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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어민·선주 '갈등', 금어기 없어 씨 마른 주꾸미

[앵커의 눈] 어민·선주 '갈등', 금어기 없어 씨 마른 주꾸미
입력 2016-10-03 20:35 | 수정 2016-10-0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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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가을철, 서해 앞바다에서는 주꾸미 낚시가 한창입니다.

    하루에 수백 척의 배가 몰린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꾸미를 둘러싸고 바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유충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토요일 새벽 4시.

    어둑어둑한 천수만 항구에 사람들이 몰립니다.

    손에는 하나같이 아이스박스와 낚싯대가 들려있습니다.

    주꾸미 낚시를 가는 겁니다.

    (목표 몇 마리예요?)
    "오늘 배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한 2백 마리?"

    아침 6시, 동이 트자, 정박해 있던 2백여 척의 낚싯배들이 줄지어 항구를 떠납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천수만,

    인근 항구에서 모여든 수백 척의 낚싯배들이 새까맣게 모여 있습니다.

    방향을 틀어도 온 바다에 낚싯배입니다.

    20명 정도가 타는 선박에서 작은 보트까지..

    수천 명의 낚시꾼들이 주꾸미를 잡습니다.

    "주꾸미 왔어!"

    미끼를 던지자마자 주꾸미가 올라옵니다.

    한 번에 2,3마리씩 걸리기도 합니다.

    "쌍걸이, 두 마리"

    가을철 짝짓기를 하려는 습성을 이용해 물고기 모양의 미끼를 매답니다.

    반나절 낚시에 한 사람이 2,3백 마리를 잡았습니다.

    이 광경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 바로 어민들입니다.

    어민들의 수확기는 봄철, 줄에 소라껍데기를 매달아 산란하러 들어온 주꾸미를 잡아올립니다.

    그런데, 가을 낚시꾼들이 닥치는 대로 주꾸미를 잡다 보니, 정작 제철인 봄엔 씨가 마른다는 겁니다.

    [김영규/서천서부어업민 연합회장]
    "요만한 주꾸미 새끼를 다 잡아 죽이니 전국에서, 인천에서까지 다 여기 내려와요. 수백 척이 바다에서 그 짓을 하니.. 이게 진짜 어민들이 피를 토하고 죽을 노릇이지."

    하지만, 낚싯배 선주들은 어민들이 봄철 알을 밴 주꾸미를 잡아 개체 수가 준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조재용/충남어업인낚시연합회 회장]
    "알 주꾸미를 좀 덜 잡으시면 자원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산란을 해야 개체 수가 늘어나는데 산란을 하는 것이 자꾸 줄어들다 보니까."

    갈등이 커지자 충청남도가 산란기인 5월의 절반과 낚시 성수기인 9월의 절반을 금어기로 지정하자고 중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극렬한 반대에 협상은 무산됐습니다.

    [김중환/충청남도 어업지도팀장]
    "어쨌든 간에 자원이 감소된다는 것은 양측 다 인정하고 금어기를 설정 해야 된다는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 앵커 ▶

    금어기.

    물고기나 조개, 해조류를 보호하기 위해 잡지 못하는 기간을 정하는 건데요,

    대개 1년 중 2달 정도입니다.

    서해 대표 어종을 보면요,

    대하가 5월에서 6월, 낙지가 6월 한 달, 꽃게가 6월 하순에서 8월 중순, 키조개는 7월과 8월입니다.

    그런데 주꾸미는 1년생인데다, 그동안은 워낙 흔해서 금어기가 없었던 것인데, 상황이 바뀐 거죠.

    ◀ 앵커 ▶

    최근 5년간 주꾸미 생산량을 보면요, 이렇게 줄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꾸미 가격은 오르겠죠.

    그 틈을 타 베트남산을 비롯한 값싼 수입 주꾸미는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다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곳, 서해뿐이 아닙니다.

    제주도에선 해녀와 스쿠버 다이버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제주 서귀포항 앞바다,

    해녀와 스쿠버 다이버들 사이에 고성이 오갑니다.

    바다로 들어가는 입구를 해녀들이 시설물로 막아놓은 탓입니다.

    [다이버]
    "물에 들어가는데 지금 불법으로 막고 있는 거 아닙니까."

    해녀들은 마을 공동어장으로 돼 있는 바다를 수백 명의 스쿠버 다이버들이 헤집고 다니며 파괴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주 해녀]
    "들어가면 돼요? 해녀들 바다인데 그게. 양식장 해놓고 온갖 소라들은 다 있는데, 바다가 다 파괴되잖아요. 하루에 몇백 명씩 오니까."

    다이버들은 합법적으로 신고까지 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여름 성수기 장사도 망쳤습니다.

    [다이빙 장비 대여업체]
    "젖어있어야 할 장비들이 말라있고.. 그냥 한숨만 나오는 거죠."

    제주도의 중재에도 양측의 입장은 완강합니다.

    [김원진/제주 해양수산과장]
    "(해녀들이) 내가 저 바다에서 다 수산물 채취해서 아들 키우고 한 내 땅이다. 내꺼다. 그런데 엉뚱한 사람이 와서 헤집고 다니는데 그걸 그냥 놔둘 수가 있느냐 그런 거죠."

    [김성일/제주도 스쿠버다이빙연합회 회장]
    "거의 끝났다고 보고 내년 1월에 가서 우리 연합회에서 다시 한 번 우리가 모여서 절충을 해야죠. 너무 많이 손해를 봤기 때문에"

    ◀ 앵커 ▶

    바다에서 삶을 꾸려가는 어민이나 해녀,

    낚시꾼이나 다이버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선주나 상인들,

    양쪽 모두 생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쉽게 물러서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바다가 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란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미래까지 내다보는 상생의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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