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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한방치료 '부작용' 속출, 믿어도 될까?

[이브닝 이슈] 한방치료 '부작용' 속출, 믿어도 될까?
입력 2016-08-24 17:28 | 수정 2016-08-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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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칼을 대는 수술 없이 침만 맞아도 예뻐진다는 이른바 '한방 성형 시술',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으실 텐데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본인의 가슴에 불만이 있었지만 수술은 내키지 않았던 30대 이 모 씨.

    침만 맞아도 성형이 된다는 얘기에 420만 원을 내고 1년간 스물다섯 번에 걸쳐 침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년 후 시술이 끝난 다음, 가슴둘레는 겨우 1센티미터만 늘었고 가슴 자체의 크기도 만족할 만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모 씨 가족]
    "등에 살이 쪘는지 가슴에 살이 쪘는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침을 놓으니까 나중에는 부어요. 그걸 또 커졌다고 얘길 하고…."

    시술을 하는 병원들은 침으로 자극을 줘서 체내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근육을 키워 성형 효과를 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외과 수술만큼 결과가 단기간에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크기가 달라졌다고 판단하는 기준도 의사와 환자가 다르다 보니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겁니다.

    [김경례/한국소비자원 의료팀장]
    "효과가 없는 이유를 체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피부나 다이어트에 대한 한방 미용 시술은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가슴 성형은 학술적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내용을 볼까요?

    한방 치료 관련 상담 건수, 올해 상반기에만 851건이 접수됐습니다.

    그동안의 추세를 보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1,706건, 2014년에는 2,012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755건이 접수됐는데요.

    이 3년6개월 동안 접수된 한방 진료 관련 피해구제 신청 115건을 분석해 봤더니, 피해 구제를 신청한 소비자의 70%가 여성이었습니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절반(56%) 넘게 차지했습니다.

    피해구제 신청의 40%는 미용 목적으로 한방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미용 목적으로 한방진료를 받은 환자 열 명 중 8명은 한방성형으로 불리는 '침' 시술을 받았다가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침 시술을 받은 신체 부위는 '가슴'이 절반 넘게 (53%) 차지했고, '얼굴'과 '코'가 22%, '복부'와 '허벅지' 4% 순이었습니다.

    한방진료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상태가 오히려 나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48%로 가장 많았고, '효과 미흡'이 36%, '진료비 관련 피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작년에는 침 시술 가슴 성형으로 유명한 강남의 한 한의원이 갑자기 문을 닫아 환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는데요.

    관련 보도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한의원.

    병원 문이 굳게 닫혀 있고, 문 앞에는 홍보 전단지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원장은 물론 직원들까지 모두 연락을 끊었습니다.

    병원 홈페이지도 사라졌고, 홍대, 시청, 분당 지점 연락처도 일제히 바뀌었습니다.

    [건물 관리인]
    "직원들이 나오지도 않고, 전화기도 다 꺼놓고 갑자기… 우리도 황당하죠. 관리비도 못 받은 상태거든요."

    수술을 하지 않고도 침 시술만으로 가슴을 키울 수 있다고 홍보해온 이 한의원은 원장 한 모 씨가 티비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유명세를 얻으며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한의원 환자]
    "OOO(프로그램)에 나왔던 사람이거든요. 엄청 유명하죠. 효과 없으면 전액 환불해준다고 그랬는데…"

    이 병원은 진료비 3백만 원을 미리 내야 가슴 성형 침 시술을 해줬습니다.

    [한의원 환자]
    "첫 월급 타서 시술한 거고, 다 믿고 했는데 이렇게 사기를 당하니까… 개인적으로 돈 떼인 것보다 더 충격이에요."

    ◀ 앵커 ▶

    문을 닫는 한의원의 수가 매년 8백여 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요즘 한의원들이 전통적인 한방치료 대신 한방 미용이나 성형 등 진료 영역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가 있는데요.

    보도 내용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최근 시력이 약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던 50대 여성.

    검사를 받는 곳은 안과가 아닌 한의원입니다.

    [이영임/환자]
    "솔직히 (침 치료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와서 했는데, 눈이 좀 밝아지고 아주 좋아요. 시력도 많이 좋아지고…"

    한약을 처방하거나 통증 치료를 위주로 하던 한의원의 모습은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경쟁이 치열해진 한의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합니다.

    한방 진료비는 매년 증가해 2조 4천억 원이 넘었지만, 일반병·의원을 포함한 전체 진료비 62조에 비하면 4퍼센트도 안 됩니다.

    반면 한의사 수는 2만 3천 명으로 의사들과 비교하면 5분의 1에 달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김동일/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
    "한의사는 지금 늘고 있거든요. 미용이라든지 항노화 분야, 해독 분야 같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야 할 것 같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이번에는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5만 2천 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4년에는 70만 천명으로 조사돼, 해마다 평균 1.8%씩 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환자당 한방 진료비는 지난 2010년, 22만 8천 원에서 2014년엔 33만 4천 원으로 해마다 평균 10%씩 증가했습니다.

    제각각인 한약 값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영상을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손발이 찬 수족냉증에 좋은 한 달치 약을 주문해 봤습니다.

    한의원마다 부르는 값이 천차만별입니다.

    [A 한의원]
    "(수족냉증에는) 저희가 녹용 들어가는 보약이 그게 한 달에 100만 원…"

    [B 한의원]
    "4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널리 알려진 십전대보탕 가격도 들쑥날쑥하긴 마찬가지.

    [약령시장 한의원]
    "강남에서는 40, 50만 원인데 그거는 20, 30만 원에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몸보신'을 위해 보약을 먹었던 사람들이 구하기 쉽고 가격까지 저렴한 건강기능 식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특히 홍삼의 경우 보약 대체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규모가 한 해 6천억 원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한약은 '비방'이라고 해서 의료법상 처방전을 제공하는 게 의무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의사 협회 측은 한약재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처방전이 공개될 경우, 자칫 오남용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한약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불법으로 당뇨병 치료 의약품을 들여와 한약재와 섞은 뒤, '당뇨치료 한약'이라고 속여 판 한의사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관련 보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당뇨병을 잘 고친다고 광고하던 서울 강남의 한의원입니다.

    조제실에서는 작은 알약이 수북이 담긴 쌀자루가 군데군데 발견됩니다.

    [한의원 직원]
    "이거 원장님이 다 조제하셔서 가져 오세요."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당뇨 치료제 성분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양약제가 쓰였지만 의사 처방은 없었습니다.

    [최갑영/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과장]
    "원료를 중국에서 밀반입해서 (환으로 다시) 제조를 해서 판매했습니다."

    한의사 45살 정 모 씨 등은 밀수 약재에 당귀와 인삼 같은 28가지 한약재를 섞어 당뇨병에 좋다고 광고했습니다.

    이들은 300g짜리 한 통에 35만 원씩 받고 지난 10년간 1만 3천여 명으로부터 38억 원을 챙겼습니다.

    정상 제품보다 최고 24배나 비싼 가격입니다.

    특히 한약 환 색깔을 내기 위해 숯가루 등을 섞기도 했습니다.

    ◀ 앵커 ▶

    한의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보다 안전하고 효과 있는 한방 진료를 위한 고민을 해야 되는 적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정부는 한방 진료를 표준화하는 한편, 건강보험 적용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5개월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60대 환자입니다.

    집 근처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거동이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이광돌/서울 은평구]
    "눈 돌아가고 입 돌아가고 그랬어요. 물리치료하고 혈액순환 도우려고 침 맞지요."

    이 환자가 앓고 있는 안면신경마비 증세를 포함한 주요 한방 진료에 대해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표준 진료지침'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한의원마다 제각기 달랐던 치료 방식을 표준화해서 각 질환에 대해 일정한 치료기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대상 질병은 감기와 소화불량, 암과 치매, 비만, 어깨와 무릎 통증, 염좌 등 한의원에서 주로 진료하는 30가지입니다.

    [김종석/한의원 원장]
    "치료 효과들에 대해 자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통계내기도 쉽고, 더 나은 처방을 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도 확대됩니다.

    한방물리치료나 운동요법, 추나의 경우 2018년쯤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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