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요즘 제철인 봄나물 찾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산에서 나물이나 약초를 주인 허락 없이 무단 채취하는 게 불법이란 사실 알고 계십니까.
마구잡이로 산나물을 걷어가는 현장을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유림내 도로에 나타난 관광버스.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하나 둘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산림청 단속반과 함께 따라가 봤더니, 모두 등산은 하지 않고 산나물을 캐고 있습니다.
[산림경찰관]
"산나물 채취 단속 나왔거든요. 내려오세요!"
[불법 채취자 A]
("버스 타고 오셨어요?")
"예."
("일행이 몇 분이세요?")
"42명 왔는데 '산행도 할 겸 나물도 뜯고 가자'이래서..."
길가는 물론, 제법 깊은 산속까지, 곳곳에서 나물을 뜯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불법 채취자 B]
"이게 다 두릅이에요. 두릅. (여기가) 나물이 제일 많아요."
산주인 허가 없이 임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건 7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지는 범죄.
그러나 단속돼도 외려 당당합니다.
[불법 채취자 C]
"촌에서 이런 것도 못 뜯으면 어떻게 사는데? 뜯는 사람은 (나물을) 만날도 뜯더라..."
핑계도 비슷합니다.
모두 이번이 처음이거나.
[불법 채취자 D]
"여태 산에 다니면서 산나물 캐러는 오늘 처음 왔어요."
[불법 채취자 E]
"나는 당뇨가 있고 몸이 안 좋아서 한 번 따라와가지고 오늘 평생 처음 따라가와가지고..."
집안에 제사가 있습니다.
[불법 채취자 F]
"내일 제사 때문에 왔지 안 그러면 오지도 않았어요."
[불법 채취자 G]
"어떡해요. 집안에 제사를 모시니까."
("고사리가 나오면 다 제사예요?")
"한 번만 봐주세요."
전문 산나물꾼은 더 극성입니다.
이들은 무게 20kg 가까이 고사리와 취나물을 쓸어가는가 하면, 땅속에서 자라서 찾기 어려운 고급 버섯인 '복령'까지 캐냅니다.
고급 산나물은 kg당 거래가가 2만 원, 약재인 복령의 경우 5~6만 원 선으로 비싸 직업적 채취꾼들이 몰려드는 겁니다.
[불법 채취자 H]
("한약방에 파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한약방은 자연산) 파는 데도 없어요. 전부다 수입산이고 중국산이고 이래요."
("전문적으로 채취하시는 분이에요. 이분은.")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산악회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수법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불법 채취자 E]
"차는 매주 산행하는 사람들이 타는 게 와요."
("어디서 만나서 같이 오실 거 아니에요?")
"그렇지. 잡으려고?"
[이홍대/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사무관]
"모집산행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고요, 몰래몰래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다니면서 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습니다."
무분별한 산나물 채취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나물과 비슷한 모양의 독초가 적지 않아 잘못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독초 사고 피해자]
"비듬나물인줄 알고 온 가족이 다 먹은 거예요. 아빠가 피를 막 토했어요.저도 혀가 마비가 되고. (알고 보니) 부자의 한 종류였대요. 사약 내리던 약재거든요."
해마다 산나물과 약초를 불법으로 캐다 적발되는 사례만 1,500여 건.
전국의 산과 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
뉴스데스크
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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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M출동] '봄나물 싹쓸이', 불법인데도 마구잡이 채취
[현장M출동] '봄나물 싹쓸이', 불법인데도 마구잡이 채취
입력
2016-05-08 20:23
|
수정 2016-05-0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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