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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최악의 인재" 태풍 '차바' 피해 컸던 이유
[이브닝 이슈] "최악의 인재" 태풍 '차바' 피해 컸던 이유
입력
2016-10-06 17:32
|
수정 2016-10-06 17:48
재생목록
◀ 앵커 ▶
어제 차량들이 이렇게 물에 둥둥 떠 있는 뉴스 화면 보시면서 '이게 우리나라 맞나' 싶으셨을 텐데요.
제18호 태풍 '차바'는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수준의 호우와 강풍으로 제주, 부산, 또 울산 등 남부지역에 많은 피해를 남겼습니다.
그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 긴박했던 순간들을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바닷물 폭탄에 해운대 초고층 건물들은 완전히 물바다가 됐습니다.
"여기까지 온다. 높이가. 야야, 1층까지 잠긴다."
파도는 수업 중이던 한국 해양대도 덮쳐 학생들이 깨진 유리창을 피해 대피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촘촘하게 따라 붙어보지만 집채만 한 파도가 이들을 덮치면서 선원과 구조대원들을 바다로 쓸어갑니다.
호수같이 변한 주차장에 차량 수백 대가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아이고, 차 떠내려간다. 저 봐, 차 떠내려가잖아"
물바다로 변한 횟집과 상가는 간판들만 겨우 보입니다.
[식당 주인]
"(물이) 계속 들어옵니다, 지금. 안에 뻥뻥거리면서 터지고 있네. 저 안에서 소리나네요."
길이가 70미터나 되는 풍력발전기 날개는 강풍을 이기지 못한 채 꺾여버렸습니다.
공사장 타워크레인도 엿가락처럼 휘었습니다.
◀ 앵커 ▶
곳곳에 물폭탄이 쏟아지고 강풍이 불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1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재산피해도 컸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지금까지 파악된 인명피해는 사망 7명, 실종 3명입니다.
부산과 울산에서 각각 3명이 숨졌고, 경북 경주에서 1명이 숨졌습니다.
또 실종된 사람은 제주와, 경북, 경남에서 1명씩입니다.
이 밖에 90세대 19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요.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던 울산의 소방대원은 오늘 오전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소방관의 아버지도 소방관으로 얼마 전 퇴임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서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세차게 내려오는 강물에 자동차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차량 구조에 나섰던 29살 강기봉 소방사가 차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안간힘을 쓰며 주변 타이어며 나무를 필사적으로 붙잡습니다.
결국, 강 소방사는 급류에 휩쓸려 실종됩니다.
동료 소방관들이 사력을 다해 구조에 나섰지만 강 소방사는 실종된 장소로부터 3km 떨어진 강기슭에서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차영호/울산소방서 구조대]
"말이 안 나오죠. 그냥 시민들도 그렇겠지만 (무사하길 바랐는데) 동료니까 막막했습니다."
제주도에서 30년 넘게 구조활동을 펼친 소방관 출신 아버지는 망연자실입니다.
[강 모 씨/부모]
"(안타깝지만)그래도 119면 당연히 남을 구하러 다니는 게 직업이니까…."
최악의 물난리 속에 임용 1년 6개월 만에 숨진 신참 소방관의 의로운 희생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하경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이번에는 재산 피해 상황을 보겠습니다.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는데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오늘 오전 11시까지 파악된 현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주택 5백여 동, 공장 20곳과 상가 150동이 물에 잠기거나 손상을 입었습니다.
차량도 손해보험협회가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울산에서 천3백여대 등 총 4천3백여대가 이번 태풍으로 침수되거나 파손됐습니다.
농경지도 9천3백 헥타르가 물에 잠겼고, 강풍에 많은 농작물이 손해를 입었는데요.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농가 피해 상황, 송민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20여 동 비닐하우스는 골조가 쓰러지고 비닐이 찢겨나갔습니다.
한창 잎이 보이기 시작한 수박은 열매는커녕 뿌리 부분이 물에 잠겨 썩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병근/농민]
"농사 20년 됐는데 이런 피해는 처음이죠. 우리끼리 수리할 엄두가 안 나요. 하루 종일 해도 이제 비닐 다 걷어냈는데…."
태풍이 지나간 뒤 가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모습이지만, 수확을 앞둔 벼와 과일 등 농작물의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수확을 열흘 정도 남긴 벼는 대부분 물에 젖어 수확을 하더라도 썩거나 쭉정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과수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한 배는 상품성도 잃고 멀쩡한 배에도 병충해를 옮길 수 있습니다.
[박홍조/경남도서부청사 농업 재해대책상황실]
"공무원 군병력 유관기관 등이 긴급 현장에 투입돼 복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농가 피해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여 재난지원금이 조기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제18호 태풍 '차바'로 경남에서는 630ha의 논에서 벼가 침수되거나 넘어지고 1천 ha 가까운 과수원에서 사과와 배, 단감 등의 낙과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또다시 비소식이 예고돼 있어 복구작업조차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MBC뉴스 송민화입니다.
◀ 앵커 ▶
태풍 '차바'는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습니다.
한반도에 상륙한 10월 태풍 중 가장 강한 태풍으로 기록됐는데요.
계속해서 차바의 구체적인 위력을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어제 제주 고산 지역에서 측정된 '차바'의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56.5미터였습니다.
'순간최대풍속'으로만 따지면, 한반도에서 발생한 강풍 중 역대 다섯 번째였는데 태풍으로 인한 강풍만 놓고 봤을 때, 매미, 프라피룬, 루사에 이어 순간최대풍속 4위에 올랐습니다.
비도 많이 와서 시간당 최고 173mm라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진 제주도 윗세오름은 누적 강수량이 무려 659.5mm에 달했습니다.
울산도 비 피해가 컸는데요.
1시간 동안 139mm의 비가 쏟아진 울산 매곡은 374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주요 지점별 강수량을 살펴보면 서귀포 289mm를 비롯해 울산 266, 거제 174, 포항 155, 부산 95mm 등 제주와 경남 지역에 큰 비가 내렸고, 고흥 127, 여수 102, 완도 91mm 등 전남 지역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 앵커 ▶
이처럼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 태풍이 가을에 발생한 점도 이례적인데요.
역대 10월에 발생한 태풍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나경철 아나운서, 10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태풍 중 '차바'의 위력이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됐다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차바는 강풍과 폭우를 동시에 몰고 왔는데요.
어제 오전 9시, 거제도 부근에 상륙할 당시의 중심기압은 970hPa로 10월에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중에서는 위력이 가장 컸습니다.
태풍은 저기압, 그러니까 기압이 낮을수록 더 위력적인데요.
'차바' 이전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10월 태풍으로는 2013년에 발생한 '다나스'와 1994년에 발생한 '세스'가 있지만, '차바'만큼 기압이 낮지 않아 강도 또한 '차바'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제 제주 서귀포에서는 시간당 116.7mm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10월 하루 강수량과 1시간 강수량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는데요.
'차바'가 왜 이렇게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했는지 분석 기사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차바가 강력한 위력을 갖게 된 첫 번째 원인은 이례적으로 뜨거운 서태평양입니다.
가을인데도 29도의 고수온 해역이 한반도를 향해 불룩 솟아있는데, 바로 이곳을 지나며 수증기를 공급받아 한때 슈퍼 태풍급 위력까지 발달했습니다.
당시 나사가 분석한 태풍 '차바' 영상을 보면 태풍의 눈 주변에 높이 17km, 시간당 230mm의 폭우 수증기를 머금은 물기둥이 솟아있습니다.
이 덩치가 거의 줄지 않고 남해까지 온 겁니다.
두 번째 원인은 제 역할을 못한 상층 편서풍 보통 이맘때면 한반도 상공에서 태풍의 윗부분을 때려 약화시키는데 예년보다 북쪽에 머물면서 태풍이 부산까지 그대로 치고 올라온 겁니다.
여기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면서 당초 일본 쪽으로 갈 걸로 예상했던 차바의 진로가 한반도로 열린 겁니다.
기상청은 남은 가을 동안 태풍이 1~2개 더 생성될 수 있지만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 앵커 ▶
어제 피해가 컸던 데에는 당국의 늑장 대처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비가 쏟아진 지 불과 2시간 만에 강물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은 울산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안내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어제 하루 동안 울산에 내린 비의 양은 266mm.
그런데 오전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만 104.2mm로 전체 강수량의 40%가 이 한 시간 동안 집중됐습니다.
시간당 강수량으로 보면 울산기상대가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양인데요.
갑작스레 내린 비로 태화강 수위가 급격하게 올라가자 오전 11시 44분쯤, 국민안전처와 울산시는 긴급재난문자로 주민들의 안전지대 대피와 차량 우회를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엔 이미 태화강 둔치와 저지대를 중심으로 침수가 시작되고 있어 하천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도 위험하던 시점이었는데요.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오후 12시 30분, 뒤늦게 홍수주의보를 내렸고, 한 시간 후엔 경보로 대체했습니다.
당국의 안내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턱없이 부족한 배수구와 댐 방류 지연 등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최지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빗발치는 빗줄기 속에 황토 범벅이 된 태화강 물이 교량 높이까지 차오릅니다.
울산 도심에 내린 비는 모두 266mm.
당초 50~150mm, 최대 25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지만 시간당 120mm가 넘는 물폭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은 산책로는 물론 둔치에 조성된 십리대숲까지 집어삼켰습니다.
집중호우에 동네 전체가 물바다가 된 중구 우정동.
아래로는 태화강, 위로는 혁신도시가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맨홀 뚜껑이 부서질 정도로 흙탕물이 치솟았습니다.
[김고의]
"이것이 도시 한가운데에서 말이 되는 겁니까. 인재입니다, 인재."
LH가 복개천 상류에 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빗물저장소와 우수관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고 미관을 위해 하천 주변에 마사토를 깐 게 화근이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과 논밭이 완전히 물에 잠긴 울주군 반천리는 불과 6백여 미터 떨어진 대암댐 물이 월류해 흙탕물 범벅이 됐습니다.
사전에 태풍이 예고됐지만, 만수위가 되기까지 물을 미리 방류하지 않아 화를 키웠습니다.
이번 태풍은 부실한 예보와 안이한 대처가 만들어낸 최악의 인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최지호입니다.
◀ 앵커 ▶
이번 태풍으로 부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바다 조망권을 고집하는 주민들의 민원 탓에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이야기인지 이두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파도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초고층 건물 사이로 밀려듭니다.
"여기까지 온다. 높이가. 야야, 1층까지 잠긴다."
바닷물 폭탄에 해운대 마린시티가 완전히 물 바다가 됐습니다.
파도를 막기 위한 해안 방파제 높이는 고작 1.2미터 10미터 파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당초 해안방파제 높이를 3미터 이상으로 계획했지만, 주민과 1층 상가의 반대로 대폭 축소된 겁니다.
방파제 높이를 더 높일 경우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안전보다 조망권을 선택한 탓에 이번 태풍에 화를 키운 셈입니다.
뒤늦게 해상 방파제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6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해 부유층을 위한 특혜성 정책이라는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일대도 이번 태풍으로 초토화됐습니다.
인근 매립지는 6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공간인데 해안가 바로 인접한 곳이다 보니 파도의 범람을 막지 못했습니다.
1.5미터 높이의 방파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부산 해안가마다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지만 바다 조망권보다는 재난 대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준오입니다.
어제 차량들이 이렇게 물에 둥둥 떠 있는 뉴스 화면 보시면서 '이게 우리나라 맞나' 싶으셨을 텐데요.
제18호 태풍 '차바'는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수준의 호우와 강풍으로 제주, 부산, 또 울산 등 남부지역에 많은 피해를 남겼습니다.
그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 긴박했던 순간들을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바닷물 폭탄에 해운대 초고층 건물들은 완전히 물바다가 됐습니다.
"여기까지 온다. 높이가. 야야, 1층까지 잠긴다."
파도는 수업 중이던 한국 해양대도 덮쳐 학생들이 깨진 유리창을 피해 대피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촘촘하게 따라 붙어보지만 집채만 한 파도가 이들을 덮치면서 선원과 구조대원들을 바다로 쓸어갑니다.
호수같이 변한 주차장에 차량 수백 대가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아이고, 차 떠내려간다. 저 봐, 차 떠내려가잖아"
물바다로 변한 횟집과 상가는 간판들만 겨우 보입니다.
[식당 주인]
"(물이) 계속 들어옵니다, 지금. 안에 뻥뻥거리면서 터지고 있네. 저 안에서 소리나네요."
길이가 70미터나 되는 풍력발전기 날개는 강풍을 이기지 못한 채 꺾여버렸습니다.
공사장 타워크레인도 엿가락처럼 휘었습니다.
◀ 앵커 ▶
곳곳에 물폭탄이 쏟아지고 강풍이 불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1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재산피해도 컸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지금까지 파악된 인명피해는 사망 7명, 실종 3명입니다.
부산과 울산에서 각각 3명이 숨졌고, 경북 경주에서 1명이 숨졌습니다.
또 실종된 사람은 제주와, 경북, 경남에서 1명씩입니다.
이 밖에 90세대 19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요.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던 울산의 소방대원은 오늘 오전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이 소방관의 아버지도 소방관으로 얼마 전 퇴임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서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세차게 내려오는 강물에 자동차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차량 구조에 나섰던 29살 강기봉 소방사가 차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안간힘을 쓰며 주변 타이어며 나무를 필사적으로 붙잡습니다.
결국, 강 소방사는 급류에 휩쓸려 실종됩니다.
동료 소방관들이 사력을 다해 구조에 나섰지만 강 소방사는 실종된 장소로부터 3km 떨어진 강기슭에서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차영호/울산소방서 구조대]
"말이 안 나오죠. 그냥 시민들도 그렇겠지만 (무사하길 바랐는데) 동료니까 막막했습니다."
제주도에서 30년 넘게 구조활동을 펼친 소방관 출신 아버지는 망연자실입니다.
[강 모 씨/부모]
"(안타깝지만)그래도 119면 당연히 남을 구하러 다니는 게 직업이니까…."
최악의 물난리 속에 임용 1년 6개월 만에 숨진 신참 소방관의 의로운 희생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하경입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이번에는 재산 피해 상황을 보겠습니다.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는데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오늘 오전 11시까지 파악된 현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주택 5백여 동, 공장 20곳과 상가 150동이 물에 잠기거나 손상을 입었습니다.
차량도 손해보험협회가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울산에서 천3백여대 등 총 4천3백여대가 이번 태풍으로 침수되거나 파손됐습니다.
농경지도 9천3백 헥타르가 물에 잠겼고, 강풍에 많은 농작물이 손해를 입었는데요.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농가 피해 상황, 송민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20여 동 비닐하우스는 골조가 쓰러지고 비닐이 찢겨나갔습니다.
한창 잎이 보이기 시작한 수박은 열매는커녕 뿌리 부분이 물에 잠겨 썩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병근/농민]
"농사 20년 됐는데 이런 피해는 처음이죠. 우리끼리 수리할 엄두가 안 나요. 하루 종일 해도 이제 비닐 다 걷어냈는데…."
태풍이 지나간 뒤 가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모습이지만, 수확을 앞둔 벼와 과일 등 농작물의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수확을 열흘 정도 남긴 벼는 대부분 물에 젖어 수확을 하더라도 썩거나 쭉정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과수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한 배는 상품성도 잃고 멀쩡한 배에도 병충해를 옮길 수 있습니다.
[박홍조/경남도서부청사 농업 재해대책상황실]
"공무원 군병력 유관기관 등이 긴급 현장에 투입돼 복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농가 피해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여 재난지원금이 조기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제18호 태풍 '차바'로 경남에서는 630ha의 논에서 벼가 침수되거나 넘어지고 1천 ha 가까운 과수원에서 사과와 배, 단감 등의 낙과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또다시 비소식이 예고돼 있어 복구작업조차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MBC뉴스 송민화입니다.
◀ 앵커 ▶
태풍 '차바'는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습니다.
한반도에 상륙한 10월 태풍 중 가장 강한 태풍으로 기록됐는데요.
계속해서 차바의 구체적인 위력을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어제 제주 고산 지역에서 측정된 '차바'의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56.5미터였습니다.
'순간최대풍속'으로만 따지면, 한반도에서 발생한 강풍 중 역대 다섯 번째였는데 태풍으로 인한 강풍만 놓고 봤을 때, 매미, 프라피룬, 루사에 이어 순간최대풍속 4위에 올랐습니다.
비도 많이 와서 시간당 최고 173mm라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진 제주도 윗세오름은 누적 강수량이 무려 659.5mm에 달했습니다.
울산도 비 피해가 컸는데요.
1시간 동안 139mm의 비가 쏟아진 울산 매곡은 374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주요 지점별 강수량을 살펴보면 서귀포 289mm를 비롯해 울산 266, 거제 174, 포항 155, 부산 95mm 등 제주와 경남 지역에 큰 비가 내렸고, 고흥 127, 여수 102, 완도 91mm 등 전남 지역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 앵커 ▶
이처럼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 태풍이 가을에 발생한 점도 이례적인데요.
역대 10월에 발생한 태풍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나경철 아나운서, 10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태풍 중 '차바'의 위력이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됐다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차바는 강풍과 폭우를 동시에 몰고 왔는데요.
어제 오전 9시, 거제도 부근에 상륙할 당시의 중심기압은 970hPa로 10월에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중에서는 위력이 가장 컸습니다.
태풍은 저기압, 그러니까 기압이 낮을수록 더 위력적인데요.
'차바' 이전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10월 태풍으로는 2013년에 발생한 '다나스'와 1994년에 발생한 '세스'가 있지만, '차바'만큼 기압이 낮지 않아 강도 또한 '차바'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제 제주 서귀포에서는 시간당 116.7mm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10월 하루 강수량과 1시간 강수량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는데요.
'차바'가 왜 이렇게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했는지 분석 기사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차바가 강력한 위력을 갖게 된 첫 번째 원인은 이례적으로 뜨거운 서태평양입니다.
가을인데도 29도의 고수온 해역이 한반도를 향해 불룩 솟아있는데, 바로 이곳을 지나며 수증기를 공급받아 한때 슈퍼 태풍급 위력까지 발달했습니다.
당시 나사가 분석한 태풍 '차바' 영상을 보면 태풍의 눈 주변에 높이 17km, 시간당 230mm의 폭우 수증기를 머금은 물기둥이 솟아있습니다.
이 덩치가 거의 줄지 않고 남해까지 온 겁니다.
두 번째 원인은 제 역할을 못한 상층 편서풍 보통 이맘때면 한반도 상공에서 태풍의 윗부분을 때려 약화시키는데 예년보다 북쪽에 머물면서 태풍이 부산까지 그대로 치고 올라온 겁니다.
여기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면서 당초 일본 쪽으로 갈 걸로 예상했던 차바의 진로가 한반도로 열린 겁니다.
기상청은 남은 가을 동안 태풍이 1~2개 더 생성될 수 있지만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 앵커 ▶
어제 피해가 컸던 데에는 당국의 늑장 대처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비가 쏟아진 지 불과 2시간 만에 강물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은 울산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안내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유선경 아나운서가 설명해 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어제 하루 동안 울산에 내린 비의 양은 266mm.
그런데 오전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만 104.2mm로 전체 강수량의 40%가 이 한 시간 동안 집중됐습니다.
시간당 강수량으로 보면 울산기상대가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양인데요.
갑작스레 내린 비로 태화강 수위가 급격하게 올라가자 오전 11시 44분쯤, 국민안전처와 울산시는 긴급재난문자로 주민들의 안전지대 대피와 차량 우회를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엔 이미 태화강 둔치와 저지대를 중심으로 침수가 시작되고 있어 하천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도 위험하던 시점이었는데요.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오후 12시 30분, 뒤늦게 홍수주의보를 내렸고, 한 시간 후엔 경보로 대체했습니다.
당국의 안내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턱없이 부족한 배수구와 댐 방류 지연 등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최지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빗발치는 빗줄기 속에 황토 범벅이 된 태화강 물이 교량 높이까지 차오릅니다.
울산 도심에 내린 비는 모두 266mm.
당초 50~150mm, 최대 25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지만 시간당 120mm가 넘는 물폭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은 산책로는 물론 둔치에 조성된 십리대숲까지 집어삼켰습니다.
집중호우에 동네 전체가 물바다가 된 중구 우정동.
아래로는 태화강, 위로는 혁신도시가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맨홀 뚜껑이 부서질 정도로 흙탕물이 치솟았습니다.
[김고의]
"이것이 도시 한가운데에서 말이 되는 겁니까. 인재입니다, 인재."
LH가 복개천 상류에 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빗물저장소와 우수관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고 미관을 위해 하천 주변에 마사토를 깐 게 화근이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과 논밭이 완전히 물에 잠긴 울주군 반천리는 불과 6백여 미터 떨어진 대암댐 물이 월류해 흙탕물 범벅이 됐습니다.
사전에 태풍이 예고됐지만, 만수위가 되기까지 물을 미리 방류하지 않아 화를 키웠습니다.
이번 태풍은 부실한 예보와 안이한 대처가 만들어낸 최악의 인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최지호입니다.
◀ 앵커 ▶
이번 태풍으로 부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바다 조망권을 고집하는 주민들의 민원 탓에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이야기인지 이두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파도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초고층 건물 사이로 밀려듭니다.
"여기까지 온다. 높이가. 야야, 1층까지 잠긴다."
바닷물 폭탄에 해운대 마린시티가 완전히 물 바다가 됐습니다.
파도를 막기 위한 해안 방파제 높이는 고작 1.2미터 10미터 파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당초 해안방파제 높이를 3미터 이상으로 계획했지만, 주민과 1층 상가의 반대로 대폭 축소된 겁니다.
방파제 높이를 더 높일 경우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안전보다 조망권을 선택한 탓에 이번 태풍에 화를 키운 셈입니다.
뒤늦게 해상 방파제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6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해 부유층을 위한 특혜성 정책이라는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일대도 이번 태풍으로 초토화됐습니다.
인근 매립지는 6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공간인데 해안가 바로 인접한 곳이다 보니 파도의 범람을 막지 못했습니다.
1.5미터 높이의 방파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부산 해안가마다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지만 바다 조망권보다는 재난 대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준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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