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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버려지는 갓난아이들, 어디로 가나?

[이브닝 이슈] 버려지는 갓난아이들, 어디로 가나?
입력 2016-07-20 17:36 | 수정 2016-07-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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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사건, 바로 '영아 유기 사건'이죠.

    어젯밤 경남 창원의 한 모텔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시신이 발견됐는데요.

    경찰은 29살 미혼모를 붙잡아 아기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민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화장실 천장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피가 벽면을 타고 바닥까지 흘러내린 흔적도 눈에 띕니다.

    태어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아기의 시신과 탯줄이 쇼핑백에 담겨진 채 버려진 모텔 화장실입니다.

    [모텔 관계자]
    "방에 쓰레기를 안 치웠나 해서 화가 나 문을 열고 들어갔죠. 나오면서 화장실을 보니까 피가 흥건하게 있어서…."

    아기 엄마는 29살 최 모 씨.

    지난 16일 아침, 모텔에서 홀로 아이를 낳은 최 씨는 아이가 움직이지도 않고 울지도 않자 숨진 줄 알고 방치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두려움을 느낀 최 씨는 화장실 천장에 아이를 숨겼습니다.

    최 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가족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지난 3월부터 모텔에 장기 투숙을 해 왔습니다.

    경찰은 갓난아기가 태어났을 당시 살아있었다면 영아 살인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태수/창원중부경찰서 형사4팀장]
    "사체유기냐, 타살에 의한 영아 살해냐인데 일단 부검 결과를 한번 보고…."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 씨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 앵커 ▶

    신생아의 시신이 모텔에서 발견되기까지의 상황이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자세한 정황을 유선경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아기 시신이 모텔 화장실의 천장에서 발견됐다고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다른 방에 투숙한 손님들이 '악취가 난다'고 모텔 주인에게 말했고, 그 후 주인이 한 방의 화장실 천장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걸 확인했는데요.

    경찰이 출동해 확인하자 아기의 시체가 담긴 쇼핑백이 나온 겁니다.

    경찰은 옆방에 숨어 있던 29살 김 모 씨를 조사하고 있는데요.

    김 씨는 5개월간 해당 모텔에 장기투숙했고 프리랜서 통역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충당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기의 생부에게는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집에서도 쫓겨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담당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강태수/창원중부경찰서 형사4팀장]
    "아기가 나오면 울고 숨을 쉬고 해야 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울지도 않았다' 그게 피의혐의자의 진술입니다. 그래서 '아, 태어나자마자 죽은 게 아닌가. 그래서 겁도 나고 두려웠다'(라고 합니다). 미혼모로서 그 수치심하고 양육할 수 없는 그런 거…그다음에 애가 사망을 했다는 그 어떤 두려움 때문에 아마 화장실 천장 위에 그렇게 숨긴 걸로 보여집니다. 프리랜서 통역으로 일을 하는데 고정적인 월수입은 없습니다. 지금 3월부터 투숙을 했는데 5개월인데 2개월 치가 미납입니다. 550만 원 정도가 미납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자신이 낳은 아기를 버리는 이 같은 사건, 우리나라에서 과연 얼마나 발생하고 있을까요?

    경찰청의 통계를 보면 국내의 영아유기 범죄는 최근 5년간 6백 건 이상 일어났습니다.

    2011년에 120건 정도였던 게 2013년에는 220여 건으로 늘었는데요.

    그런데 이듬해인 재작년부터는 줄었죠?

    하지만 이 수치에는 이른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관악구와 경기도 군포시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5년간 920여 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영아유기 범죄 사건이 줄어든 재작년과 지난해에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의 수가 각각 3백 명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기를 낳은 뒤 버리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영아를 살해하는 사건도 매년 10건 정도씩 발생하고 있는데요.

    최근 있었던 사건들을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 리포트 ▶

    119대원이 구급차 안에서 갓난아기를 조심스럽게 돌보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남자 아기입니다.

    수건으로 감싼 채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으며, 탯줄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빛조차 통하지 않은 쓰레기통, 추위와 공포 속에 방치된 아기의 간절한 울음소리 때문에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

    가족에게 임신을 숨기고 있던 박 양은 화장실에서 몰래 출산한 뒤 아이를 살해했고, 남자친구 윤 씨가 시신을 처리하려다 실패하자 하천에 버린 걸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7일에는 도롯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14일에는 공원 화장실에 탯줄이 달린 신생아가 버려졌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또 신생아 매매 사건도 발생했었죠.

    인터넷상에서 마치 물건을 팔고 사듯이 아기를 매매해서 불법 입양하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지난 1월에는 20대 여성이 아기 6명을 매매한 혐의로 적발됐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이 여성은 아이들이 불쌍하다며 데려다 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있었던 영아 매매 사건들,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는 23살 임 모 씨의 말은 진실로 드러났습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상처가 모성애착으로 이어졌다는 게 경찰 범죄심리분석 결과입니다.

    아이의 대가로 건넨 4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의 돈도 나이 어린 미혼모들이 먼저 요구했습니다.

    [전우암/충남 논산경찰서 수사과장]
    "돈을 상대방이 먼저 요구한 걸 볼 때는 우선 병원비와 위로금 정도를 받지 않았나…."

    ==============================

    경찰관들이 한 여성을 뒤쫓아가 체포합니다.

    경찰에 붙잡힌 사람은 43살 김 모 씨.

    취재팀은 두 달 전부터 김 씨의 수상한 행적을 추적해왔습니다.

    김 씨는 인터넷으로 입양 절차를 알아보던 부부에게 접근해 자신이 알고 있는 출산 예정인 미혼모의 아기를 데려다 키우라고 제안했습니다.

    [김 모 씨/신생아 매매 피의자]
    "산모는 예쁘고 얌전하고 다른 애들처럼 담배 하고 술 하고 이런 애 아니라니까. 애가 퇴원하는 날 같이 가서 병실에 들어가서 그렇게 해서 데려오자니까."

    법적으로 아무 흔적 없이 직접 낳은 아기처럼 키울 수 있다며 출생신고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김 모 씨/신생아 매매 피의자]
    "배 아파서 병원 가려고 하다가 차 속에서 낳았다고 그러세요. 출생신고를 보증인 둘 세우면 돼요. 그러면 하나는 내가 써줄게."

    그러면서 산모에게 돈을 주라고 귀띔합니다.

    [정 모 씨 (가명)]
    "산모가 다시 시작하려면 돈 좀 필요하지 않겠느냐, 자기는 아기를 입양할 때 3백만 원 정도의 돈하고 소정의 물품을 줬으니까 그 정도는 주라고."

    브로커를 통해 아기를 넘기려 한 미혼모는 21살 대학생 박 모 씨로 임신 사실을 숨긴 채 혼자 지내오다 인터넷에서 김 씨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지난 한 해 국내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1천여 명입니다.

    지난 6년 동안의 입양아동 수 추이를 보시면, 2012년 이후 입양아동의 수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합법 입양이 줄어든 이유로 2012년 당시 제정된 입양특례법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충남 논산에서 한 여성에게 갓난아기 6명을 판 미혼모들은 경찰 조사에서 돈 때문에 한 일은 아니라고 진술했습니다.

    [전우암/논산경찰서 수사과장]
    "호적에 남으니까, 주변의 시선 이런 것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해서…."

    입양 전 반드시 미혼모의 호적에 아기를 입적시키도록 한 현행 입양특례법이 부담이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3월 아기를 낳은 미혼모 조 모 씨 역시 출생신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해 입양 대신 베이비박스를 선택했습니다.

    [조 모 씨/미혼모]
    "입양을 한다 해도 호적에는 다 증거가 남아요. 그래서 나중에 결혼할 때도 문제고."

    친부모를 호적에 기록해두되 입양아 본인만 확인할 수 있도록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종락/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입양 기관과 법원에만 기록되고, 본인(입양아)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면 유기를 할 필요가 없죠."

    입양특례법은 입양아가 나중에라도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4년 전 개정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입양단체와 미혼모들 사이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아직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다면 국내 미혼모나 미혼부는 몇 명이나 될까요?

    아직까지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는데요.

    정부는 올해 안으로 첫 공식 통계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통계청의 인구 총조사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선 미혼모가 3만 5천여 명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미혼모를 포함해 24세 미만 한부모 가정은 지난해 기준으로 1만 6천 명이 넘는 상황입니다.

    미혼모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한데요.

    지난 2010년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 미혼 양육모의 46% 정도가 빚을 지고 있었고, 액수는 평균 1천 3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또 월평균 소득은 78만 원에 불과했는데요.

    그럼 이들을 위한 지원제도는 뭐가 있을까요?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상담전화를 개통했습니다.

    1년 동안 8천 명 넘게 상담을 진행했는데, 출산부터 양육비 지원까지 상담이 가능합니다.

    불법입양을 막기 위해 일각에서는 독일의 '익명출산제'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미혼모 상담을 받을 때부터 친모의 가명만 기록이 되고요.

    입양아동은 16세 이후에 친모의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제도입니다.

    영아 유기 사건 등을 막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박영미/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

    [Q. 영아유기 사건 잇따르는 이유? ]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그리고 또 그것이 편견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해고라든지 재취업에서 어려움이라든지…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유기를 하게 되는 이런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Q. 대책은? ]
    "북구유럽의 경우에는 미혼모를 위한 특별한 제도가 필요 없을 정도로 결혼했냐, 안 했냐가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고 있냐 아니냐를 중심으로 복지제도가 되어 있어요. 특히 직장에서 경력단절이 되지 않고 아이를 낳아서 일, 가정 양립하면서 설 수 있도록 하는 이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보장돼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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