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집중취재] 조선·해운, 급하니까 팔고 보자? 시장 다 뺏긴다

[집중취재] 조선·해운, 급하니까 팔고 보자? 시장 다 뺏긴다
입력 2016-06-17 20:37 | 수정 2016-06-17 21:28
재생목록
    ◀ 앵커 ▶

    위기를 맞은 조선 3사와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력을 줄여 경영 합리화에 나서고, 자산도 매각하는 등 돈 되는 건 다 팔아 부실을 털어내려고 애쓰고 있는데요.

    하지만 무턱대고 구조조정을 했다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효과적인 구조조정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경호, 김재경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온실 가득 장미 수천 송이가 만개해 있습니다.

    대개 1주일이면 시드는 꽃봉오리가 2주까지 유지되는 것부터, 유난히 진하거나 꽃잎이 안으로 말려들어 간 장미까지.

    이런 신품종 개발로 10년 전 한 해 77억 원까지 나가던 해외 로열티를 지난해 28억 원까지 줄였습니다.

    이곳은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씨앗을 보존하는 종자은행입니다.

    현재 23만 가지의 국내외 다양한 종자들이 이렇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더 맛있고, 오래가고, 기능은 좋게,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규모도 500억 달러로 커져 D램 반도체 시장을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종자산업은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이 대열에서 뒤처졌습니다.

    IMF 시절 경영난에 빠진 국내 종자업체들이 무차별 구조조정으로 사업 자체를 외국에 넘기면서 청양고추나 금싸라기 참외, 달고나 꿀수박 같은 토종 종자를 거꾸로 외국에 사용료를 내고 썼습니다.

    [나영왕/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우리나라의 종자를 개발하지 못하면 다른 외국 세력으로부터 잠식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의 조선업도 비슷합니다.

    90년대까지 세계 1위를 고수했지만 장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한 구조조정이 잘못돼 우리나라에 1위를 내줬습니다.

    최근엔 우리 조선업이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사이 중국이 조선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도 우리 기술자를 경쟁적으로 영입하며 세계 시장을 넘보고 있습니다.

    [박무현/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한국이 스스로 설비나 규모를 줄이는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되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고 있던 경쟁국가들이 회복될 수 있는…"

    ==============================

    해운업의 불황에도 지난해 2천200억 원 이익을 낸 팬오션.

    부채비율 1,900%, 법정관리 기업이 불과 3년 만에 살아난 비결은 무엇일까요?

    팬오션이 실어나르는 화물의 80%는 발전용 석탄이나 철강 같은 원자재와 곡물.

    불황에도 전력은 생산해야 하니 소비재보다는 주문이 안정적이어서 수익이 보장됐습니다.

    화물을 보낼 때마다 운임을 받을 경우 운임료는 경기를 많이 타게 되지만 팬오션은 발전·철강회사 등과의 장기 계약으로 운임료를 10년 이상 묶어둬 충격을 피했습니다.

    팬오션은 선박 500척 가운데 300척 이상을 정리하면서도 안정적인 장기벌크선 사업은 끝까지 지켰는데요.

    최악의 불황에도 흑자 순항을 이어간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방만진 연구원/유진투자증권]
    "팬오션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벌크선에 대한 아이덴터티를 가지고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한 게 주효했다…"

    지난 99년 6조 8천억 원의 적자를 봤던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은 핵심역량을 키워 위기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직원 2만 1천여 명을 줄이고 공장 5곳을 폐쇄하며 인건비와 가동비를 줄이는 와중에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 기술력을 키웠고 1년 만에 적자를 벗어났습니다.

    [이현재/새누리당 국회의원]
    "돈 되는 것을 우선 파는 이런 구조조정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산업 위주로 구조조정을 해야 경기가 회복됐을 때 우리 경제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킬 건 지키고 버릴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게 구조조정의 핵심이지만 우리 조선 해운업의 자구책이 핵심기술, 설비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돈 되는 것부터 파는 형식이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재경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