나는 여기 잘 왔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이제 슬쩍 말을 건네요. '야! 너 조건만남 해'."

    또래가 모인 가출팸 안에서도 여성 청소년을 착취하는 일이 심각하게 벌어진다고 말합니다.

    [최 모 씨(가명)]
    "거기서 제일 아래인 애들이 조건만남을 계속 하는 거고 걔네가 못 한다, 도망갔다 하면 다음번인 여자애들이 하는 거고. '우리 데리고 있는 여자 있는데 너 얘 사갈래?' 이러면서 돈으로 사고팔고 계속…."

    아이들의 불행을 이용해 돈을 벌거나 쾌락을 좇는 추악한 어른들이 존재하는 한 이 악순환은 끊을 방법이 없습니다.

    [김 모 씨/성매매 업주]
    (매수남들이 미성년자라고 돌려보내거나 꺼려하거나 이러지는 않던가요?)
    "네, 그러지는 않아요."

    [서 모 씨(가명)]
    (주민증 검사 이런 거 안 해요?)
    "안 해요, 단 한 번도. 차라리 주민등록증 검사해서라도 내가 안 들어가서 차라리 안 하고 싶다 그런 생각 할 때도 많죠."

    ◀ 앵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건 만남'을 하겠다고 유인한 뒤 돈을 빼앗아가는 범죄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보이스 피싱'인 셈인데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지 알아보겠니다.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가 설명해드립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최근에는 '조건만남'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 넉 달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만 천 3백 건으로 피해액이 무려 8억 5천만 원에 달하는데요.

    먼저 사건 내용을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정 씨 조직은 성매매 여성을 소개해준다는 이른바 '조건만남'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뿌렸습니다.

    하지만, 조건만남은 미끼일 뿐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유혹에 넘어가 입금을 해도 만남은 없었고 환불해달라고 하면 전산 장애를 이유로 또 돈을 빼갔습니다.

    돈을 보낸 남성이 이의라도 제기하면 태도가 돌변합니다.

    "고객님, 이게 무슨 정수기예요? A/S를 부르게…. 그렇게 똑똑하시면 고객님 알아서 하세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실제로 '조건만남' 즉 성매매를 한 남성들에게 돈을 뺏는 '갈취' 또는 '강도' 사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일당은 조건만남 포주에게 성매매 명단을 만 건 당 수백만 원씩 주고 53만 건을 사들인 뒤, 남성들에게 성매매 증거라며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 문자에는 연락처를 빼가는 해킹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는데요.

    이들은 지인들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협박해, 30여 명에게 3억가량을 빼앗은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또 조건만남을 갖자며 남성들을 유인해 강도짓을 벌인 가출 청소년들이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작년 말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30살 이 모 씨가 조건만남을 통해 알게 된 10대 여성과 여성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고요.

    재작년에는 김해에서 여고생 윤 모 양이 10대 일당에게 감금돼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하다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15살 윤 모 양은 지인의 권유를 받고 가출했습니다.

    그러나 윤 양을 기다린 건 여관에서 지내며 성매매를 하는 생활이었습니다.

    부모의 가출 신고로 윤양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25살 허 모 씨와 이 모 씨 일당은 윤 양을 다시 잡아왔고 집단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윤 양은 숨졌고, 이들은 시신을 훼손한 뒤 야산에 암매장까지 했습니다.

    법원은 윤 양이 숨진 열흘 뒤, 이들이 또 다른 40대 남성을 조건만남으로 유인해 살인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 앵커 ▶

    온갖 채팅앱 등을 통한 미성년자들의 '조건만남' 성매매와 이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순 없을까요?

    처벌 규정은 어떤지, 이번에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미성년자 성매매를 막기 위해 영국에서는 2003년 그루밍법을 제정했는데요.

    만 16살 미만 청소년을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려고 '시도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그루밍법'은 지난 2007년 도입되려다 무산됐고요.

    현행법에선 만 13살 미만의 미성년자를 성매매할 경우 처벌하고 있지만, 만 14살이 넘은 경우엔 미성년자고 하더라도 강간죄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전문가의 설명, 함께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상융/변호사]
    "우리나라 형법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나이를 13세를 기준으로 합니다.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래서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로 처벌을 받습니다. 다만, 14세 이상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동의한 경우엔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로 처벌하기가 어렵고, 다만 '단순 성매매 행위'로 봐 가지고 성매매특별법에 의해서 처벌받지만 형량이 아주 약합니다.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조건만남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단속하려면 성행위 전단계라도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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