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여성 노리는 '맞춤형 범죄' 기승
[이브닝 이슈] 여성 노리는 '맞춤형 범죄' 기승
입력
2016-05-26 17:31
|
수정 2016-05-26 17:50
재생목록
◀ 앵커 ▶
대낮에 서울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흉기를 든 강도가 여성운전자를 위협하는 일이 어제 발생했습니다.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현장에서 강도를 붙잡았는데요.
먼저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마스크를 쓴 남성이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서성입니다.
흰색 수입차량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를 확인하더니 출구로 향하는 이 승용차 조수석에 갑자기 올라탑니다.
잠시 뒤 차량 주인인 여성이 놀라 뛰쳐나오고 백화점 주차 요원들이 남성이 사라진 쪽을 뒤쫓습니다.
43살 김 모 씨가 여성이 혼자 타고 있는 고급 승용차를 노려 흉기로 강도짓을 시도했지만 주차요금을 정산하는 차량이 밀려있는 틈을 타 피해자가 빠져나왔고, 곧바로 주차장 안에 비상벨이 울렸습니다.
[00백화점 직원]
"정산소 직원이 비상벨을 누르고, 저희 주차 요원이 와서 (피의자가) 이쪽으로 도망가는 걸 날아서 잡은 거죠."
피해 여성은 얼굴과 손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경찰로 넘겨진 김 씨는 생활고 때문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
"'대출금이 좀 있다', 그것 때문에 (범행) 계획을 한 것 같습니다."
◀ 앵커 ▶
이처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여성 운전자를 노린 강도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올해 들어 언론에 알려진 사건만 해도 이번이 벌써 다섯 건째입니다.
지난 1월에는 부산 해운대구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30대 주부가 납치를 당할 뻔했고, 지난 3월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괴한이 역시 30대 주부가 차에 타려는 틈을 노려 침입해 금품을 빼앗길 뻔했습니다.
같은 달 경북 포항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를 쓴 괴한 2명이 주차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해 한 시간 반 동안 끌고 다니며 금품을 빼앗았고, 4월에는 경기도 수원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역시 괴한 2명이 40대 여성을 납치한 뒤에 두 시간 넘게 끌고 다니다 경기도 화성에 버려둔 채 현금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뭔지 보이시나요?
바로 피해 장소와 시간, 그리고 피해 대상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주차장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 외에도 모두 밝은 대낮에 발생했고, 또 여성만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보통 강력범죄는 어두컴컴하고 사람이 적은 밤 시간대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대형마트 범죄는 낮 시간에 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녁이나 밤에는 부부나 가족이 함께 장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밝은 대낮에는 주부들이 혼자 장을 보러 오니까 오히려 밤에 비해 범행이 더 용이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범행대상을 어떻게 골랐는지 피의자들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손 모 씨/납치강도 피의자]
"여성이 좀 더 연약하다고 생각하니까…. 완력을 쓰는 데 있어서 좀 더 약하니까…."
[박노준/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팀장]
"대낮 시간대에 그 시간에 부녀자 혼자 장을 보러 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범행이 용이하다고 판단해서…."
[박정환/전북지방경찰청 강력계장]
"주차장에서도 약간 음침한 곳, 조명이 없는 곳, CCTV 사각지대 이런 부분을 (노렸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마트 주차장에서 강도들이 노리는 가장 취약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혼자 장을 보러온 여성에게 가장 취약한 순간은 차량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타는 바로 그 짧은 순간입니다.
피해자가 운전석에 올라타는 동안에는 주변 시야가 가려져 있는데다, 강도의 존재를 알아챘다 하더라도 즉시 다시 문을 잠글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짧은 순간을 틈타 강도가 함께 차에 올라타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범행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입니다.
차 문을 열고 조수석을 정리한 뒤 운전석에 타려는 여성을 갑자기 나타난 한 남성이 차량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강하게 저항했고 포기한 남성은 마트 안으로 달아났습니다.
멀리 가지 못하고 매장 직원에게 붙잡힌 남성, CCTV를 보여주자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
서울 강남의 백화점 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
운전석에 여성이 타고 아직 문을 잠그지 않은 그 짧은 순간에 한 남성이 갑자기 조수석으로 올라탑니다.
순간적으로 차 밖으로 뛰쳐나간 여성이 비명을 질러 이 남성도 붙잡혔지만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성들의 순발력 있는 대응이 아니었다면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뻔한 순간들이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마트에서 산 물건을 차에 다 싣고 나서 카트를 반납하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순간, 이 순간도 강도가 노리는 취약한 상황입니다.
가까운 거리라고 차 문을 안 잠그고 다녀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이 차량에 올라타 숨어있다가 주차장을 벗어난 뒤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여성이 마트에서 장을 본 뒤 물건을 차에 싣습니다.
여성이 카트를 갖다두러 돌아서자 맞은 편에 있던 남성이 재빨리 차에 올라탑니다.
여성은 잠시 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앞차를 들이받습니다.
"아저씨, 사람살려!"
차에서 담배 냄새가 나 뒤를 봤다 숨어있는 남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
인천 간석동의 한 대형마트.
승합차에서 내린 남성이 갑자기 바로 옆 차량 뒷좌석에 올라탑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여성 운전자는 그대로 주차장을 출발하고, 곧이어 눈치를 챈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자 남성은 재빨리 다시 자신의 승합차로 옮겨 탑니다.
이 남성은 4시간 동안 범행 대상을 물색한 끝에 피해 여성의 옆 자리에 차를 대고 문을 열기만을 기다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한 남성이 차에서 뭔가를 꺼내 사라집니다.
차 주인이 쇼핑 카트를 보관장소에 갖다두는 그 찰나에 차 안에 있던 지갑을 훔쳐 달아난 겁니다.
[박제혁/인천 계양경찰서 형사과장]
"여성 고객들을 표적 삼아 장시간 동안 따라다니다가 카트를 보관 장소에 놓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차량 11대를 털었고, 귀금속과 상품권을 포함한 피해액은 1천2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장을 보고 나온 엄마 중에는 특히 아이를 먼저 차에 태운 뒤, 장을 본 걸 트렁크에 정리하고 쇼핑 카트까지 반납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사이 강도가 엄마와 아이를 납치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오산의 한 대형마트.
한 남성이 계산대에서부터 7살 난 남자아이와 아이 엄마 뒤를 따라가더니 급기야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까지 따라 탑니다.
지하주차장에서 아이 엄마가 아이를 승용차에 태우고 쇼핑 카트를 잠시 반납하러 간 사이 이 남성이 재빨리 승용차 뒷좌석에 올라탔고, 다시 돌아온 엄마가 운전석에 앉자 흉기로 엄마를 위협해 차량을 출발시킵니다.
[마트 직원]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죠. (범인이) 자연스럽게 차에 타서 (몰랐죠). 짐 싣고 뭐하고 하느라고…."
이 남성은 경기도 평택에서 엄마만 내리게 하면서 몸값 1억 5천만 원을 요구한 뒤, 렌터카로 갈아타고 도주했습니다.
[김 모 씨/납치 용의자]
(왜 납치했습니까?)
"피해자들에게 죄송합니다."
◀ 앵커 ▶
이 같은 범죄가 거의 매달 한 번꼴로 벌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마트에 온 손님들은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취재진이 실제로 손님들이 쇼핑 카트를 반납할 때 어떻게 하는지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지켜봤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잠갔던 차 문을 열고 쇼핑한 물건을 가득 실은 두 여성이 이번엔 차 문을 열어두기까지 한 채 카트를 두러 갑니다.
[고은혜]
"멀리 갈 땐 잠그죠. 가까우니까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어요.
[마트 손님]
(안 잠근 거 아셨어요?)
"네, 모르겠어요. 정신이 없어서."
한 시간 동안 카트를 반납하며 차 문을 잠근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 앵커 ▶
경찰청이 발표한 전국의 범죄 발생 현황인데요.
2012년 한 해 동안 주차장에서 발생한 범죄는 약 2만여 건.
2014년 한 해에는 약 2만 5천 건의 범죄가 주차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불과 2년 사이 25%나 증가한 겁니다.
범죄가 이처럼 늘면서 여성들은 주차장을 이용할 때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요.
대책은 없는 걸까요?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폐쇄적인 공간인 주차장에서 범죄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여성전용주차장'이 등장했습니다.
서울시 조례를 보면 여성전용주차장은 '사각지대가 없는 밝은 위치', '주차장 출입구 또는 관리원과 가까운 곳', 'CCTV감시가 쉬운 곳'에 만들도록 권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주차선을 이렇게 분홍색으로 표시하고 여성마크를 표시해 놔도 홍보가 잘되어있지 않아 '운전을 못 하는 여성에 대한 특혜'라는 오해도 많고, 법적인 제재도 없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입니다.
경찰은 일단 주차장의 조명을 확대해서 어두운 공간이 없도록 하고, CCTV와 안전보안요원을 확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역시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차장 실태는 어떤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의 공영주차장 지하 3층.
차량이 지나다니는 구역에만 조명이 켜져 있고 차량을 세우는 곳은 깜깜합니다.
차량들 사이, 혹은 차량 뒤에 누군가 숨어있어도 알아채기 어렵고, 특히 여성운전자들은 늘 불안합니다.
[박성혜]
"차 빼는 데 정신이 팔려있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훅 나타나는 것까지 감지를 잘 못 하죠."
서울 강서구에 있는 옥상 주차장은 밤이 되면 아예 칠흑 같은 어둠에 바로 앞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조명이 없다 보니 CCTV 두 대는 무용지물.
[공영주차장 관계자]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전기절약 차원도 있기 때문에 전체 다 돌리지는 (못 하고)…."
최근 대형마트 3사는 주차장 조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조명을 강화해도 불안감은 또 남습니다.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최소한의 안전요원을 확보해야 됩니다. 지금처럼 공익요원이나 아르바이트생처럼 비정기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주차장은 인적이 드물고 차량을 이용한 순식간의 범죄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24시간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돌발상황에 바로 대처할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대낮에 서울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흉기를 든 강도가 여성운전자를 위협하는 일이 어제 발생했습니다.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현장에서 강도를 붙잡았는데요.
먼저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마스크를 쓴 남성이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서성입니다.
흰색 수입차량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를 확인하더니 출구로 향하는 이 승용차 조수석에 갑자기 올라탑니다.
잠시 뒤 차량 주인인 여성이 놀라 뛰쳐나오고 백화점 주차 요원들이 남성이 사라진 쪽을 뒤쫓습니다.
43살 김 모 씨가 여성이 혼자 타고 있는 고급 승용차를 노려 흉기로 강도짓을 시도했지만 주차요금을 정산하는 차량이 밀려있는 틈을 타 피해자가 빠져나왔고, 곧바로 주차장 안에 비상벨이 울렸습니다.
[00백화점 직원]
"정산소 직원이 비상벨을 누르고, 저희 주차 요원이 와서 (피의자가) 이쪽으로 도망가는 걸 날아서 잡은 거죠."
피해 여성은 얼굴과 손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경찰로 넘겨진 김 씨는 생활고 때문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
"'대출금이 좀 있다', 그것 때문에 (범행) 계획을 한 것 같습니다."
◀ 앵커 ▶
이처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여성 운전자를 노린 강도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올해 들어 언론에 알려진 사건만 해도 이번이 벌써 다섯 건째입니다.
지난 1월에는 부산 해운대구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30대 주부가 납치를 당할 뻔했고, 지난 3월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괴한이 역시 30대 주부가 차에 타려는 틈을 노려 침입해 금품을 빼앗길 뻔했습니다.
같은 달 경북 포항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를 쓴 괴한 2명이 주차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해 한 시간 반 동안 끌고 다니며 금품을 빼앗았고, 4월에는 경기도 수원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역시 괴한 2명이 40대 여성을 납치한 뒤에 두 시간 넘게 끌고 다니다 경기도 화성에 버려둔 채 현금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뭔지 보이시나요?
바로 피해 장소와 시간, 그리고 피해 대상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주차장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 외에도 모두 밝은 대낮에 발생했고, 또 여성만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보통 강력범죄는 어두컴컴하고 사람이 적은 밤 시간대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대형마트 범죄는 낮 시간에 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녁이나 밤에는 부부나 가족이 함께 장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밝은 대낮에는 주부들이 혼자 장을 보러 오니까 오히려 밤에 비해 범행이 더 용이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범행대상을 어떻게 골랐는지 피의자들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손 모 씨/납치강도 피의자]
"여성이 좀 더 연약하다고 생각하니까…. 완력을 쓰는 데 있어서 좀 더 약하니까…."
[박노준/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팀장]
"대낮 시간대에 그 시간에 부녀자 혼자 장을 보러 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범행이 용이하다고 판단해서…."
[박정환/전북지방경찰청 강력계장]
"주차장에서도 약간 음침한 곳, 조명이 없는 곳, CCTV 사각지대 이런 부분을 (노렸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마트 주차장에서 강도들이 노리는 가장 취약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혼자 장을 보러온 여성에게 가장 취약한 순간은 차량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타는 바로 그 짧은 순간입니다.
피해자가 운전석에 올라타는 동안에는 주변 시야가 가려져 있는데다, 강도의 존재를 알아챘다 하더라도 즉시 다시 문을 잠글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짧은 순간을 틈타 강도가 함께 차에 올라타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범행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입니다.
차 문을 열고 조수석을 정리한 뒤 운전석에 타려는 여성을 갑자기 나타난 한 남성이 차량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강하게 저항했고 포기한 남성은 마트 안으로 달아났습니다.
멀리 가지 못하고 매장 직원에게 붙잡힌 남성, CCTV를 보여주자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
서울 강남의 백화점 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
운전석에 여성이 타고 아직 문을 잠그지 않은 그 짧은 순간에 한 남성이 갑자기 조수석으로 올라탑니다.
순간적으로 차 밖으로 뛰쳐나간 여성이 비명을 질러 이 남성도 붙잡혔지만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성들의 순발력 있는 대응이 아니었다면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뻔한 순간들이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마트에서 산 물건을 차에 다 싣고 나서 카트를 반납하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순간, 이 순간도 강도가 노리는 취약한 상황입니다.
가까운 거리라고 차 문을 안 잠그고 다녀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이 차량에 올라타 숨어있다가 주차장을 벗어난 뒤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여성이 마트에서 장을 본 뒤 물건을 차에 싣습니다.
여성이 카트를 갖다두러 돌아서자 맞은 편에 있던 남성이 재빨리 차에 올라탑니다.
여성은 잠시 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앞차를 들이받습니다.
"아저씨, 사람살려!"
차에서 담배 냄새가 나 뒤를 봤다 숨어있는 남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
인천 간석동의 한 대형마트.
승합차에서 내린 남성이 갑자기 바로 옆 차량 뒷좌석에 올라탑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여성 운전자는 그대로 주차장을 출발하고, 곧이어 눈치를 챈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자 남성은 재빨리 다시 자신의 승합차로 옮겨 탑니다.
이 남성은 4시간 동안 범행 대상을 물색한 끝에 피해 여성의 옆 자리에 차를 대고 문을 열기만을 기다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한 남성이 차에서 뭔가를 꺼내 사라집니다.
차 주인이 쇼핑 카트를 보관장소에 갖다두는 그 찰나에 차 안에 있던 지갑을 훔쳐 달아난 겁니다.
[박제혁/인천 계양경찰서 형사과장]
"여성 고객들을 표적 삼아 장시간 동안 따라다니다가 카트를 보관 장소에 놓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차량 11대를 털었고, 귀금속과 상품권을 포함한 피해액은 1천2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장을 보고 나온 엄마 중에는 특히 아이를 먼저 차에 태운 뒤, 장을 본 걸 트렁크에 정리하고 쇼핑 카트까지 반납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사이 강도가 엄마와 아이를 납치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오산의 한 대형마트.
한 남성이 계산대에서부터 7살 난 남자아이와 아이 엄마 뒤를 따라가더니 급기야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까지 따라 탑니다.
지하주차장에서 아이 엄마가 아이를 승용차에 태우고 쇼핑 카트를 잠시 반납하러 간 사이 이 남성이 재빨리 승용차 뒷좌석에 올라탔고, 다시 돌아온 엄마가 운전석에 앉자 흉기로 엄마를 위협해 차량을 출발시킵니다.
[마트 직원]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죠. (범인이) 자연스럽게 차에 타서 (몰랐죠). 짐 싣고 뭐하고 하느라고…."
이 남성은 경기도 평택에서 엄마만 내리게 하면서 몸값 1억 5천만 원을 요구한 뒤, 렌터카로 갈아타고 도주했습니다.
[김 모 씨/납치 용의자]
(왜 납치했습니까?)
"피해자들에게 죄송합니다."
◀ 앵커 ▶
이 같은 범죄가 거의 매달 한 번꼴로 벌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마트에 온 손님들은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취재진이 실제로 손님들이 쇼핑 카트를 반납할 때 어떻게 하는지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지켜봤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잠갔던 차 문을 열고 쇼핑한 물건을 가득 실은 두 여성이 이번엔 차 문을 열어두기까지 한 채 카트를 두러 갑니다.
[고은혜]
"멀리 갈 땐 잠그죠. 가까우니까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어요.
[마트 손님]
(안 잠근 거 아셨어요?)
"네, 모르겠어요. 정신이 없어서."
한 시간 동안 카트를 반납하며 차 문을 잠근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 앵커 ▶
경찰청이 발표한 전국의 범죄 발생 현황인데요.
2012년 한 해 동안 주차장에서 발생한 범죄는 약 2만여 건.
2014년 한 해에는 약 2만 5천 건의 범죄가 주차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불과 2년 사이 25%나 증가한 겁니다.
범죄가 이처럼 늘면서 여성들은 주차장을 이용할 때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요.
대책은 없는 걸까요?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폐쇄적인 공간인 주차장에서 범죄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여성전용주차장'이 등장했습니다.
서울시 조례를 보면 여성전용주차장은 '사각지대가 없는 밝은 위치', '주차장 출입구 또는 관리원과 가까운 곳', 'CCTV감시가 쉬운 곳'에 만들도록 권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주차선을 이렇게 분홍색으로 표시하고 여성마크를 표시해 놔도 홍보가 잘되어있지 않아 '운전을 못 하는 여성에 대한 특혜'라는 오해도 많고, 법적인 제재도 없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입니다.
경찰은 일단 주차장의 조명을 확대해서 어두운 공간이 없도록 하고, CCTV와 안전보안요원을 확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역시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차장 실태는 어떤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의 공영주차장 지하 3층.
차량이 지나다니는 구역에만 조명이 켜져 있고 차량을 세우는 곳은 깜깜합니다.
차량들 사이, 혹은 차량 뒤에 누군가 숨어있어도 알아채기 어렵고, 특히 여성운전자들은 늘 불안합니다.
[박성혜]
"차 빼는 데 정신이 팔려있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훅 나타나는 것까지 감지를 잘 못 하죠."
서울 강서구에 있는 옥상 주차장은 밤이 되면 아예 칠흑 같은 어둠에 바로 앞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조명이 없다 보니 CCTV 두 대는 무용지물.
[공영주차장 관계자]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전기절약 차원도 있기 때문에 전체 다 돌리지는 (못 하고)…."
최근 대형마트 3사는 주차장 조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조명을 강화해도 불안감은 또 남습니다.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최소한의 안전요원을 확보해야 됩니다. 지금처럼 공익요원이나 아르바이트생처럼 비정기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주차장은 인적이 드물고 차량을 이용한 순식간의 범죄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24시간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돌발상황에 바로 대처할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