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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원양어선에서 '살인',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브닝 이슈] 원양어선에서 '살인',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입력 2016-06-21 17:31 | 수정 2016-06-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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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국인 선장과 기관사가 살해된 원양어선 사건을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해당 원양어선은 살인을 저지른 베트남 선원을 격리한 채 가까운 항구로 이동하고 있는데요.

    무사 귀항을 위한 수사진이 현지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먼저, 박준오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인도양 선상살인 사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부산 해경은 7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오늘 밤 현지에 급파하기로 했습니다.

    광현 803호에서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베트남 선원 2명을 대상으로 평소 작업이나 간부 선원에 대해 불만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뒤 국내로 압송할 계획입니다.

    다른 선원들의 공모 여부도 수사 대상입니다.

    [이광진/부산해양경비안전서 수사정보과장]
    "흉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누가 지참을 했는지 그 당시에 어떤 행동 여부였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선사인 광동해운도 침통한 분위기 속에 사고 수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해경과 한국인 항해사 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전한 귀항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광현803호는 한국인 항해사의 통제 아래 순조롭게 운항 중이며, 사흘 뒤 세리셸 군도에 입항할 예정입니다.

    살인 용의자 베트남 선원 2명은 격리된 상태로 추가적인 선상 난동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선사 관계자]
    "'다른 베트남 선원들이 동조할지 모르니까 안전하게 격리를 해라.'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그렇게 지시했습니다."

    선사 측은 숨진 선장과 기관장의 유족과 함께 오늘 밤 인천공항을 통해 현지로 떠날 예정입니다.

    MBC뉴스 박준오입니다.

    ◀ 앵커 ▶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 등 2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살인 사건이 일어난 배는 부산 광동해운 소속 참치잡이 원양어선인 138톤 규모의 광현 803호인데요.

    어제 새벽 2시쯤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해상에서 선장 43살 양 모 씨와 기관장 42살 강 모 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양 씨는 조타실에서, 강 씨는 기관장방에서 변을 당했는데요.

    베트남 선원 32살 A씨 등 2명이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사건 당시 다른 선원 10여 명과 함께 선장이 준 양주 2명을 나눠 마신 뒤 만취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도네시아 선원이 시신을 발견해 한국인 항해사 50살 이 모 씨에게 알렸고, 이 씨가 다른 선원들과 함께 숨어 있는 베트남 선원들을 몸싸움 끝에 제압하고 선실에 격리해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해경은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봐야겠지만, 일단은 술로 인한 우발적인 범죄로 보고 있는데요.

    부산 해경의 사건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이광진/부산해양경비안전서 수사정보과장 ▶

    [Q. 음주로 인한 우발적인 살인으로 보는 이유는?]

    명령체계가 무너지고 그 사람들이 목적을 갖고 요구하는, 선박을 이용해서 어디로 항로를 틀어서 이동을 시키고 여러 명하고 연계가 되고 이렇게까지 번져나가야 선상반란일 텐데 지금은 타 동조하는 선원이 없고 어떤 한 구역 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사건으로 보여집니다. 운항을 한 자와 운항을 지시한 자만 음주를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보통 선원들은 음주에 대한 별도 행정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광현 803호는 현재 항해사 이 씨가 선장 직무대행을 하면서 운항 중인데요.

    모레인 23일 오후쯤, 세이셸 군도 빅토리아 항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광현 803호에는 한국인으로는 항해사 이 씨만 남아 있고, 인도네시아 선원 8명과 또, 가해자 2명을 포함한 베트남 선원 7명이 타고 있는데요.

    범행을 저지른 베트남 선원 2명의 경우 다른 베트남 선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손발을 묶거나 선실문을 잠그지 않은 채 '자율격리'된 상태라서 항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불안한 동거를 계속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 사법 처리는 과연 어떻게 이뤄질까요?

    관할권을 지니지 않은 공해상에서 한국 국적의 선박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사법 주권을 우리가 행사하게 됩니다.

    세이셸 당국과의 협조 하에 용의자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면 부산지방검찰청의 지휘를 받는 부산 해경이 수사를 담당하게 되는데요.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과정 또, 베트남 선원 2명 외에 또 다른 동조자는 없었는지 등이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피해자가 한국인인 만큼 재판도 우리나라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이번 사건을 보면서 20년 전에 발생했던 우리나라 최악의 선상반란 사건이죠.

    페스카마호 사건을 떠올리는 분도 계실 텐데요.

    중국동포 출신의 선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한국인 선원 7명 등 무려 11명을 살해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의 보도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페스카마호가 만선의 꿈을 가득 싣고 부산항을 떠난 것은 지난 6월7일.

    이 배에는 선장 최기택 씨 등 한국인 7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등 모두 17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습니다.

    페스카마호는 항해 9일 만인 지난 6월15일 괌 근해 티니안섬에서 운명의 조선족 선원 7명을 태웠습니다.

    수백만 원의 소개비를 지불하고 승선해 큰 돈벌이를 기대하던 이들은 고된 노역과 잦은 마찰로 승선 두 달도 안 된 지난달 29일 하선 명령이 내려지면서 선박 탈취 모의를 합니다.

    이들은 지난 2일 새벽 선장 최기택 씨 등 우리 선원 6명을 차례로 조타실로 불러내 흉기로 살해해 바다에 던졌습니다.

    [이인석 씨/1등 항해사 ]
    "한국선원들은 선장실로 한 사람씩 불러 살해 후 바다에 던졌다."

    또 인도네시아 선원 3명과 조선족 선원 등 4명은 냉동실에 가두어 동사시킨 뒤 바다에 던졌습니다.

    특히 범행을 목격한 실습생 19살 최동호 군은 범행 탄로를 우려해 바다에 수장시켰습니다.

    이들은 범행 후 일본이나 한국으로 밀입국해 살려고 했습니다.

    [이인석 씨/1등 항해사 ]
    "사고를 일으켜 일본이나 한국에 도망가 살려고…."

    페스카마호 출항 50일째, 한국인 간부 선원들은 처우에 불만을 품고 조업을 거부한 조선족 선원들에게 하선 결정을 내렸습니다.

    강제 하선이 결정된 뒤 선장 최기택 씨가 하선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겠다고 하자, 조선족 선원들은 반란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선장이 발급하는 하선 증명서가 없으면 불법 체류자로 남게 되며 이미 지불한 소개비마저 모두 날리기 때문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이 페스카마호는 선상 반란 발생 당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반란을 진압했지만 항로를 잃고 연료까지 떨어져서 표류를 하다가 일본 근해에서 발견됐는데요.

    집단 살인극에 가담한 조선족 선원 가운데 주범인 전재천은 사형이 선고됐다가 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나머지 5명에게도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또, 10년 전인 지난 2006년에도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남태평양 공해상에서 대림수산 소속 제55 청룡호의 갑판장 47살 김 모 씨가 침실에서 잠을 자던 중 흉기에 가슴을 찔려 숨진 겁니다.

    또, 함께 잠을 자던 인도네시아 갑판원 29살 R씨는 실종됐습니다.

    하지만 이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 그 누구도 사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데다, 갑판장은 숨졌고 인도네시아 갑판원은 실종된 상태에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조차 알 수 없어서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지난해에도 아프리카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원양어선에서 한국인 기관장 51살 이 모 씨가 인도네시아 선원 33살 U 모 씨가 휘두른 흉기에 복부와 목 등을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프리카 기니국 영해에서 일어난 사건이어서, U씨는 기니 현지법에 따라 재판을 받은 뒤 현지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선상에서 벌어지는 범죄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 밖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남태평양 서사모아 근해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선적 참치잡이 어선에서 조선족 선원 34살 남 모 씨가 한국인 항해사 31살 정 모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남 씨는 숨진 정 씨가 일을 제대로 못 한다며 자신을 폭행하는데 모욕감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남 모 씨/중국 조선족]
    "죽일 마음은 없었다. 겁주려고 했는데 몽둥이로 내리치니까…머리 맞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에 (찔렀다)"

    잇따르는 선상 폭력사건의 주된 원인은 외국인 선원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와 문화적인 차이였습니다.

    [정대현/부산해양경찰서 형사계장]
    "문화적인 변화와 언어장애의 이유로써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수사하는 과정에 많이 도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 ▶

    해경은 일단 이번 사건이 90년대에 발생한 페스카마호 사건 같은 조직적인 선상 반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양어선이라는 이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이런 사건이 언제든 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연말 기준인데요.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태평양과 인도양 등에서 조업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적의 원양 어선은 모두 220척입니다.

    그런데 원양 어선에 타고 있는 선원 4천 8백여 명 가운데 31%만 한국인이고, 나머지 69%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선원이 차지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원양어업이 쇠퇴하면서 한국인 선원은 계속 줄고, 그 자리를 외국인 선원이 채우고 있는 건데요.

    항해사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 선원이라면 월 220만 원을 줘야 하지만 외국인 선원은 1/3 정도인 70~80만 원만 주면 고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외국인 선원의 경우 선사가 직접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선원 송출회사가 국내외의 대리점을 통해 채용 전반을 담당하는 구조여서 이들의 인성이나 범죄 경력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전혀 없고, 승선하기 전 연수나 교육도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선원이 많아지면서 의사소통의 문제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간단한 영어회화를 제외하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짧게는 몇 달씩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부터 원양어선의 정원을 전체의 85%까지 외국인 선원으로 채울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해수부는 뒤늦게 원양어선과 외국인 선원 관리 등에 대해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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