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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꼬리 무는 '염산테러', 대책은?

[이브닝 이슈] 꼬리 무는 '염산테러', 대책은?
입력 2016-04-04 17:26 | 수정 2016-04-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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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오늘 한 30대 여성 민원인이 경찰서를 찾아가 경찰관에게 염산을 뿌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관 4명이 얼굴과 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지금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먼저 이 내용을 신재웅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리포트 ▶

    한 30대 여성이 경찰서에 들어와 안내 직원에게 '사이버수사팀'에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출입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오전 8시 45분쯤 서울 관악경찰서 3층 복도에서 사이버수사팀 박 모 경사에게 염산을 뿌린 38살 전 모 씨입니다.

    염산에 닿은 박 경사는 급히 병원에 옮겨졌지만, 얼굴과 목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배태희/주치의 성형외과 교수]
    "화학 화상이기 때문에 점점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3도 화상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요."

    다른 경찰관 3명도 전 씨를 말리는 과정에서 얼굴과 손 등에 경미한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전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 경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염산을 구입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전 모 씨/피의자]
    (염산 왜 뿌리셨나요?)
    "…"

    전 씨는 지난 2013년, 전 남자친구가 자신을 협박한다며 경찰에 고소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전 씨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각하 처분을 내렸습니다.

    최근에는 주거지 1층의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로 출석요구를 받았지만 불응했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경찰은 전 씨의 정신 병력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신재웅입니다.

    ◀ 앵커 ▶

    끔찍한 염산 테러 소식.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피의자가 여성이지만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보면 헤어진 옛 여자친구 등에게 앙심을 품고, 보복할 목적으로 벌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간의 사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24일 밤 8시쯤 서울 용산구의 한 골목길입니다.

    골목길 어귀에 승용차가 서 있고, 여성 한 명이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41살 양 모 씨.

    헤어진 여자친구 목에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며 차 안으로 납치하려 합니다.

    달아나는 여자친구를 쫓아간 양 씨는 얼굴에 염산을 뿌린 뒤 주차해놓은 차를 타고 달아났습니다.

    [목격자]
    "갑자기 들어와서 막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시더라고요. 지금은 너무 아파서 얘기를 못 하겠고 자기가 아는 사람이니까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신고 좀 먼저 해달라고…."

    피해 여성은 오른쪽 눈의 각막 일부가 손상됐고 어깨에 3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경기도 광주시의 한 빌라 단지입니다.

    30살 조 모 씨가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갑니다.

    조 씨는 헤어지자고 요구한 여자친구가 짐을 찾으러 자신의 집에 찾아오자 우유팩에 담겨있던 염산을 뿌리고 달아났습니다.

    염산을 뒤집어쓴 피해 여성들은 얼굴과 어깨에 2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이웃 주민]
    "(피해자가) 물 좀 뿌려달라고 한 모양이에요. 호스로 머리에다 물 뿌리고, 물어보니까 (피해자가) 말도 잘 못하더라고요."

    ==============================

    한 남성이 차량 운전석 문을 두드리더니, 왼손에 빨간 병을 들고 다가갑니다.

    염산입니다.

    오른손에는 둔기를 들었습니다.

    차 앞유리를 부순 남성은 곧이어 염산을 뿌리기 시작합니다.

    여성이 운전석 문을 열고 도망가자 뒤쫓아가며 염산을 뿌립니다.

    [인근 주민]
    "어떤 여자가 막 '엄마야 엄마야, 사람 살려' 이러고 튀어 나가는 걸 봤어요. 그 남자가 막 뭐 뿌리고 있고…."

    충남 보령의 한 원룸 주차장에서 45살 황 모 씨가 옛 내연녀인 40대 여성에게 염산 테러를 가한 것입니다.

    ◀ 앵커 ▶

    염산은 이런 사건 사고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화학물질인데요.

    대체 어떤 물질이기에 이런 해를 끼치는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염산은 염화수소 기체를 물에 녹인 수용액입니다.

    강한 산성을 띠는 무색의 용액으로 자극적인 냄새를 풍기는데요.

    사건사고로 접하다 보니 막연하게 위험한 물질로 여기게 되는데, 실은 물감이나, 간장, 합성수지, 조미료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우리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의 주요성분이기도 합니다.

    염산은 농도에 따라 묽은 염산과 진한 염산으로 나뉘는데, 보통 농도 10% 이하를 '묽은 염산', 35% 이상을 '진한 염산'으로 분류합니다.

    일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9.9% 염산 희석액은 '묽은 염산'으로 하수구나 배수구 청소용으로 많이 쓰이는데요.

    농도가 높은 '진한 염산'은 취급도 까다롭고 조심해야 하는데, 주로 공업용이나 실험용으로 사용됩니다.

    염산이 피부에 닿거나 흡입을 할 경우, 우리 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오제혁/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Q.염산, 인체 피해는?]
    "농도가 낮은 염산에 노출됐을 경우에는 자극적인 느낌, 단순한 가려움증에서 시작돼서 피부염 내지는 통증, 이런 가벼운 증상을 호소할 수 있고요. 높은 농도에 노출됐다든지 아니면 장기간 노출됐다든지 그런 경우에는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염산 자체가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피부에 노출되면 응고성 괴사 손상을 일으키면서 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거고 심할 경우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은 병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Q.염산, 대처는 어떻게?]
    "가장 중요한 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물로 세척을 하는 겁니다. 1분 안에 세척이 바로 즉시 시작된 경우에는 손상을 남길 경우가 적지만 세척이 지연될 경우에는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즉 전층의 피부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즉시 즉각적으로 염산이 노출된 옷은 다 벗기시고 즉시 세척을 굉장히 세게, 많이 시행을 해야 합니다."

    ◀ 앵커 ▶

    유해한 화학 물질 가운데 대표적인 게 염산뿐 아니라 황산이 있죠.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망 사건, 많은 분들이 안타까운 이 사건을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이번에는 황산 관련 테러 사건들을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99년 5월,

    당시 6살이던 김태완 군은 대구시내 한 골목길에서 누군가 뿌린 황산을 뒤집어썼습니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태완 군은 49일간 투병 끝에 결국 숨졌습니다.

    [故 김태완 군(생존 당시)]
    "(낫고 나면) 아빠 엄마한테 돈 받아서 형아야 아이스크림 사 줄게."

    '아는 사람이다', '이웃집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태완 군의 진술이 있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범인을 잡지 못했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

    수원지방검찰청 4층 형사조정실에서 캐나다 교포 38살 서 모 씨가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황산을 뿌렸습니다.

    황산을 맞은 22살 강 모 씨는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고, 강 씨 가족과 검찰직원 등 6명이 화상을 입어 근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형사조정실에서는 고소인인 서 씨와 피고소인인 강 씨 가족 간에 조정절차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전직 대학교수이자 한국계 캐나다인인 서 씨는 제자였던 강 씨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걸었고, 이에 대해 검찰이 양측을 불러 입장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견이 쉽게 정리되지 않자, 불만을 품은 서 씨가 미리 준비해 왔던 황산을 뿌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서 씨는 강씨에게 수업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시킨 뒤 금전 지급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이 때문에 재임용에서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 ▶

    문제는 사용 용도 등을 확인해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이런 유해한 화학물질을 일반인들이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위험 물질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관련 실태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계단부터 인근 도로까지 하얀 물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산성 물질을 중화하기 위해 염화칼슘을 뿌린 겁니다.

    새벽 2시쯤 한 남성이 '빌린 돈을 갚겠다.'며 54살 정모씨를 고시원 자신의 방으로 부른 뒤 황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리고 도망갔습니다.

    [경찰]
    "냄새가 나서 접근도 못 했어요. 방에다 뿌린 거죠."

    황산은 유해화학물질로 법에 분류돼 있어 판매자는, 구매자의 신원과 구매 용도, 사용 작업장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시중에 있는 한 화공약품 판매점에 가봤습니다.

    "뭐 드릴까요?"
    (아까 전화드렸는데요.)
    "황산이요?"
    (네.)

    판매자는 신분증과 서류 확인도 없이 황산을 건넵니다.

    (얼마인가요?)
    "1kg에 6천 원요."

    서류에 신원을 거짓으로 적어놓는다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조원철/연세대학교 전 방재안전센터장 교수]
    "구매자의 신분을 반드시 기록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혀 아무런 실효성을 갖지 않는 조치이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는 누구나 살 수 있게 되어 있고요."

    전문가들은 비료용으로 황산을 사는 영농업자들도 있어 판매자가 꼼꼼하게 확인을 안 할 수가 있다며 불법 판매에 대한 벌금을 더 높이는 등의 보안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더 큰 문제는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서도 유해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는 건데요.

    앞서 보신 경기도 광주에서 전 여자친구에게 염산을 투척해 2도 화상을 입힌 사건에서도 실제로 염산을 인터넷을 통해 별다른 제재 없이 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한 오픈마켓에서는 농도 35%의 공업용 염산을 판매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판매가 중지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라 환경부는 악용될 소지가 있는 염산이나 황산 같은 유해화학물질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픈마켓 3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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