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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영화관 '좌석 등급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브닝 이슈] 영화관 '좌석 등급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입력 2016-03-31 17:29 | 수정 2016-03-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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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시청자 여러분은 어떤 문화생활을 주로 즐기시는지요.

    가장 먼저 영화 관람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 관람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극장 체인이죠.

    CGV가 이달 초부터 영화관의 좌석을 공연장처럼 등급을 나눠서 요금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먼저 보도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CGV는 지난 3일부터 좌석요금을 다르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좌석을 세 단계로 나눠 스크린과 가까운 자리는 일반 좌석보다 1천 원 싸게, 인기가 많은 자리는 1천 원 비싸게 바꾼 겁니다.

    시간대에 따라서도 요금이 달라집니다.

    평일 오전엔 최저 6천 원, 관객이 많은 주말 오후엔 최고 1만 2천 원입니다.

    같은 자리와 서비스에 요금만 바뀐 셈인데, 관객들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조상연]
    "중간 자리나 뭐 이런 데는 오히려 비싸졌다고 하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최효윤]
    "싸게 보려면 비교적 뒤쪽에서 봐야 하고 그래서 영화를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거 같아요."

    ◀ 앵커 ▶

    CGV 측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 관객 스스로 상황에 맞춰서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조치가 결과적으로는 영화 관람료를 높이고 있다는 소비자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경철 아나운서가 전해 드립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이곳 서울 상암동 MBC와 가까운 CGV 상암점의 한 상영관 좌석 배치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관람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인 중앙 블록의 좌석 대부분은 이렇게 빨간색의 '프라임 존'으로 지정돼 있고요.

    이 프라임존을 둘러싸고 있는 좌석이 녹색의 '스탠더드 존', 그리고 스크린과 가장 가까운 앞쪽 주황색 영역이 '이코노미 존'인데요.

    좌석의 가격은 스탠더드 존이 기존 가격이라면, 프라임 존은 이보다 1천 원이 비싸고, 이코노미존은 이보다 1천 원이 쌉니다.

    그런데 딱 보기에도 가격이 비싼 프라임존이 더 넓어보이죠.

    실제로 전체 좌석 가운데 프라임존은 35%, 스탠더드존은 45%, 이코노미존 20%로 비싼 가격의 좌석이 저렴한 가격의 좌석에 비해 15% 정도 더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코노미석에 앉고 싶어도 좌석이 모자라서 비싼 좌석에 앉아야 하는 관객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좌석에 여유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좌석등급제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일주일 동안 CGV 영화관 다섯 곳의 좌석 예매현황을 들여다봤는데요.

    가격이 천 원 싼 이코노미석의 경우, 전체 1만 9천여 석 가운데 실제 예매된 좌석은 870개에 불과한 반면, 천 원 비싼 프라임석은 3만 4천여 석 가운데 1만 535석이 예약됐습니다.

    예약 현황을 비율로 비교하면, 이코노미석 4% 대 프라임석이 30% 인데요.

    영화를 보는 여건에 차이가 있다 보니까 관객들이 프라임석을 더 선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체 영화 관람료를 따져보면 CGV 입장에서는 좌석등급제를 실시한 뒤 전에 비해 수입이 천만 원 정도 더 늘었습니다.

    전체 관객 수로 나눠보면 관객 한 사람당 430원을 더 부담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관람료가 430원이 더 오른 셈이고, 그 이득은 CGV 측이 다 가져갔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CGV측 입장과 이번 조사를 진행한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Q. 좌석등급제가 관람료 인상이라는 지적에 대해]

    [CGV 관계자]
    "여러 가지 극장의 원가상승요인이 있기 때문에 극장 가격이 인상되는 부분은 일정부분 그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말씀을 드렸던 부분이고요. 다만 소비자단체에서 조사하셨던 것은 단순 계산을 했던 부분이고, 거기에 여러 가지 할인제도나 이런 것들이 포함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단체에서 말씀하셨던 것보다는 훨씬 낮은 정도의 인상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Q. 임의로 비싼 좌석으로 옮겨다니는 관객에 대한 대응은?]

    [CGV 관계자]
    "고객들의 양심에 따라서 자신들이 끊으신 표에 맞게 앉으신 걸로 기대를 하고 있고요.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전반적으로 자리에 제대로 앉으셨나 앉지 않으셨나 정도의 활동은 지금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Q. 좌석등급제, 무엇이 문제?]

    [김연화/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위원장]
    "등급제를 통해가지고 오히려 가격만 인상시키고 소비자가 오히려 비어 있는 공간에서도 내가 마음대로 앉을 수가 없이 가격을 더 줘야 되는 이런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당히 비양심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김연화/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위원장]
    "롯데시네마라든가 이런 후발업체인 또 메가박스 멀티플렉스 이런 것들이 도미노 현상으로 가격 인상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좌석 등급하에 따른 가격구조가 적합성이 있는 건지 또 소비자에 있어서의 서비스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갈 수 있는 정도로 하고 있는지, 공정위에다가 저희가 조사요청을 할 겁니다."

    ◀ 앵커 ▶

    영화 관람 환경이 슬그머니 이처럼 바뀐 것에 대해서 시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이브닝뉴스 취재진이 영화 관람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

    [Q. 영화관 갈 때 불만은?]

    [이찬우/26세]
    "가격도 예전보다는 많이 올라가지고, 요즘에는 만 원이나 이렇게 해서 볼 수 있더라고요."

    [송요셉/27세]
    "제가 프리미엄석(프라임)을 예약을 했는데 이코노미석의 분들이 (비어 있는) 프라미엄(프라임)으로 넘어오면서…."

    [노희수/24세]
    "특별관 같은 것도 별다른 효과가 그렇게 없는 것 같은데 그것도 너무 돈이 많이 비싼 것 같아요."

    [연송원/20세]
    "영화의 종류가 좀 많았으면 좋겠거든요.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 같은 경우도 많이 B급 영화라든지 그런 것 좀 많이 개봉됐으면 좋겠어요."

    [정종현/27세]
    "상영관 내에서 파는 팝콘이라든지 음식류 같은 게 가격대가 좀 비싸 가지고 아무래도 덜 사먹게 되더라고요."

    ◀ 앵커 ▶

    지금 시민 인터뷰에서도 들으셨지만 우리 영화 관객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어도 막상 영화관에 가보면 다 똑같은 영화만 걸려 있다는 부분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나 유명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인데요.

    먼저 보도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극장 광고판도, 상영 시간표도 온통 '어벤져스2'로 뒤덮였습니다.

    개봉 첫 주 주말, 어벤져스는 토요일 하루 동안만 무려 1만 18차례 상영됐습니다.

    전국 모든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회차가 통틀어 1만 4천7백여 회, '어벤져스2'의 상영 점유율은 68.2%에 달합니다.

    열 번 중 7번은 '어벤져스2'를 틀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1천7백만 관객,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명량'만해도 상영 점유율은 개봉 첫주 나흘 동안 40%대로 절반을 넘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영화를 볼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이상준/영화 '어벤져스2' 관객]
    "액션 영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집사람이랑 같이 쇼핑도 하고 돌아다니다가 영화를 한 편 보자 그래서 가볍게 왔는데 보고 싶은 영화가 없으니까…. 왔으니까 보고 가자 또 그런 분위기 때문에 왔죠 뭐."

    이 같은 어벤져스 편중 현상은 정작 어벤져스를 만든 미국보다도 심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극장 앞.

    미국 개봉 나흘째 되는 날이었지만 어벤져스를 걸어놓은 곳은 14개 상영관 가운데 4개뿐입니다.

    나머지 상영관은 7개의 영화가 다양하게 걸려 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지난주 목요일에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입니다.

    상영 첫 번째 주말인 지난 토요일, 이 영화의 상영횟수는 8천2백 59회로 전체의 54%를 차지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상영관 두 곳 중 한 곳은 이 영화를 틀었다는 거죠.

    이 영화의 관객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왔는지, 즉 '좌석 점유율'을 살펴봤더니 전체 510만 개 좌석 중 1/3 정도인 150만 개의 좌석만 찼습니다.

    좌석점유율만 놓고 보면 4위에 불과합니다.

    평일인 어제는 이런 격차가 더 컸습니다.

    상영횟수는 4천 9백여 회로 점유율은 35%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관객의 수를 따져봤더니, 전체 99만 4천여 석 중 7만 3천여 석이 이 영화의 관람석으로 '좌석 점유율'은 7.4%로 더 곤두박질쳤습니다.

    다시 말해서 관객 수 자체는 많았지만 워낙 많은 상영관에서 틀다 보니 실제 관객이 채워진 비율은 상영되고 있는 전체 영화 중 24위에 머문 겁니다.

    ◀ 앵커 ▶

    영화관에 갔을 때의 또 다른 불만 사항이라면 간식거리 종류가 많지 않고요.

    또 몸에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는 팝콘을 그것도 비싼 가격에 판다는 거죠.

    또 영화를 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봐야 되는 앞의 광고시간이 너무 길다는 부분도 들 수 있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의 한 대형극장.

    팝콘 중간 짜리가 4천5백 원, 큰 건 5천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 소비자단체의 조사 결과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이른바 빅3 멀티플렉스의 큰 팝콘 한 통 가격은 평균 5천 원 선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원가는 613원, 8배나 비싸게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영관에 들어가 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10분이 지나도 광고가 계속됩니다.

    실제로도, 영화가 시작되기까지 평균 11분 동안 22개의 광고가 방영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광고 시간을 담합했는지 등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가운데 광고시간 담합 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대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CJ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129개 CGV 극장에서 상영되는 광고는 모두 '재산 커뮤니케이션즈'라는 광고회사에서 대행하는데요.

    이 회사는 이재현 CJ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씨의 소유입니다.

    결국 대주주인 이 회장이 동생 회사에 CGV의 광고 일감을 몰아준 건데요.

    공정위는 두 회사의 내부거래가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된다고 보고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과거 롯데시네마가 영화관 매점의 운영권을 신격호 전 회장과 그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몰아줘 공정위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고 운영권을 포기한 전례가 있는데요.

    이번 경우는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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