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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필수인가, 남용인가? '수면 마취' 권하는 사회

[집중취재] 필수인가, 남용인가? '수면 마취' 권하는 사회
입력 2016-01-23 20:15 | 수정 2016-01-2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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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수면마취, 프로포폴.. 이런 단어들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몇 년 전 연예인들이 반복 투약해 사회문제가 됐었죠.

    요즘 간단한 성형시술을 할 때도 거리낌 없이 수면마취를 한 다음 시술을 하는 병원들이 많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수면마취가 만연하는 걸까요, 그리고 수면마취를 자주 받아도 괜찮은 걸까요.

    서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눈밑과 이마를 도톰하게 해준다는 이른바 필러 시술을 문의하자 바로 수면 마취를 권합니다.

    [병원 관계자]
    "한 10분 정도 잠깐 주무시는 거예요. 그럼 그때 필러랑 다 끝나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시술을) 받으실 수 있어요."

    또 다른 병원에서는 피부 탄력을 위한 레이저 시술에 당연한 것처럼 수면마취 비용을 요구하고

    [00병원 관계자]
    "수면마취 하셔야 해요. 위험하거나 그러지는 않고 수면마취 비용은 따로 있으신데, 10만 원이에요."

    일부 병원은, 시술에 꼭 필요한 수면마취를 공짜로 해주겠다고 특가이벤트를 홍보하기도 합니다.

    한결같이 통증을 느끼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하지만 의료계의 정설은 다릅니다.

    절개하지 않는 이런 미용 시술은 연고 마취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송인권/피부과 의사]
    "연고마취나 아니면 주사를 통해서 신경차단술을 함으로써 비교적 충분히 (통증을) 잘 커버할 수 있는 정도.."

    때문에 일부 병원이 굳이 수면마취를 권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고마취는 연고를 바른 뒤 3~40분 뒤에 시술이 가능하지만, 수면마취는 마취 뒤 1분 이내에 시술에 들어가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시술을 끝낼 수 있는 겁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프로포폴 주고 잠깐 자고 나면 환자는 기억도 없고, 시술은 빨리 끝나고 이러니까 여러가지 면에서 프로포폴이 선호 되는거죠."

    문제는 수면마취에 사용되는 프로포폴입니다.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은, 몽롱한 상태로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나게 하는 약물로 일부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투약할 경우 의존과 중독 성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엔 수술 중 프로포폴을 맞자마자 몇 초 만에 약물에 취한 표정으로 정신을 잃는 동영상이 올라오는가 하면 맞으면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나, 숲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자는 느낌이라는 등의 후기들도 넘쳐 납니다.

    실제 지난 2013년에는 한 40대 남성이 프로포폴에 중독돼 2년 동안 500번이 넘게 수면 내시경을 받았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면 마취를 통해 이뤄지는 미용 시술 대부분은 한두 달 간격으로 3~5회를 받아야 합니다.

    수면마취를 할 경우 5개월에 많게는 5번의 프로포폴을 투약하게 되는 셈입니다.

    [홍성진/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맞더라도 몇 번을 맞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의존성이 생길 수도 있는 거거든요. 혹시라도 중독성이 생길 가능성을 의사는 고려해야..."

    통증 없다는 점만 강조하지만 그 이면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약물 의존자들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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