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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취업난에 기숙학원으로 몰리는 취준생들

[앵커의 눈] 취업난에 기숙학원으로 몰리는 취준생들
입력 2016-08-29 20:37 | 수정 2016-08-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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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휴대전화 금지, 이성교제 금지, 유흥 금지.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규칙 같은데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기숙 학원의 규칙입니다.

    대학 입시생도 아닌데, 무슨 기숙학원이냐…. 하실 텐데요.

    공무원을 꿈꾸는 이른바 '공시족'이 25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요즘 인기라고 합니다.

    어떤 곳인지, 나세웅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현재 시각 여섯 시 삼십 분, 전원 기상하기 바랍니다."

    기상을 알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취업 준비생들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안에 있는 사람 안 돼. 나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수험생부터 마흔을 넘긴 장수생까지, 4백여 명이 합숙을 하며 공부하는 공무원 시험 학원입니다.

    160여 개의 CCTV가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수험생들의 생활을 감시합니다.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은 금지, 외부와 연락하는 수단은 공중전화뿐입니다.

    [박병권/공무원 준비생]
    "불편하긴 한데 아무래도 그런 시간을, 뺏기는 시간에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성과 대화하거나 교제하다 걸리면 벌점을 받게 되고, 여러 번 반복되면 퇴소 조치됩니다.

    [김정완/공무원 준비생]
    "이성교제를 하다 보면 만나고 싶고 약간 의지하고 싶은 기분이 드니까... 혼자만의 의지로 공부하고 싶어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밤 11시 야간 점호를 할 때까지 군대를 방불케 하는 철저한 통제 속에 정해진 학습 시간표를 따라야 합니다.

    경찰관, 소방관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학원 안에서 체력 훈련까지 받습니다.

    [김재규 원장/공무원 기숙학원장]
    "환경에 적응만 잘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반드시 합격을 할 것으로 저는 확신하고."

    외박은 한 달에 고작 한 번,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자처하는 건 그만큼 취업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권현수/공무원 준비생]
    "빨리 합격해서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많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 앵커 ▶

    취업 준비생 다섯 명 중 두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죠.

    경쟁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요,

    올해 하반기 대기업들의 채용 계획을 보니, 지난해보다 또 10%가 줄었습니다.

    영어는 기본이라는데,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긴 어렵죠.

    그래서, 토익 시험을 위한 기숙학원에도 수험생들이 몰린다는데요.

    박영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생을 건다, 할 수 있다"

    똑같은 단체복을 입은 수험생들이 강사를 따라 구호를 외칩니다.

    학생들끼리 친분을 쌓지 못하도록 이름 대신 번호로 서로를 부르게 합니다.

    [모수민 /토익 기숙학원생]
    "번호로 불러야죠. 서로 거의 얘기를 하면 안 돼요. 이름을 알기 시작하면 서로 더 얘기하고 싶어지고 그렇게 되니까."

    단어 외우기, 강의, 모의시험, 자습.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뺀 15시간 동안 감독관의 감시 아래 공부를 하도록 생활이 짜여 있습니다.

    지문으로 드나드는 시간, 지각, 결석 모두 철저히 관리됩니다.

    [임정섭 원장/토익 기숙학원장]
    "젊은 나이에 자기 자신을 살짝 통제해주면서 더 큰 성과가 나중에 나올 텐데 왜 포기하지 않겠습니까?"

    ◀ 앵커 ▶

    조금 비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오죽하면 저럴까... 이해가 됩니다.

    취업에 대한 걱정이 크다 보니, 요즘 '부산행'이란 공포 영화를 패러디해 '취업행'이란 현수막이 대학가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대학 3학년부턴 취업 스트레스로 죽어난다는 뜻에서 '사망년'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 앵커 ▶

    취업설명회에 모인 사람들 보이시죠.

    정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합니다.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기도 하고, 뒤에 서 있기도 한데요.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필기를 하고, 사진도 찍습니다.

    내일(30)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이번 주 LG전자와 SK, 이어 롯데, 삼성 등 대기업들 채용 일정이 시작되는데요.

    채용 절차가 다양해진 만큼 취업 전략도 중요해졌습니다.

    신정연 기자가 분석해드립니다.

    ◀ 리포트 ▶

    우선 자기소개서는 정형화된 틀을 피해야 합니다.

    진부한 표현이나 지어낸 듯한 부풀려진 경험은 감점 요인입니다.

    [장무정 인재채용팀장/현대자동차]
    "입사지원서에는 여러분들이 진짜 고민했던 부분을 적는 것이고...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그 친구가 좀 더 훌륭해 보이거나 능력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해당 직무와 관련한 능력이나 경험은 자세히 기재하는 게 좋습니다.

    이수 과목, 인턴십, 대내외 활동이 해당됩니다.

    [변지성 홍보팀장/잡코리아]
    "직무 분야를 명확하게 설정을 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기에 따른 경력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지원자와 비교해 학교 성적이나 영어 점수 등 이른바 스펙이 부족하다면 상품 개발안이나 영업 전략 제안서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기업 전형을 공략하는 게 유리합니다.

    [금빛나/롯데백화점 인사팀]
    "스펙이란 부분을 전혀 보지 않고 당사의 이슈에 관련된 주제를 드리고, 거기에 대한 전략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취업 준비생 65만 명, 취업 문턱 넘기가 참 힘듭니다.

    어렵게 첫 직장을 구해도 평균 1년 반 만에 다시 취업 전선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단 얘기일 텐데요,

    일자리 창출, 말로만 할 게 아니라, 보다 안정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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