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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옛말? 더 큰 지진 발생할 수도

[이브닝 이슈]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옛말? 더 큰 지진 발생할 수도
입력 2016-07-06 17:33 | 수정 2016-07-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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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영남 지역에 사는 분들, 어제저녁 많이 놀라셨죠?

    어제저녁 8시 33분쯤, 울산시 동구에서 동쪽으로 52km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50분쯤 뒤, 역시 울산 동구에서 동쪽으로 41km 떨어진 곳에서 규모 2.6의 여진이 발생했는데요.

    울산과 부산은 물론 강원도와 경기 지역 그리고 서울에서까지 지진을 감지했다는 제보전화가 잇따랐습니다.

    어젯밤 10시 기준으로 전국 소방서에 7천 9백 건의 신고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밤사이 울산과 부산의 상황을 먼저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울산대교 위를 달리던 차들이 흔들릴 정도의 큰 진동이 느껴졌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크게 흔들리면서 대형 쇼핑몰에서는 손님들이 황급히 대피했습니다.

    야간자습을 하던 고등학생들도 일찍 귀가했으며, 벽시계가 떨어지는 등 가재도구가 부서졌다는 피해신고도 잇따랐습니다.

    [방명재/울산 동구 일산동]
    "식탁에 앉아 있는데 건물이 엄청나게 흔들리면서 시계가 땅에 '탁'하고 떨어져 깜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울산 동구 현대예술관 외벽 대리석은 1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났습니다.

    [김원배]
    "대리석 이만한 게 그대로 떨어지면서 박살이 난 거죠…그래서 파편이 튀었죠."

    ==============================

    어젯밤 8시 반쯤 부산시내의 한 상점.

    지진으로 인한 진동이 이어지면서 점원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파트단지 내 폐쇄회로 카메라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고, 부산항대교 교통관제 카메라도 지진 여파로 휘청입니다.

    [부산소방본부 신고전화]
    "집이 너무 흔들리는데 (저희도 상황 파악 중인데 여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확인 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나요?"

    특히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지진을 더욱 강하게 느끼면서 늦은 밤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손필선/부산 금정구 부곡동]
    "아파트에 이상이 있나 싶었죠. 너무 움직임이 커서 TV도 흔들거리고 몸도 흔들거리고 말로 표현을 못하겠어요. 너무 무서워서…."

    [김형옥/부산 금정구 부곡동]
    "한참 2분 동안 위에 천장이 흔들리고 막 그러더라고요."
    (겁 안 나셨어요?)
    "약간 무서웠죠."

    ◀ 나경철 아나운서 ▶

    국내에서 지진계기 관측을 시작한 건 지난 1978년부터인데요.

    이후 가장 강도가 셌던 지진은 지난 1980년 북한 의주에서 발생했는데, 규모 5.3이었습니다.

    규모 5.0 이상 지진은 어제를 포함해서 모두 7번 일어났는데, 가장 최근에는 재작년 충남 태안군 먼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1의 지진이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규모 5.0으로 지난 1978년 홍성에서 발생한 지진과 함께 역대 5위급입니다.

    이번 지진으로 원전에는 영향이 없는 건지 궁금해하는 분도 많은데요.

    진앙지에서 가까운 곳에는 월성 원전, 고리 원전이 위치해 있습니다.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진앙에서 51km 거리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월성 원전의 경우 지진 값이 설계지진에 못 미쳐 원전에는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고리원전 역시 지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원전 반경 30km 이내에 인구 340만 명이 몰려 사는 곳은 고리 원전단지가 유일합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고리원전이 활성단층 위에 놓여 있어 지진에 취약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수원은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 국내 원전부지에는 활성단층이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번에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울산 앞바다의 진앙지는 최근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위치한 '쓰시마-고토' 단층대 주변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쓰시마-고토' 단층의 위치를 추정해서 그린 것인데요.

    국내 학계에서는 통용되는 단층 지도가 없는 상황입니다.

    '쓰시마-고토' 단층은 길이가 수백 km 이상에 달하는 거대 활성단층인데, 지난 2012년에도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그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이번 지진이 난 곳은 이른바 '쓰시마-고토' 구조선 지역으로 최근 학계가 주목하던 곳입니다.

    지난 2012년 2월 한 달만 규모 2에서 3의 지진이 4차례 연쇄 발생하는 등 최근까지도 지진이 빈발하기 때문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한반도 내부 지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지목되던 곳입니다.

    한편, 이번 지진에 대해 미국지질조사국은 규모 4.8로 관측했으며, 주변 지역 진동은 주택이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 4로 분석했습니다.

    기상청은 규모 5.0의 지진이면 여진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우리나라 이웃나라인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한 우려가 아직까지 많이 없었던 게 사실이죠.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과연 '지진의 안전지대'인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요.

    우려할 만한 상황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나경철 아나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그동안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1978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1천 2백여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규모 2.0 이상의 지진을 따져보면 1978년부터 1998년까지 20년간은 매년 평균 19.2 차례 발생했는데,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해 평균 47.8회 발생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어제 지진까지 합쳐 규모 2.0 이상 지진이 36차례나 일어났는데요.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1999년 디지털식 지진 관측기를 도입해서 이전보다 지진이 더 많이 관측된 것'이라며,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매년 평균 9회 수준으로 발생해서 지진 빈도가 증가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제보다 더 강도가 센 지진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 빈발하는 지진의 여파로 국내 활성 단층이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홍태경/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

    [Q. 일본 강진...한국에도 영향? ]
    "동일본대지진 (영향이) 아니라도 필리핀판과 태평양판이 지속적으로 일본열도에 충돌하고 있고 그 힘은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고 이 힘은 누적이 되고 있어서 언젠가는 큰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Q. 한국, '지진 안전지대'인가? ]
    "비교적 짧은 지진 관측 기록, 1978년 이후에 관측 기록을 바탕으로 보다 보니까 우리가 지진 안전지대인가라는 착각에 빠져있었지만 한반도의 역사기록물을 보게 되면 규모 7대에 이르는 크고 작은 지진들이 많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 지진들은 향후 미래에 한반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한반도는 많은 지진들이 해역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 해역지진에 대한 적절한 어떤 대비와 조치가 많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특히 이 해역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에 대한 조사가 많이 미흡한 상황이라서 이 지진을 유발시킨 단층의 분포와 크기에 대한 조사가 시급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앵커 ▶

    국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책은 어느 정도나 마련돼 있을까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우선 어제 상황부터 점검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어제 지진을 감지한 분들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있었는데요.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는 지역에 따라오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안전처는 진도 4로 분석된 울산 4개 구와 경남 4개 시군에만 긴급 문자를 보냈습니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당시 부산과 경남 등에서도 진동이 감지됐지만 알림 서비스를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었죠.

    이후 대책을 마련했지만 진도 4 이상 지역에만 알림 서비스를 하면서 어제 울산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다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상황을 신속히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또 날짜를 5일이 아닌 4일로 잘못 작성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대피소의 내진설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는데요.

    부산 시내에 마련된 지진대피소 302곳 가운데 내진설계를 적용한 곳은 129곳에 불과해 절반 이상이 기본적인 내진설계도 되어 있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또 대피소에 수용 가능한 인원이 14만 1천여 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부산 인구의 채 4%도 수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런 문제, 비단 부산뿐 만이 아닐 텐데요.

    영상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실제 지진처럼 건물을 수평으로 흔드는 내진안전성 실험입니다.

    먼저 국내 대다수 빌딩에 해당하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재현한 건물.

    진원에서의 거리 50km 규모 6 정도인 가상 지진을 일으키자 진동 10초 만에 콘크리트 기둥이 박살 나고, 철근도 종잇장 구기듯 찌그러집니다.

    반면 현행 내진 기준대로 보강한 건물은 1분간 흔들어도 끄떡없습니다.

    국내 건물의 40%를 차지하는 벽돌집의 경우 내진 설계가 안 된 벽돌집은 규모 6의 가상 지진에 건물이 아예 두 동강 나고 맙니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 국내 건물 중 내진 설계가 된 건 35%에 불과해 대부분 지진에 취약했습니다.

    더욱이 국내 지진의 진원지가 이번 규슈처럼 지표면에 가깝다는 것도 걱정거리입니다.

    최근 3년간의 국내 지진을 분석했더니, 진원의 깊이는 평균 12km.

    특히 10km 미만의 얕은 지진이 43%로 지진의 진동이 지표면에 그대로 전달되는 특성이 두드러졌습니다.

    [이기화/서울대 명예 교수]
    "진원의 깊이가 얕으면 피해를 많이 줍니다. 진원이 깊으면 피해를 적게 주고…."

    또 다른 심각성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가 지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국민안전처가 작성한 지진위험지도를 보면 서울에서 대전 대구를 거쳐 부산을 잇는 지역이 지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 반해, 이들 지역의 내진 설계 비율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오상훈/부산대 건설융합학부 교수]
    "규모 6내지 6.5정도의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확률이 있습니다. 내진 보강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일본의 지진이 강 건너 불구경일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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