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조의명

[집중취재] 女직원, '결혼하면' 그만둬야 하는 회사

[집중취재] 女직원, '결혼하면' 그만둬야 하는 회사
입력 2016-03-13 20:24 | 수정 2016-03-13 21:36
재생목록
    ◀ 앵커 ▶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하게 일하고 있는 여직원을 퇴사시키고 자기 발로 나가지 않으면 괴롭혀서 내쫓겠다고 협박하는 회사.

    요즘 세상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믿기 힘들 정도의 이야기죠?

    그런데 대구의 한 주류업체에서 실제로 이런 일을 당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조의명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대구의 지역 주류업체 금복주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던 김자영 씨(가명)는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 회사에 이를 알렸다가 소속부서 팀장으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씨 부서 팀장]
    "계속 직장을 다니겠다는 생각인지?"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지….)
    "우리 회사는 관례적으로 결혼을 하면서 회사를 다 그만두고 직원들이 다 나갔기 때문에…."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거였습니다.

    [김자영(가명)]
    "축하하기는 축하하는 일인데 제가 그만두지 않으면 자기가 곤란해진다고 팀장님이 말했고…."

    대구 경북 지역 소주 판매 시장에서 8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매년 1,30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기업 금복주.

    창사 이래 59년 동안, 결혼한 여직원을 회사에 남겨둔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금복주 인사담당 팀장]
    "여태까지 창사부터 50년이 넘도록 해 가지고 한 번도 결혼한 주부사원 생산직 이외에는 안에 내근직으로 없는데 회사가 용납을 하겠나."

    복지 비용이 더 들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금복주 인사담당 팀장]
    "여직원이 다님으로 인해 가지고 인건비라도 생각 안 해봤나? 그리고 육아휴직이고 나발이네…. 결혼해서 애만 하나 낳는 순간에 유축기 들고 들어가서 화장실에서 짜고 앉았고…."

    김 씨가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하자 보이지 않는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건 물론 김 씨와 밥도 먹지 말고, 대화도 나누지 말라는 윗선의 지시가 내려왔다는 겁니다.

    [김 씨 동료 사원]
    "말하지 말란다 말도 하지 말고 업무도 주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란다. 자기 손으로는 더러워지는 짓 하기 싫으니까 딴 사람 (통해) 괴롭히는 거잖아…."

    금복주 측은 김 씨가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자, 지난 12월엔 디자이너 일과 무관한 외부 판촉 부서로 김 씨를 인사이동시켰습니다.

    결혼을 이유로 금복주에서 퇴사를 강요당한 여직원은 김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금복주 퇴사 여직원]
    "(모든 여직원은) 그냥 굳이 말해 놓은 건 아닌데 결혼하면 다 사직서를 내고 나가야 되는 것이거든요."

    지난 5년간 적어도 7명의 금복주 여직원이 결혼과 관련된 문제로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복주 측은 퇴사 압력은 오해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금복주 관계자]
    "직장 선배나 인생 선배로서 얘기하는 그런 부분에 대한 오해로 (생긴)부분인 거지. 이걸 갖다가 회사에서 압력적으로 그만 두게 했다 이런 건 절대 아닙니다."

    또한 김 씨를 해고한 것도 아니고 외근부서 발령도 취소했으니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

    하지만 김 씨는 반년 넘게 이어진 괴롭힘 때문에 결국 며칠 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노동당국은 금복주에서 벌어진 성차별과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조의명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