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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소고기 등급제', 마블링 둘러싸고 논란

[이브닝 이슈] '소고기 등급제', 마블링 둘러싸고 논란
입력 2016-03-28 17:44 | 수정 2016-03-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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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시청자 여러분은 어떤 고기를 좋아하시나요?

    소고기, 특히 한우 좋아하는 분 많으실 텐데요.

    정부가 이른바 '마블링'을 중심으로 한 현행 소고기 등급제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이 내용을 자세히 짚어볼 텐데요.

    먼저 소고기를 고를 때 무엇을 주로 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인터뷰 ▶

    [진평식]
    "색깔이 좋고 마블링이 잘 선명하게 나와있는 거면 주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강정희]
    "등급도 따지기는 하는데요. 등급에 따라서 고기 가격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마블링이 이렇게 골고루 들어 있는 것이 고기의 육질이 더 부드럽고 저희들이 먹을 때 더 맛있게 느껴지고 그래서 마블링이 있는 것을 사서 먹고 있어요."

    [김영자]
    "될 수 있으면 기름기가 적은 등심, 맛도 좋잖아요. 그래서 한 번씩 사면, 자주 사진 않아도 사면 그걸 선택합니다."

    [이성규]
    "마블링이 보기에는 좋은데, 식감까지도 괜찮은데 인체에는 좀 해로울 것 같아서 그런 것은 좀 덜 먹고 있어요."

    ◀ 앵커 ▶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우를 고를 때 소고기의 등급이나 마블링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럼 현재 국내 소고기 등급은 정확히 어떻게 나눠져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국내 소고기 등급제는 3개 등급으로 이뤄진 육량 등급제, 5개 등급으로 이뤄진 육질 등급제, 이렇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육량은 말 그대로, 소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등급을 나눈 것이고, 육질은 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에 따라 등급을 나눈 건데요.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 '육질' 등급에 관심이 많으시죠.

    육질 등급은 이처럼 '1등급 투 플러스'부터 1등급 원 플러스' 그리고 '3등급'까지 5단계로 나뉩니다.

    평가 항목에는 고기의 근내지방도, 즉 '마블링', 그리고 고기의 색상, 지방의 색상, 조직감, 성숙도 등 총 5가지를 봅니다.

    실제 등급별로 고기 사진인데요.

    흰색으로 나타나는 근내지방, 즉 마블링이 많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죠.

    지난달 기준으로 '1등급 투 플러스' 한우의 경우, 도매가격이 1kg당 2만 천 원대였는데요.

    3등급 한우의 도매가격은 1kg에 만원대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같은 등급 기준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매년 발표하는 식품소비행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3천 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구이용 한우를 구입할 때 어떤 등급을 가장 선호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선호하는 등급이 있는 경우에는'1등급 원 플러스' 한우를 구입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 26%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1등급'(20%)이나, '1등급 투 플러스' (10%) 처럼 한우의 높은 등급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2등급'을 주로 산다는 소비자는 전체의 3%, '3등급'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그럼 이런 소고기 등급제는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도입된 걸까요?

    이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1970년대부터 90년대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소고기에 물을 넣어 판매하는, 이른바 '물 먹인 소'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습니다.

    [뉴스데스크(1990년 7월 20일)]
    "도살된 소의 피를 빼내고 곧바로 물을 주입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씨 등은 또, 도축할 소의 머리와 다리에 상처를 입힌 뒤, 화물차에 소를 매달고 도축장 마당을 끌고 다녀 갈증을 느낀 소가 물을 많이 먹도록 하는 방법도 써 왔습니다."

    그러던 중 1992년 우루과이 라운드로 인한 축산물 시장 개방을 앞두고 한우의 품질 개선을 위해 소고기 등급제가 도입됐는데요.

    [뉴스데스크 (1995년 2월 4일)]
    "일반적으로 고기의 색깔이 선홍색을 띠고, 지방질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이 좋은 등급을 받습니다."

    [유무상/축협 축산물 등급판정소 소장]
    "24시간 이상 냉장을 하기 때문에 물 먹인 소라도 냉장과정에서 물이 전부가 유출되는지 그다음에 육질에 있어서 물 먹인 소는 구별이 엄격하게 되기 때문에 물 먹인 소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처음 3개 등급으로 시작됐던 소고기 등급제는 높은 등급이 연이어 생기면서 1997년에 원 플러스 등급이 2004년에는 투 플러스 등급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따라 축산업계에서는 높은 등급을 받는 한우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사육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는데요.

    2000년대 이후에는 외국산 소고기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특히 마블링 위주의 개량을 주로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우 가운데 1등급 이상 비율이 점차 늘어났는데요,

    지난 2003년 거세우 기준으로 1등급 이상 비율은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작년에는 등급 판정을 받은 한우 가운데 84%가 1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소고기의 근내지방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즉 '마블링'에 따라 등급이 좌우된다는 걸 앞서 살펴봤는데요.

    이 지방이 건강에 안 좋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현행 소고기 등급 판정 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우 농가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건데요.

    이 내용을 취재한 시사매거진 2580의 김현경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정부가 지금의 소고기 등급 판정 기준을 바꾸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 기자 ▶

    현행 등급제가 건강을 따지는 달라진 소비자의 기호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마블링 양이 많은 고기에게 높은 등급을 주다 보니 소비자들이 아무래도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되는데, 이건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작년 12월 한 소비자단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소고기 마블링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답했고,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답변도 64%나 됐습니다.

    사육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는데요.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소들에게 비싼 곡물 사료를 오래 먹이면서 인위적으로 살을 많이 찌워야 하는데, 이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겁니다.

    또 현행 등급제가 고기 맛을 기름 맛으로 느끼게 하도록 소비자 입맛을 왜곡시켰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지방 비율이 20% 가까이 되는 현재 투 플러스 등급 자체를 없애고, 지금이라도 저지방육 생산 체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언현/건국대 생명공학과 명예교수]
    "모든 것을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투 플러스에다 맞추지 말고 원 플러스도 좋다는 걸 인식시켜서 조금 더 가격을 낮춰가지고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이런 정책을 쓰는 것이 생산자입장에서도 나는 바람직하다고…."

    ◀ 앵커 ▶

    그럼 다른 나라들은 소고기 등급제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 기자 ▶

    다른 나라들 역시 마블링이 등급의 중요한 기준인 건 마찬가집니다.

    다만, 마블링 함량은 나라마다 좀 차이가 납니다.

    마블링의 원조인 미국은 소고기 등급을 모두 8단계로 나눕니다.

    하지만, 최고인 '프라임' 등급의 마블링 함유량은 8%에서 10% 정도로 우리나라 중간 등급인 1등급과 2등급 사이 정도밖에 안 됩니다.

    반면 일본은 소고기를 다섯 등급으로 나누는 데, 최고급 등급인 5등급의 지방 비율이 최대 31.7%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최고 등급의 지방 비율이 17에서 19% 사이로, 지방량을 강화한 일본식 모델을 따라온 셈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이 등급 기준을 바꾸는 것에 대해 한우 농가에서 지금 반대가 심한 거죠?

    ◀ 기자 ▶

    축산 업계는 마블링을 중심으로 한 소고기 등급제야말로 한우가 경쟁력을 갖게 만든 1등 공신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높게 쳐주는 큰 틀만큼은 절대 손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마블링이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소고기 소비량이 2013년 기준 10.3kg으로 미국이나 호주의 3분의 1도 채 안 되기 때문에 과장된 우려라고 반박합니다.

    또 품종 개량, 사료 개발, 도축 시기 조절 등 20년 넘게 마블링 좋은 고기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포기하는 건 그 자체로 큰 손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우는 수입소보다 기본 생산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등급이 낮은 소고기로는 미국이나 호주산 소고기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주선태/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제가 전문가로서 축산학과 교수로서 보기에 마블링 없는 2등급, 3등급 고기를 만들어 가지고 수입육하고 경쟁하는 것은 다 같이 죽자라는 것밖에 안 돼요."

    ◀ 앵커 ▶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선 일단 오는 6월에 개선안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요?

    ◀ 기자 ▶

    정부 역시 이런 농가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매우 신중한 입장인데요.

    현재까지 밝힌 방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일단 마블링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따지겠다.

    마블링뿐 아니라 조직감 같은 다른 평가방법도 도입하겠다.

    또 1,2,3등이라는 서열식으로 돼 있는 지금의 등급 명칭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관계자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관태/축산물품질평가원 본부장]
    "마블링 양이 아닌 마블링 형태, 그러니까 근내 지방도의 형태를 거칠고 많은 떡지방 같이 생긴 것을 섬세한 지방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 그런 기준을 만들 것입니다."

    ◀ 앵커 ▶

    이참에 정부가 소비자들의 건강도 지키면서 또 한우 농가들의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그런 지혜로운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네요.

    김현경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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