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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침입해도 '깜깜', 뻥 뚫린 정부청사
[이브닝 이슈] 침입해도 '깜깜', 뻥 뚫린 정부청사
입력
2016-04-06 17:29
|
수정 2016-04-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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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정부 서울청사에 몰래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위조했다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사건 발생 일주일 가까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먼저 김진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던 26살 송 모 씨가 지난달 26일 밤 9시쯤 정부서울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침입했습니다.
송 씨는 시험 담당자의 컴퓨터에 접속해 자신이 합격한 것처럼 명단을 조작했고 인사혁신처는 나흘 뒤 합격자 재검토 과정에서 침입 흔적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고 송 씨는 그제 제주도에서 체포됐습니다.
송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부서울청사 1층 체력단련실에서 공무원 출입증 3개를 훔친 뒤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갔고 컴퓨터 비밀번호를 푸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확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송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청사 보안에 문제가 있었는지, 내부에서 도움을 준 사람이 있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필기시험 합격자 대조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오늘로 예정된 합격자 발표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가 핵심 시설인 정부청사에 외부인이 무단 침입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한 보안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MBC뉴스 김진희입니다.
◀ 앵커 ▶
어떻게 민간인이 정부청사 사무실에 버젓이 들어가 성적 조작까지 할 수 있었는지,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돈데요.
우리 정부의 보안 시스템은 대체 얼마나 취약한 걸까요?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붙잡힌 송 모 씨는 얼마 전까지 공무원 시험 필기시험을 직접 치렀던 사람인 거죠?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올해 26살인 송 씨는 2016년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선발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었습니다.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은 학교장 추천을 받은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데, 올해 110명 모집에 전국 128개 대학에서 702명이 지원해 평균 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송 씨는 제주에 있는 한 대학의 추천을 받은 졸업 예정자였고, 지난달 5일 필기시험에 응시했습니다.
하지만, 성적이 합격선에 미치지 못하자 서울 세종로에 있는 정부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침입해 성적을 조작하고, 또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해 넣은 겁니다.
◀ 앵커 ▶
그런데 나경철 아나운서, 이 송 씨가 지난달 26일 밤에 정부청사에 몰래 들어가서 성적 조작을 했는데, 정부청사에 들어간 게 처음이 아니라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송 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청사를 대여섯 차례나 들락거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의 원래 목적은 필기시험을 보기 전에 문제지를 몰래 빼내오는 거였습니다.
이를 위해 송 씨는 정부청사 체력단련장 탈의실에 들어가 공무원 신분증을 3개나 훔쳐 나왔고,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는 데는성공했지만, 문제지를 훔쳐 나오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고 송 씨는 털어놨습니다.
결국, 필기시험을 망친 송 씨는 이번엔 성적을 조작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다시 여러 차례 청사를 드나들며 사전 답사를 한 뒤, 지난달 26일,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시험 성적을 조작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명단을 수정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 앵커 ▶
취업준비생의 절박한 마음이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졌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이 범죄가 '실현 가능했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청사의 보안 체계가 이렇게 허술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훔친 신분증으로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백 번 양보해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사무실에 들어가서 컴퓨터에 들어 있는 내부 정보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어떻게 가능했나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송 씨를 수사한 경찰은 송 씨가 인사혁신처 채용 담당자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던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송 씨를 검거할 때 압수한 노트북 PC에서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 여러 종류가 발견된 건데요.
경찰은 송 씨가 이들 프로그램 중 일부를 이용해 비밀번호를 해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송 씨가 범행 당일 노트북 PC를 들고 가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동식 저장장치, 즉 USB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터넷 상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만으로 다른 곳도 아니고 정부청사 컴퓨터 보안이 순식간에 뚫려버렸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3년 연속 세계 최고 전자정부'라는 자랑이 무색할 정도로 해킹전문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20대 공무원 준비생에게 보안 시스템이 해제된 건데요.
심각한 허점이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국정원의 정부부처 정보보안 지침에 따르면 공무원 PC는 세 단계 암호로 보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부팅 단계에서의 시모스(CMOS) 암호, 윈도 운영체계 암호, 그리고 화면보호기 암호를 모두 설정하도록 돼 있는데요.
이를 두고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자정부와 행정망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행자부는 "해당 PC를 사용한 인사처 직원이나 정보화 담당자가 정보 보안 규정을 빠짐없이 준수했다면 내부 문서에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인적 과실' 쪽에 우선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반면, 인사처는 "정보보안 지침을 빠짐없이 이행했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정부의 전산시스템 자체의 취약성을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 앵커 ▶
행자부는 일단 이번 사건과 관련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청사 보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 오전에 있었던 브리핑 내용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김성렬/행정자치부 차관 ▶
"정부청사 관리를 총괄하는 행자부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 청사의 보안 관리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발견되는 미비점과 경찰 수사결과에서 드러나는 취약점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 전문가 자문,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서 종합적인 청사 보안 강화 대책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입니다. 행자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청사 보안 강화 TF를 금일 중으로 구성, 운영할 예정이며,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서 청사 보안에 대한컨설팅과 정밀 진단을 실시하겠습니다. 철저한 공직 감찰을 실시하고 있고 감찰 결과 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는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입니다."
◀ 앵커 ▶
지난 2012년에도 역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 사건이 발생했죠.
60대 남성이 청사에 들어와 불을 지른 건데요.
당시에도 허술한 출입 통제로 정부의 심장부가 뚫렸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시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큰 가방을 멘 채 청사 후문으로 들어옵니다.
이 남성은 18층 교육과학기술부 복도를 지나 한 사무실에 들어갔고, 가방에서 페인트통을 꺼낸 뒤 불을 질렀습니다.
61살 김 모 씨로 밝혀진 이 남성은 직원들에게 '대피하라'고 말한 뒤 창문을 통해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
정부중앙청사의 허술한 보안도 드러났습니다.
출입증을 대야 열리는 보안 게이트는 열려 있었고, 검색대는 꺼진 상태.
또 청사 밖엔 경찰 5명이, 안엔 방호직원 4명이 경비 중이었지만 김 씨가 보여준 가짜 신분증에 속아 아무도 막지 않았습니다.
[강상문/당시 종로경찰서 형사과장]
"육안으로 출입증 여부만 확인했던 것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2012년 10월 14일, 당시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김 씨의 청사 출입증입니다.
왼쪽 상단에 있어야 할 무궁화 마크와 하단의 소속 부처 표시는 없지만 전체 디자인은 아주 유사하죠.
김 씨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9천9백 원을 주고 유료 가입을 한 뒤 공무원 신분증 양식을 내려받아 위조한 출입증입니다.
김 씨는 이 조악한 가짜 신분증을 목에 걸고 유유히 청사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아무리 겉모양이 유사해도 등록된 전자칩이 내장돼 있지 않은 위조신분증으로는 보안 게이트가 열리지 않죠.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날은 일요일이었고 당시 정부청사 보안 게이트는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또 김 씨가 메고 있던 큰 가방에는 인화물질이 들어 있었지만, 엑스레이 검색대도 꺼져 있어서 전혀 잡아낼 수 없었습니다.
이 방화 사건 이후, 정부는 추가 예산을 들여 청사 보안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하지만,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이 사건뿐만이 아닙니다.
정부청사에 트럭이 돌진하는가 하면, 경비를 서던 의경의 소총에서 실수로 실탄이 발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1톤 화물차가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현관에 박혀 있습니다.
세종시에서 사슴목장을 경영하는 59살 이 모 씨 부부가 화물차를 몰고 청사로 돌진했습니다.
그리고는 화물차에 싣고 온 사슴 사체를 던졌습니다.
청사 로비는 온통 사슴털과 오물투성입니다.
[정부세종청사 경비원]
"아저씨가 사슴 머리 썩은 것, 구더기가 많고, 그것을 뜯어서 던졌죠. 공무원들한테 욕하고…."
이 씨 부부는 세종시 주변 공사로 사슴이 폐사하고 임신이 안 되는 등 피해를 당했지만, 아무도 민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모 씨/부인]
"'사슴은 예민한 동물입니다. 예민한 동물입니다. 빨리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 차례나 얘기를 했습니다."
==============================
서울 세종로 정부 청사.
3월 6일 밤, 청사 별관 초소에서 실탄 오발사고가 났습니다.
경비를 서던 서울경찰청 정부서울청사 경비대 718 전투경찰대 김 모 일경이 k-2 소총을 다른 어깨로 바꿔 메다가 실탄이 하늘로 발사된 겁니다.
한미연합 군사 훈련 기간이라 의경에게 소총을 지급했지만, 실탄은 주지 않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사고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실을 통해 사고를 알게 된 전경대장 김 모 경감은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청와대와 미국대사관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한 곳에서 오발사고가 났는데도, 쉬쉬하며 은폐하려 한 겁니다.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정부 서울청사에 몰래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위조했다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사건 발생 일주일 가까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먼저 김진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던 26살 송 모 씨가 지난달 26일 밤 9시쯤 정부서울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침입했습니다.
송 씨는 시험 담당자의 컴퓨터에 접속해 자신이 합격한 것처럼 명단을 조작했고 인사혁신처는 나흘 뒤 합격자 재검토 과정에서 침입 흔적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고 송 씨는 그제 제주도에서 체포됐습니다.
송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부서울청사 1층 체력단련실에서 공무원 출입증 3개를 훔친 뒤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갔고 컴퓨터 비밀번호를 푸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확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송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청사 보안에 문제가 있었는지, 내부에서 도움을 준 사람이 있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필기시험 합격자 대조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오늘로 예정된 합격자 발표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가 핵심 시설인 정부청사에 외부인이 무단 침입해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한 보안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MBC뉴스 김진희입니다.
◀ 앵커 ▶
어떻게 민간인이 정부청사 사무실에 버젓이 들어가 성적 조작까지 할 수 있었는지,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돈데요.
우리 정부의 보안 시스템은 대체 얼마나 취약한 걸까요?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붙잡힌 송 모 씨는 얼마 전까지 공무원 시험 필기시험을 직접 치렀던 사람인 거죠?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올해 26살인 송 씨는 2016년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선발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었습니다.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은 학교장 추천을 받은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데, 올해 110명 모집에 전국 128개 대학에서 702명이 지원해 평균 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송 씨는 제주에 있는 한 대학의 추천을 받은 졸업 예정자였고, 지난달 5일 필기시험에 응시했습니다.
하지만, 성적이 합격선에 미치지 못하자 서울 세종로에 있는 정부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침입해 성적을 조작하고, 또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해 넣은 겁니다.
◀ 앵커 ▶
그런데 나경철 아나운서, 이 송 씨가 지난달 26일 밤에 정부청사에 몰래 들어가서 성적 조작을 했는데, 정부청사에 들어간 게 처음이 아니라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송 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청사를 대여섯 차례나 들락거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의 원래 목적은 필기시험을 보기 전에 문제지를 몰래 빼내오는 거였습니다.
이를 위해 송 씨는 정부청사 체력단련장 탈의실에 들어가 공무원 신분증을 3개나 훔쳐 나왔고,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는 데는성공했지만, 문제지를 훔쳐 나오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고 송 씨는 털어놨습니다.
결국, 필기시험을 망친 송 씨는 이번엔 성적을 조작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다시 여러 차례 청사를 드나들며 사전 답사를 한 뒤, 지난달 26일,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시험 성적을 조작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명단을 수정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 앵커 ▶
취업준비생의 절박한 마음이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졌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이 범죄가 '실현 가능했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청사의 보안 체계가 이렇게 허술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훔친 신분증으로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백 번 양보해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사무실에 들어가서 컴퓨터에 들어 있는 내부 정보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는 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어떻게 가능했나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송 씨를 수사한 경찰은 송 씨가 인사혁신처 채용 담당자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던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송 씨를 검거할 때 압수한 노트북 PC에서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 여러 종류가 발견된 건데요.
경찰은 송 씨가 이들 프로그램 중 일부를 이용해 비밀번호를 해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송 씨가 범행 당일 노트북 PC를 들고 가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동식 저장장치, 즉 USB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터넷 상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만으로 다른 곳도 아니고 정부청사 컴퓨터 보안이 순식간에 뚫려버렸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3년 연속 세계 최고 전자정부'라는 자랑이 무색할 정도로 해킹전문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20대 공무원 준비생에게 보안 시스템이 해제된 건데요.
심각한 허점이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국정원의 정부부처 정보보안 지침에 따르면 공무원 PC는 세 단계 암호로 보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부팅 단계에서의 시모스(CMOS) 암호, 윈도 운영체계 암호, 그리고 화면보호기 암호를 모두 설정하도록 돼 있는데요.
이를 두고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자정부와 행정망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행자부는 "해당 PC를 사용한 인사처 직원이나 정보화 담당자가 정보 보안 규정을 빠짐없이 준수했다면 내부 문서에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인적 과실' 쪽에 우선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반면, 인사처는 "정보보안 지침을 빠짐없이 이행했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정부의 전산시스템 자체의 취약성을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 앵커 ▶
행자부는 일단 이번 사건과 관련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청사 보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 오전에 있었던 브리핑 내용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김성렬/행정자치부 차관 ▶
"정부청사 관리를 총괄하는 행자부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 청사의 보안 관리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발견되는 미비점과 경찰 수사결과에서 드러나는 취약점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 전문가 자문,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서 종합적인 청사 보안 강화 대책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입니다. 행자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청사 보안 강화 TF를 금일 중으로 구성, 운영할 예정이며,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서 청사 보안에 대한컨설팅과 정밀 진단을 실시하겠습니다. 철저한 공직 감찰을 실시하고 있고 감찰 결과 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는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입니다."
◀ 앵커 ▶
지난 2012년에도 역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 사건이 발생했죠.
60대 남성이 청사에 들어와 불을 지른 건데요.
당시에도 허술한 출입 통제로 정부의 심장부가 뚫렸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시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큰 가방을 멘 채 청사 후문으로 들어옵니다.
이 남성은 18층 교육과학기술부 복도를 지나 한 사무실에 들어갔고, 가방에서 페인트통을 꺼낸 뒤 불을 질렀습니다.
61살 김 모 씨로 밝혀진 이 남성은 직원들에게 '대피하라'고 말한 뒤 창문을 통해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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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중앙청사의 허술한 보안도 드러났습니다.
출입증을 대야 열리는 보안 게이트는 열려 있었고, 검색대는 꺼진 상태.
또 청사 밖엔 경찰 5명이, 안엔 방호직원 4명이 경비 중이었지만 김 씨가 보여준 가짜 신분증에 속아 아무도 막지 않았습니다.
[강상문/당시 종로경찰서 형사과장]
"육안으로 출입증 여부만 확인했던 것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2012년 10월 14일, 당시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김 씨의 청사 출입증입니다.
왼쪽 상단에 있어야 할 무궁화 마크와 하단의 소속 부처 표시는 없지만 전체 디자인은 아주 유사하죠.
김 씨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9천9백 원을 주고 유료 가입을 한 뒤 공무원 신분증 양식을 내려받아 위조한 출입증입니다.
김 씨는 이 조악한 가짜 신분증을 목에 걸고 유유히 청사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아무리 겉모양이 유사해도 등록된 전자칩이 내장돼 있지 않은 위조신분증으로는 보안 게이트가 열리지 않죠.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날은 일요일이었고 당시 정부청사 보안 게이트는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또 김 씨가 메고 있던 큰 가방에는 인화물질이 들어 있었지만, 엑스레이 검색대도 꺼져 있어서 전혀 잡아낼 수 없었습니다.
이 방화 사건 이후, 정부는 추가 예산을 들여 청사 보안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하지만,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이 사건뿐만이 아닙니다.
정부청사에 트럭이 돌진하는가 하면, 경비를 서던 의경의 소총에서 실수로 실탄이 발사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1톤 화물차가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현관에 박혀 있습니다.
세종시에서 사슴목장을 경영하는 59살 이 모 씨 부부가 화물차를 몰고 청사로 돌진했습니다.
그리고는 화물차에 싣고 온 사슴 사체를 던졌습니다.
청사 로비는 온통 사슴털과 오물투성입니다.
[정부세종청사 경비원]
"아저씨가 사슴 머리 썩은 것, 구더기가 많고, 그것을 뜯어서 던졌죠. 공무원들한테 욕하고…."
이 씨 부부는 세종시 주변 공사로 사슴이 폐사하고 임신이 안 되는 등 피해를 당했지만, 아무도 민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모 씨/부인]
"'사슴은 예민한 동물입니다. 예민한 동물입니다. 빨리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 차례나 얘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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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 정부 청사.
3월 6일 밤, 청사 별관 초소에서 실탄 오발사고가 났습니다.
경비를 서던 서울경찰청 정부서울청사 경비대 718 전투경찰대 김 모 일경이 k-2 소총을 다른 어깨로 바꿔 메다가 실탄이 하늘로 발사된 겁니다.
한미연합 군사 훈련 기간이라 의경에게 소총을 지급했지만, 실탄은 주지 않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사고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실을 통해 사고를 알게 된 전경대장 김 모 경감은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청와대와 미국대사관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한 곳에서 오발사고가 났는데도, 쉬쉬하며 은폐하려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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