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직장인까지.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200만 명이 치르는 영어 시험, 바로 토익이죠.
이달 말 10년 만에 문제 유형이 바뀌는데, 시험장과 학원가가 비상입니다.
먼저 박영회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주 서울의 한 토익 시험 고사장.
문제 유형이 바뀔 때까지 남은 시험은 이날을 포함해 단 두 번.
예년보다 25% 많은 인원이 몰렸습니다.
[원효정/응시생]
"유형이 아예 바뀐다고 해서 그전에 한번 보려고…. 아무래도 만점을 받아야 더 유리한 조건이 되니까."
주관사인 미국 ETS는 이전 수준의 시험 난이도를 유지하겠다지만 학원가는 이미 비상입니다.
수험생 대부분이 문제 유형 변경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
[문관식/수험생]
"어려워질까 봐 걱정되죠. 그리고 아무래도 혹시 공부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까 봐. 그것이 금전적으로 더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유명 학원들은 무료로 교재를 나눠주는 등 경쟁적으로 수강생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윤선/토익 강사]
"신토익은 대화문의 흐름을 파악하여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런 문맥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하고요. 단순 찍기가 통하지 않는 시험으로 변하고 있다…."
토익이 시행되는 세계 150개국 가운데 한국 응시생 수가 가장 많고, 2위 일본과도 50만 명가량 차이 납니다.
우리 국민이 토익 시험을 보는 데 쓰는 돈만 1년에 800억 원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80억 원 정도가 미국 출제기관에 지급되는 로열티로 추정됩니다.
◀ 앵커 ▶
시험 유형이 바뀌는 이유.
영어를 말하고 쓰는 방식이 달라져서 시험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라는데 다른 속내도 있어 보입니다.
'문제 푸는 시간은 얼마나 써라', '보기부터 먼저 읽어라' 하는 식으로 시험 보는 요령이 퍼졌는데요.
매년 평균 점수가 크게 오를 정도입니다.
이른바 '점수 인플레'가 심하다는 겁니다.
◀ 앵커 ▶
의도야 어떻든 울며 겨자 먹기로 수험생들은 맞출 수밖에 없죠.
대체할 다른 시험이 사실상 없습니다.
교육부가 5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니트는 응시자가 너무 적어 시행 4년 만인 지난해 폐지됐습니다.
서울대가 만든 텝스 역시 응시자 수가 최근 5년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정부가 입시에 활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중고생 응시자가 사라졌고, 취업할 때 활용도가 낮기 때문인데요.
이래저래 힘든 건 수험생들입니다.
학습 부담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까지 더 지게 생겼다는데, 무슨 얘기인지 조재영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 리포트 ▶
서점 어학 코너는 이미 토익의 새 문제 유형에 대비하는 책들이 차지했습니다.
기본 교재와 문제집만 3만 원이 넘고 고득점을 받게 해 주겠다는 학원까지 등록하면 비용은 50만 원에 육박합니다.
[주재일/취업 준비생]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죠. 아무래도 학원비가 싼 편도 아니고. 또 신토익으로 바뀌면 적응하느라 2~3달은 다녀야 될 것 같아서…."
응시료는 또다시 5% 인상돼 한 번 보는 데 4만 4천5백 원이 듭니다.
대학생 평균 응시 횟수인 아홉 번을 본다고 하면 응시료만 40만 원 정도입니다.
[유태복/취업 준비생]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 토익을 응시하게 되는 거 같아요. 다들 이제 고득점을 유지하다 보니까."
부담이 커도 토익 점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건 여전히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채용 공고 1천여 건 중 94%가 토익 점수를 채용에 활용했고 네 건 중 한 건은 일정 점수 이상을 요구했는데, 800점 이상을 내건 곳이 가장 많았습니다.
◀ 앵커 ▶
그런데 달라지는 토익에 맞춰 준비한다고 끝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학점 3.5에 토익 721점, 자격증 2개.
작년 하반기 대기업 공채 합격자들의 평균 조건인데요.
너도나도 이른바 '스펙'이 좋다 보니까, 이젠 토익 같은 자격 요건을 안 보겠다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무스펙', '탈스펙' 전형인데,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이 줄어들까요?
나세웅 기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 리포트 ▶
빠른 취업을 도와준다는 학원들.
'무스펙' 전형으로 자기소개서가 중요해진 만큼 맞춤형 지도가 더 필요하다고 홍보합니다.
[취업 학원 상담사]
"'탈스펙제' 들어봤어요? 내가 작성했었던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오면 지원하는 직무와 기업에 맞춰서 이제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고…."
1:1 상담에선 면접 때 필요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비법을 가르쳐준다고 합니다.
[취업 학원 상담사]
"일주일에 20건에서 30건 정도 진행되고 있어요. 그래서 미리 예약을 해야 돼요."
2시간씩 6번 수업이 48만 원.
내용에 따라 3백만 원이 넘기도 합니다.
[취업 학원 상담사]
"빨리 취업이 되면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첫 월급 타면 부모님한테 바로 드릴 수 있으니까요."
유명 어학원들도 차례로 취업 상담 과정을 개설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취업이 급한 구직자들 사이에선 자격 요건을 없앤 '무스펙'이 아니라 새로운 자기소개서까지 준비해야 하는 '신스펙'이라는 불만이 나옵니다.
[곽세영/취업 준비생]
"다른 사람들도 다 기본으로 갖고 있는 자격증이니까 만약에 제가 없다고 하면 굉장히 부담스럽겠죠."
◀ 앵커 ▶
힘들여 돈 들여 토익 준비하다 보니 토익 시험이 바뀌고, 다시 애써서 점수를 따고 보니 공채 전형 방식이 바뀝니다.
기업들, 인재를 뽑기 위한 노력만큼 인재가 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부담 덜어줄 방법도 고민해 줄 수는 없을까요.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바뀐 토익 적응하랴 新스펙 갖추랴 수험생 '이중고'
[앵커의 눈] 바뀐 토익 적응하랴 新스펙 갖추랴 수험생 '이중고'
입력
2016-05-04 20:39
|
수정 2016-05-0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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