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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강제 입원 제도', 환자 인권 침해 논란

[이브닝 이슈] '강제 입원 제도', 환자 인권 침해 논란
입력 2016-04-12 17:45 | 수정 2016-04-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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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인권 침해 소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정신병원의 강제 입원제도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틀 뒤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를 둘러싼 공개변론이 열리는데요.

    먼저 어떤 사연들이 있었는지, 관련 보도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57살 박 모 씨는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성격 장애를 앓아왔고, 자살 기도까지 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게 가족의 설명입니다.

    [박 모 씨 가족]
    "너무 심해지니까 입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요."

    하지만 박 씨는 네 명의 자녀가 2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노리고 강제로 입원시켰다고 주장합니다.

    [박 모 씨/강제입원 피해자]
    "자는 상태에서 신발도 못 자고 그냥 끌려왔죠. 너무 무서워요. 아이들이…."

    우울증과 환청 증세를 보였던 44살 이정하 씨도 10여 년 전, 가족들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끌려갔습니다.

    퇴원해 자발적으로 치료받겠다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고, 정신병원 7군데를 전전하다 가족의 연을 끊고서야 악몽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정하/강제입원 피해자]
    "악몽에 계속 시달리고요. 대부분 거의 가족이 돌보기 귀찮아서 버림받아서 저 같은 사람이 갇혀 있는 거예요."

    피해자 198명이 인권위에 강제 입원 피해를 호소하는 진정을 접수한데 이어, 헌법 소원을 청구했습니다.

    ◀ 앵커 ▶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제도는 정신질환자 스스로 입원이나 퇴원을 결정하기 힘들고, 자칫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용인돼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강제입원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환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유선경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의 법적인 근거는 정신보건법 24조 1항에 나와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하에 정신질환자의 입원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요.

    6개월 동안 강제 입원이 가능하고,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심사를 거쳐 전문의의 진단과 보호자의 동의만 있으면 기간 연장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환자가 강제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지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건 사실상 전문의 한 명뿐인 셈인데요.

    다만, 환자 스스로 입원을 결정한 경우에는 본인이 원하는 경우, 즉각 퇴원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치게 강제입원이 많다는 건데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는 모두 7만 명 정도로 이 가운데 5만 6천여 명 정도가 본인의 의사가 아닌 타의로 강제입원한 환자고, 이 가운데 4만 7천여 명, 즉 전체 입원환자의 67%가 보호의무자에 의해서 강제입원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 가운데 가족에 의해 강제입원한 환자가 4만 3천여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강제입원 비율이 20% 대인 선진국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겁니다.

    강제입원 비율만 높은 것이 아니라 입원 기간도 길어서, 국내 정신질환자들의 평균 재원기간은 247일로 세계 최장 수준입니다.

    이에 비해 영국은 52일, 프랑스 25.7일, 독일 24일 정도로 이들 국가에 비하면 병원에 있는 기간이 너무도 길죠.

    이 때문에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인권 침해 진정이 지난 5년간 1만 여건이 접수됐는데,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전체 진정사건의 약 18.5%에 달한다고 합니다.

    ◀ 앵커 ▶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재산을 노린 가족이나 지인에 의해서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이야기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죠.

    하지만 꼭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또 정신질환을 치료한다는 목적과는 관계없이 병원에 강제 입원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일부 의료기관의 잘못된 상술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공원묘지를 소유한 49살의 재단 이사는 큰 누나가 불러 재단 사무실에 갔다 건장한 남자들에게 끌려나갔습니다.

    [강제 입원 피해자]
    "건장한 남자들 4명이 들어오더라고요. 목을 조르고, 4명이 달려들어서 손발 다 제압하고…."

    끌려간 곳은 인근의 한 정신병원.

    누나는 이 병원 사무장에게 2억 원을 주고 정신 병력이 있는 것처럼 가짜 서류를 꾸며 재단 이사를 입원시켰습니다.

    경찰은 재단이사의 큰 누나와 병원 사무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8백억 원 규모의 재단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대립이 화근이었습니다.

    ==============================

    김성한 씨, 지난 4년 동안 무려 14번의 강제입원을 당했습니다.

    이혼과 실직 이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과음이 잦아지자 아버지가 김 씨를 습관적으로 병원에 집어넣는다는 겁니다.

    [김성한(가명)]
    "과음이 됐었을 때 아버님이 저한테 '왜 이놈의 XX야, 또 술 먹었어'라고 했었을 때 뭐라 그러나…. 반박을 한다고 그러나? 들이받으면 이제 또 잠이 들고 병원에 끌고 가고 그런 패턴입니다."

    ==============================

    2580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설 구급대를 불러봤습니다.

    [구급대(전화통화)]
    (정신과 입원이 가능한지 여쭤보려고요.)
    "정신병원, 가능하시고요. 환자분하고 어떻게 관계가 되세요?"
    (아, 동생이에요.)

    30분 뒤 도착한 구급차.

    구급차에서 내린 남성 3명이 취재진에게 다가갑니다.

    [구급요원]
    "병원에서 나왔어요."
    (네? 무슨 병원이요?)
    "좀 아프시다 그러셔가지고 진찰을 좀 받으실 겁니다."
    (제가 병원을 왜 가요?)
    "그러니까 그건 저희도 모르겠고…."

    가지 않겠다고 버텨봐도 남성 3명의 힘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구급차에 타자마자 한 사람은 다리, 한 사람은 팔과 목을 누르며 제압합니다.

    [구급요원]
    "안될 것 같으면 묶어, 묶어. 에이 진짜 가만히 있어요. 가만있어. 이러다 다리 부러지는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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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 쓴 남성이 노숙인들에게 접근합니다.

    잠시 뒤 노숙인들을 흰 승용차로 데리고 갑니다.

    모두 타자 어디론가 떠납니다.

    [노숙인]
    "사람들 찾고 다니던데, 병원 보내려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 바에야 병원 들어가라고."

    환자로 입원시킬 노숙인들을 유인하는 이른바 '픽업'입니다.

    문제의 정신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주민들은 병원 환자들이 여느 환자들과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이웃주민]
    "술 먹고 아무 데나 버리고 흥청망청 다니고…. 제가 볼 때 (매일) 한 이십 명은 돼."

    정신병원이나 요양병원들이 노숙인을 환자로 둔갑시키는 건 돈 때문입니다.

    실제 인천의 한 병원은 노숙인 3백여 명의 명의로 건강보험 15억 원을 부당하게 타낸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 앵커 ▶

    앞서 전해드렸듯이 모레 목요일이죠.

    헌법재판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공개 변론이 이뤄집니다.

    어떤 법적 공방이 오갈지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미리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먼저 현행 정신병원 강제입원 제도가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에 반한다, 즉 위헌이라는 주장부터 살펴볼까요.

    현행 정신보건법이 환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환자가 강제 입원하는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고, 사후적인 권리 구제 수단도 미흡하다는 주장인데요.

    이번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측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변호사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 권오용/변호사(강제입원 '위헌' 측) ▶
    "우리 정신보건법에 의하면 정신질환이라고 진단되는 사람은 본인한테 설명하고 동의하는 이런 절차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상의 자기결정권이라고 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이 되고, 또 신체의 자유를 제한을 하려면 법관의 영장에 의해서 그 사람을 구금하게 돼 있는데, 정신보건법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단 의사 한 명의 소견에 의해서 강제입원이 되도록 돼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UN 장애인권리위원회라든지 OECD 같은 국제기구에서 대한민국에 대해서 시정을 할 것을 이미 권고받은 바가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반면, '현재와 같은 강제입원 제도를 유지하자', 즉 이 제도는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일정 정도의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요.

    전문의 1명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현행 제도는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고, 부당한 권리 침해가 발생했더라도 퇴원심사나 인신보호 구제 청구 등으로 사후 구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앞서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려면 전문의의 진단과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강제입원을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나경철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39살 이 모 씨는 지난 1월, 응급업체 직원들에 의해 한 대학병원에 강제로 이송됐습니다.

    이 씨의 부모가 응급업체에 연락을 해서 이 씨를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킨 것인데요.

    이후 이 씨를 직접 진찰한 의사는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지만, 이 씨는 법원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병원 측에 이 씨를 퇴원시키라고 명령했는데요.

    이 씨의 부모가 강제입원에 동의를 했더라도 강제 이송 당시에 본인의 동의나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없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입원을 시켰을 때는 나중에 입원 요건을 갖췄더라도 위법이라고 밝혔습니다.

    ◀ 앵커 ▶

    바로 이런 부작용 때문에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또 인권 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해외에서는 부당한 강제입원을 막기 위해서 입원 요건을 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미국은 가족 등의 입원신청이 있더라도 법원이 강제입원 및 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고요.

    영국은 최소 2명 이상의 의사가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우리 법에서도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원한 경우에 법원에 인신보호를 청구할 수 있는데요.

    해마다 인신보호청구는 늘고 있는 추세지만 청구가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건수는 10%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고, 대신 청구 '취하'가 많은 편입니다..

    인신보호청구를 심리하는 동안 수용기관인 병원 측이 자진해서 환자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법무부는 또 지난 2014년 '인신보호관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인신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법무부 소속의 인신보호관이 정신병원 등을 상시 점검해서 부당하게 수용된 사람을 발견하면 법원에 구제 청구를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방안도 그동안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만 논의된 데 그쳐,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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