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청첩장 주변에서 많이 보내올 때입니다.
봄 결혼철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결혼하는 커플도, 부모도, 결혼식 생각하면 한숨부터 내쉬는 분들 많습니다.
◀ 앵커 ▶
오늘 앵커의 눈에서 허리 휘는 결혼비용 들여다볼 텐데요.
먼저 '억' 소리 난다는 특급호텔 결혼식, 나세웅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의 결혼 장소로 알려진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
직접 견적을 받아 봤습니다.
[상담사/A 호텔]
"꽃 장식은 화이트, 연 그린 기준에 제가 제안해 드리는 꽃 장식하면 1천2백만 원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홀을 빌리는 비용만 2천만 원.
외부업체를 쓰지 않아야, 6백만 원을 깎아 줍니다.
사실상의 끼워팔깁니다.
하객 5백 명을 기준으로 1억 원이 넘습니다.
[상담사]
"(1인당) 12만 원부터 스타트 메뉴고요. 대관료하고 결혼 메뉴 15만 원 기준에 5백 인분. 그렇게 무대 비용까지 했을 때 1억 3천2백만 원입니다."
한강이 보이는 야외 결혼식으로 이름난 또 다른 특급호텔.
2백 석 제공에 비용은 6천만 원이 넘습니다.
비가 오면 천막 치는 데에도 돈을 받습니다.
[상담사]
"하루 전 오전까지 말씀해주셔야 하시고,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요. (얼마에요?) 1천1백만 원."
◀ 앵커 ▶
특급호텔 결혼이야 일부 얘기겠지만 다른 결혼식도 비용 부담이 크죠?
◀ 앵커 ▶
네. 한 결혼정보회사가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천 명에게 물었더니, 결혼하는 데만 평균 8천2백만 원이 들었습니다.
예식장 빌리는데 2천만 원,
예물, 예단에 1천8백만 원씩 들었고요.
혼수와 신혼여행에도 적지 않은 금액을 썼습니다.
신혼부부와 부모에게 물었더니 꽃 장식, 식전 스튜디오 촬영, 결혼식 피로연 순으로 불필요했다고 답했습니다.
◀ 앵커 ▶
불필요한 줄 알면서도 왜 달라지지 않는 걸까요?
일부 연예인들의 작은 결혼식이 화제가 되면서 비슷한 바람이 불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 앵커 ▶
그렇습니다. 규모를 줄인 '스몰 웨딩', 집에서 하듯 식을 치르는 '하우스 웨딩'이 새 트렌드로 등장했는데요,
비용이 줄었을까요?
김미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앵커 ▶
서울 강남의 하우스 웨딩홀.
주택을 개조해 만든 건물에 세 시간 정도로 여유 있는 대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족끼리 하는 작은 결혼식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하객이 적어도, 150명분은 돈을 내야 합니다.
[A 하우스 웨딩업체 직원]
"150명부터. 150명이 최소 보증 인원수고요."
다른 하우스 웨딩업체.
한 명 식대만 6만 원.
꽃 장식과 대관료를 더하면 비용이 하객 2백50명 기준 3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평균 예식비보다 1천만 원가량 비쌉니다.
사진 촬영도 지정 업체 중에서만 골라야 합니다.
[기자]
"여기에서 지정해 주시는 거군요? 사진업체는."
[직원]
"네 맞아요. 선택을 해주셔야 해요."
하우스 웨딩이라고 해도 규모나 비용을 줄이긴 쉽지 않은 겁니다.
[B 하우스 웨딩업체]
"대관료와 생화 장식을 650만 원으로 안내해드려요. (식비는) 12만 원까지 있고요. 2백 분 보증은 필요로 하시고요."
◀ 앵커 ▶
결혼비용 줄이기 어려운 이유, 또 있습니다.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앞글자를 따 흔히 스,드,메라고 부르죠?
결혼업체들은 대부분 세 가지를 한 묶음으로만 팝니다.
예비부부 평균 3백40만 원 정도 쓰는데요.
따로 하면 훨씬 비싼 값을 부르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항목을 빼지도 못하는 겁니다.
그럼 드레스만 따져볼까요.
고급 드레스를 고르면 패키지 가격이 6백만 원 이상으로 뛰고 대여가 안 되는 수입 드레스는 1천만 원 정도를 더 내고 사야 합니다.
인터넷 통해서 직접 사면 30~40만 원에도 맞춰 입을 수 있지만 드레스만 따로 하긴 어려운 구조입니다.
[김민규, 심민정/예비 부부]
"'스드메' 패키지를 할 때 하나씩 가격을 공개하지를 않아요. 저희가 어디에서 깎고 어디에서 올리는지를 모르니까."
[윤설민, 김지연/예비 부부]
"패키지로 돼 있다 보니까 스튜디오만 하고 뭘 뺀다든지 이런 것들이 거의 불가능하더라고요."
◀ 앵커 ▶
이런 횡포 때문에, 여러 업체 가운데 원하는 걸 고르면 견적을 비교해 주는 스마트폰 앱도 등장했습니다.
식전스냅 사진부터 하나하나 발품을 팔아 직접 하는 이른바 '셀프 웨딩족'도 늘고 있고요.
혼수용품도 2,3인용 소파, 20만 원대 침구세트처럼 실속형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팔렸습니다.
◀ 앵커 ▶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끼리 올리는 결혼식.
실제 이달 초 치른 결혼식 모습인데요,
숙박과 음식값까지 2백만 원이면 충분했습니다.
요즘 신혼부부들, 이렇게도 합니다.
조재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예식장은 민박집, 열 명 남짓한 양가 가족의 단출한 제주도 나들이가 바로 결혼식이었습니다.
비용은 일반 예식장의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올린 결혼식, 식장 비용을 15만 원에 해결했습니다.
[김혜선]
"결혼식장에서는 30분마다 한 번씩 막 이렇게 끊어서 하잖아요. 근데 저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
받은 축의금 2천만 원은 모두 기부했습니다.
덕분에 노숙자를 위한 국수 기계가 생겼습니다.
[조요셉]
"결혼을 하는 처음 인생을 출발하는 시발점에서 하는 그 의미있는 행동은 아마 평생 자손에게도 그 의미가 전달되지 않겠나..."
야외 공원에 화분으로 길을 만들고 도시락으로 피로연을 엽니다.
이른바 '소풍 결혼식'을 찾는 부부도 늘고 있습니다.
[이정훈, 김지은]
"저희가 3포 세대, 4포 세대에 포함되는 세대인데요. 저희가 가진 돈으로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까 작은 결혼식도 준비를 하게 됐고..."
◀ 앵커 ▶
허리가 휘게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결혼이 마냥 행복하기만은 어려울 겁니다.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 보여주는 결혼식이 아닌, 둘만을 위한 결혼식이 올봄엔 늘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규모 줄인 '스몰 웨딩'? 허리 휘긴 마찬가지
[앵커의 눈] 규모 줄인 '스몰 웨딩'? 허리 휘긴 마찬가지
입력
2016-02-23 20:37
|
수정 2016-02-2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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