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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환자가 잠든 사이, 성형외과 '대리수술' 논란

[이브닝 이슈] 환자가 잠든 사이, 성형외과 '대리수술' 논란
입력 2016-04-05 17:27 | 수정 2016-04-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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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이른바 '대리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강남의 3대 성형외과 중 한 곳이라고 하는데요.

    이 시간에는 우리나라의 성형외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리수술' 실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 성형외과의 원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기소됐는지, 나경철 아나운서의 설명으로 들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성형외과인데요.

    이 성형외과의 원장인 44살 유 모 씨가 사기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유씨는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환자 33명에게 본인이 직접 수술할 것처럼 속인 뒤, 환자가 마취돼 의식이 없는 사이에 치과의사 등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하도록 해서 1억 5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의사 바꿔치기' 혐의인데요.

    환자들의 입장에선 상담한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 즉 '유령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겁니다.

    또 2012년부터 2년 동안 서울의 강남과 부산 등에 다른 의사들 명의로 성형외과와 치과의원 등을 열어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팀에서 지난해 이 병원의 문제점을 다뤘었는데요.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한 환자가 의료사고가 걱정돼 수술실에 초소형 녹음기를 몰래 가져갔던 겁니다.

    6시간의 대수술이 끝나고 녹음된 내용을 들어본 환자는, 대화 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대체 어떤 내용이었는지, 함께 보시죠.

    ◀리포트 ▶

    "(프로)포폴 들어가겠습니다."

    전신 마취제가 투여되고, 최 씨가 잠들자마자 의료진은 곧바로 최 씨의 몸매를 화제로 삼았습니다.

    [수술실 녹취음성]
    "엄청 말랐네 허벅지, 만져 봐. 그렇지?"
    (얇다, 되게 얇다.)
    "00아 선생님 싫어하는 허벅지다."

    최 씨의 외모를 놓고 품평을 시작합니다.

    [수술실 녹취음성]
    "못생긴 얼굴은 아닌데 호감형은 아니야."
    (못 생겨도 호감형이 있잖아요. 좀 이상하게 생겼어요.)
    (약간 음흉해요 음흉하게 생겼어요.)
    "생긴 게 좀 명쾌하지 못해…."

    수술 내내 모욕적인 발언이 반복됩니다.

    [수술실 녹취음성]
    "어? 진짜 가지가지 했네. 와. 특이한 남자애다…. 뭐하는 애지? 이 돈으로 포경수술을 하지."
    (여자친구 있는데 포경 수술 안 해도 상관없나보지?)
    "말이 안 되는데."

    발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수술대 위에 잠들어있는 최 씨를 향해 온갖 막말이 쏟아졌습니다.

    [수술실 녹취]
    "미친X…. 나도 이걸로 밥벌이 하고 있지만 미친 X이라니까요. 내 아들이면 호적 팠을거에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이 환자는 특별히 병원장이 직접 수술을 해준다고 해서, 1천7백만 원짜리 고액 수술을 결심했다고 하는데요.

    문제의 녹음 파일에서 환자는 자신을 상담했던 병원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그래서 '유령수술' 의혹을 제기했던 겁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환자를 집도한 의사는 다른 의사였던 것으로 드러났고, 병원측은 원장은 의료진들의 막말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2580팀은 당시 취재 과정에서 해당 병원에서 유령수술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어서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박 모 씨/전 A 성형외과전문의]
    "제가 있을 당시(2012~2013년) 광대 수술, 사각턱 수술, 여기 앞턱 수술은 대부분이 유령수술이었어요."

    이 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의 지난해 2월 수술 일정표입니다.

    오전 10시에 두 시간짜리 전신 마취 수술이 있고, 바로 1시간 뒤에 5시간짜리와 2시간짜리 수술이, 또 1시간 뒤 세 시간짜리 수술이 잡혀 있습니다.

    다른 날짜에도 역시 같은 의사가 오전 10시에 수술 세 개.

    두 시간 뒤에 또 수술 세 개를 한 걸로 나와 있습니다.

    [김 모 씨/전 A 성형외과전문의]
    "(10시에) 두 시간 세 시간짜리 수술인데 12시에 또 전신마취 수술이 두 개나 잡혀 있잖아요. 의사 몸이 하나인데 두 개를 동 시간대에 할 수는 없는 거죠."

    [박 모 씨/전 A 성형외과전문의]
    (환자는 알 수가 없어요?)
    "여차 잘못하면 알게 되니까 잠을 푹 재우고 체계적으로 움직이죠."

    [김 모 씨/전 A 성형외과전문의]
    "(수술실) 뒷문들이 있어요. 쪽문이. 그 쪽문으로 해서 진료실 들어갔다가 환자는 수술실 보내고 나면 보호자들이나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쪽문으로 나오고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이거 007작전이라고…."

    2580이 입수한 A 병원의 근로계약서입니다.

    [박 모 씨/전 A 성형외과전문의]
    "(GIVEN은) 수술은 준 거죠. GIVEN이 수술을 다른 사람한테 준 거죠. 상담해서 성사를 시켜서…."
    (환자 입장에선 유령 의사에게 준 건가요?)
    "그렇죠. 환자한테 허락은 받진 않았을 거고 수술을 준거죠."

    실제 A성형외과에서 유령 수술을 했다고 고백한 의사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진술서.

    [OOO/전 A 성형외과 전문의]
    "환자가 대리 수술을 알게 되면 큰 소동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잠이 들면 곧바로 유령의사가 들어가서 수술했습니다."

    [△△△/전 A 성형외과 전문의]
    "가슴수술, 지방흡입수술, 사각턱수술, 광대축소수술의 경우에도 대리 수술을 했습니다."

    ◀ 앵커 ▶

    재작년에는 서울 강남의 또 다른 성형외과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수술실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환자를 옆에 두고 생일파티를 하는 듯한 사진이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당시 보도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수술용 복장을 한 여성 의료진이 의사로 보이는 남성에게 케이크를 내밀고 서 있습니다.

    수술실 안인데도 불붙은 초까지 꽂혀 있습니다.

    의사 뒤로 보이는 수술대 위에는 마취가 된 듯한 환자가 누워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직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입니다.

    버젓이 '수술 중'이라는 문구까지 넣어서 올린 이른바 '셀카' 사진.

    수술실에서 단체로 햄버거나 과자를 먹고, 수술도구로 팔찌를 고치는 사진도 있습니다.

    멸균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수술실에서 해서는 안 될 위험천만한 행동들입니다.

    해당 병원은 논란이 일자 "이 사진들은 석 달 전쯤 한 간호사가 SNS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은 얼마나 많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이번에는 국내 성형수술의 실태를 통계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국제미용성형외과 협회가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성형수술 실태를 살펴봤는데요.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성형'수술'이나 '시술'은 모두 65만 건으로, 세계에서 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 7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인구 대비로 계산하면 전 세계 1위였는데요.

    인구 만 명당 성형 수술이나 시술 건수가 131건에 달했습니다.

    성형수술이 이처럼 보편화되면서, 피해 사례 또한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성형수술 피해 관련 상담은 4천 5백 건이 넘었습니다.

    최근 2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를 분석했더니, 부위별로는 눈이나 코 성형에서 부작용이 많았고, 또 피해 종류로는 비대칭이나 보형물 관련 이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부작용 피해자 가운데 88%는 재수술을 받았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수술의 부작용으로 목숨까지 위협받는 경우도 있는데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지난 2013년 성형수술을 받은 10대 환자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 조 모 씨는 환자의 심장이 정지한 것을 모르고 있다, 뒤늦게 응급조치를 해 뇌손상이 왔고, 결국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성형수술과 관련된 의료사고 중에는 수면 마취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마취 전문의 없이 수술하고 있는 성형외과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보도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 날짜를 잡으면서 마취과 의사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00성형외과 관계자]
    "상주하고 계세요. 다음 주 수요일 10시. 마취과 원장님이 수술하시는 내내 옆에 계속 같이 계세요."

    이곳에 상주하고 있다는 마취과 원장이 마취를 전담하고 있다는 또 다른 병원.

    동일한 날짜와 시간에 여기서도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XX성형외과 관계자]
    (다음 주 수요일쯤 가능한지?)
    "10시까지 오실 수 있으세요? 마취과 원장님이 계속 수시로 혈압이라든지 맥박, 체크해 드릴거고요."

    확인한 또 한 병원까지 모두 세 곳이 4월15일 오전 10시 같은 마취과 의사가 마취를 하고 수술 전 과정을 지켜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세 곳 중 두 곳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성형수술이 전신수면 마취가 보편화되면서 성형수술 의료사고의 90%가 마취 관련사고입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경험없는 성형외과의는)수술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전신마취 시간도 길어지죠. 그 상태로 방치되다 보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거죠."

    그런데도 일선 성형외과에서는 마취 전문의 없는 수술이 늘어나고 있고, 인건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마취를 싸게 하려고….마취 간호사가 마취를 한다든지 그러다보니 사고의 위험도 조금 높아지는 것 같아요."

    ◀ 앵커 ▶

    일명 유령수술, 이 대리수술 실태에 대해서 의료계내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대한성형외과과의사회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차상면/대한성형외과의사회장 ▶

    [Q.'유령수술'의 위험성?]

    "(무면허 수술보다) 유령수술이 훨씬 더 위험해요. 왜 그러냐면 무면허 수술을 한다는 것은 환자가 알고 있어요. (유령)수술하는 의사는 이 환자 상태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거죠. 체크를 해야 하는데 환자가 자고 있어요. 누워서. 체크를 전혀 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죠? 얼마나 위험한 수술이겠어요."

    [Q.'유령수술' 막기 위한 대책은?]

    "집도 의사하고 병원장이 분리된 일부 병원에서 아직도 유령수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적 고발이 없게 되면 이걸 잡아낼 수 있는 방법엔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자 환자분들을 모집하여 이분들이 법률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저희가 의견 개진을 할 생각이고요. 또 이번에 검찰이 처음으로 이제 사기죄만 기소를 했는데, 사실 유령수술에 의해서 장애를 입으신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을 위해서 상해죄가 적용되도록 재정 신청을 할 생각인데 그때 저희가 많은 의견 개진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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