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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살인 빼고 뭐든지" 대행 서비스, 범죄에 악용 우려

[집중취재] "살인 빼고 뭐든지" 대행 서비스, 범죄에 악용 우려
입력 2016-08-14 20:21 | 수정 2016-08-1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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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돈을 받고 하루 동안 결혼식 하객이나 친구, 또 심지어 부모인 것처럼 행동해주는 '역할 대행 서비스' 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든 대행한다는 업체들의 무분별한 영업으로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 남성이 여성의 손을 잡고 주점으로 들어섭니다.

    술자리에선 자연스레 몸을 접촉하고 여성의 친구들까지 살뜰히 챙깁니다.

    [남자친구 대행역]
    "(여자친구가) 좀 도도한 느낌이 좋아요. 카카오톡을 제가 10개 보내면 하나 두 개 보내고 밀당, 거기 제가 넘어갔죠. (그런데 잘 어울린다, 야.)"

    2시간쯤 뒤, 자리를 떠나는 남성에게 여성이 돈을 건넵니다.

    "나쁘지 않게 잘한 것 같죠? (네. 한번 (돈) 세봐요.) 맞겠죠. 괜찮아요."

    이 남성은 남자친구 역할 대행, 일당 15만 원을 받고 모임에 참석한 겁니다.

    [대행업체 사전 통화]
    "연기를 전공했으니까 탤런트 계통이기 때문에 외모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깔끔한 외모?"

    사실을 밝혔지만, 친구들은 쉽사리 믿지 못합니다.

    [의뢰인 친구]
    "이게 연기일 거라고는 정말 눈곱만큼도 생각이 안 들었어요. (다시 당한다고 하면 아실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아뇨. 모를 것 같아요."

    친구의 부탁으로 여성에게 이별을 전하러 왔다는 이 남성은 이른바 '감정 대행' 도우미입니다.

    [이별 통보 대행역]
    "너무 괴로워서 나오기 힘들다고 저한테 대신 말을 좀 전해달라고 해서…. 젊으시니까 좋은 사람 만나시라고….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이 끝나자 손짓으로 동료를 부르더니, 서둘러 다음 대행 장소로 이동합니다.

    과거 심부름센터에서 해오던 역할 대행은 10여 년 전 독립 업종으로 떨어져 나왔습니다.

    20만 원 전후의 비용으로 일상 속의 난감한 상황을 대신해 주면서 이용자와 업체 수가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할 대행업체들이 돈만 주면 사실상 거의 모든 일을 해주고 있어서 사기 같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일부 업체들은 의뢰인의 요청대로 가짜 증명서를 떼주거나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하는 위험한 대행도 서슴지 않습니다.

    모두 사기나 범인은닉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입니다.

    [A 대행업체]
    (다음 주 정도에 경찰에 (진술하러) 나갈 거거든요?) 저희는 뭐 사람 죽이는 거 말고는 다 하니까 걱정 마시고. (증인) 한 분당 25만 원이거나 50만 원, 이렇게 도우미분들 연기력이나 경력에
    따라서 A등급 B등급 나눠지거든요."

    [B 대행업체]
    "(취직을 했다고 얘기를 해야 되는데 재직증명서를 뽑아주실 수 있는지….) 예, 가능해요. ((상대방이) 회사에 연락을 해보겠다고….) 저희가 다 해드릴 수 있어요."

    최근에는 전문 연기자를 쓰고 의뢰자와 사전에 철저히 말을 맞추는 등 수법도 더욱 치밀해지고 있습니다.

    [어머니 대행역]
    "(들킬 뻔하거나 이런 적은 전혀 없으세요?) 네. 남자친구는 서울에서만 계속 있었어? (네.) 그럼 지방대를 좀 파는 게 낫겠다. (어머니가) 지방대 교수로 있다가 (몸이) 힘들어서 그냥 그만두고 현재 쉬고 있다고…."

    여자친구 대행을 빌미로 성매매나 데이트 범죄가 발생할 우려도 높습니다.

    위장한 취재진이 대행 서비스를 신청한 남성을 따라가 봤습니다.

    [역할대행 이용자]
    "마음 오픈하고 그냥 재밌게 놀자고…. 그냥 화끈하게 노는 애들이 낫지. 막 빼고 이런 애들 너무 싫더라고요."

    도착한 곳은 한 워터파크.

    밤이 깊어지며 신체 접촉의 농도가 진해지더니 은밀한 제안을 해 옵니다.

    "제가 이번에 거의 한 달에 4천만 원 썼다, 유흥으로. 어두워진 것까진 좋았는데 조금 아쉽다. 오늘은 서울 가서 술 한 잔 딱하고 그렇죠? 아니면 내 비서로?"

    현재 영업 중인 역할대행 업체는 2백여 개, 선두권 업체들은 각 수십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곤란함을 돕는다는 서비스가 범죄의 도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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