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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지방소멸' 아이들 없어지고, 고향이 사라진다

[앵커의 눈] '지방소멸' 아이들 없어지고, 고향이 사라진다
입력 2017-01-02 20:37 | 수정 2017-01-0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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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방소멸'.

    장관까지 지낸 한 일본 학자의 책 제목입니다.

    2040년이면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896개, 절반 정도가 기능을 상실한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이 살지 않아서인데요.

    심지어 수도인 도쿄가 축소돼 국가가 위기에 놓인다고까지 전망합니다.

    ◀ 앵커 ▶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방이 무너지는 우리는 어떨까요?

    나세웅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93가구가 살던 마을엔 이제 28가구만 남았습니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었습니다.

    "아들 셋. 세 아들을 키웠어요."

    사진 속 가족들이 덮었을 이불, 낡은 살림살이만이 가족이 떠난 빈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선병금(87세)/마을 주민]
    "자녀들은 모두 객지로 나가고 이사 가고 노인들 다 모두 돌아가시고 그러니까…."

    30년 가까이 고향 풍경을 담은 토박이 작가의 사진입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이, 또 할아버지 손을 잡은 손자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지금은 노인들뿐, 아이 뛰노는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마동욱/사진작가]
    "우리들이 살았던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거든요. 이 마을은 80대, 90대거든요. 그 노인 양반들, 나를 알아주고 기억해 줄 분들이 그분들밖에 없어요."

    26년 전 문을 닫은 초등학교 운동장은 파밭이 됐습니다.

    교실은 아이들 대신 소들이 차지했고, 교무실엔 농기구가 쌓여 있습니다.

    폐교 당시 학생을 넘겨받았던 이웃의 초등학교, 1학년 6명, 2학년 2명.

    전교생이 32명으로 이제 이 학교도 통폐합 권고 대상입니다.

    손님이 끊긴 문방구, 팔리지 않는 학용품엔 먼지만 쌓여갑니다.

    [서정현/장흥 안양초등학교 교감]
    "첫째 일자리가 없고요. 그리고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서 도시나 읍으로 많이 이사를 갑니다."

    ◀ 앵커 ▶

    국내서도 일본과 비슷한 연구가 나왔습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성 인구와 노인 인구의 비중을 따져 소멸위험지수를 만들었습니다.

    젊은 여성보다 노인이 2배 이상 많은 지역은 한 세대, 즉 30년 안에 인구가 뚝 떨어진다고 봤는데요.

    무려 1,383개 읍·면·동이 소멸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위기를 겨우 면한 지역도 애 낳을 곳조차 없어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합니다.

    유충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임신 6개월의 21살 어린 신부, 산부인과를 가려면 차로 1시간을 가야 합니다.

    [함영진/팜 티 시엔]
    "이 근방에서는 여기 하나밖에 없어요, 포천지역에. 철원 지역에는 하나도 없고…."

    갑자기 진통이 온 임신부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의사는 단 1명.

    24시간 대기인 셈입니다.

    [고영채/포천의료원 산부인과 과장]
    "충분한 서비스를 못 해드려요. 왜냐하면 적자 폭이 좀 크기 때문에 충분한 인원을 확보 못 하고 있죠."

    아이를 받으려면 분만실과 신생아실은 물론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수술실까지 갖춰야 합니다.

    1년 인건비만 최대 7억 원.

    유지비가 크다 보니 애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크게 줄어, 강원도 철원 등 38개 시·군엔 분만실이 한 곳도 없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산모가 쉴 시설도, 아이를 돌볼 공간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정빈/임산부]
    "사실 애 낳고도 산후조리원까지 가는 데 한 1시간 걸려서 가요."

    [윤사랑/아이 부모]
    "키즈 카페도 그렇고 특히 병원 같은 경우는 많이 없으니까…."

    ◀ 앵커 ▶

    소멸 위기 지역에는 부산의 자치구 두 곳도 새로 포함됐습니다.

    인구 급감이 시골 마을뿐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시급한 문제라는 겁니다.

    젊은이들도 많이 살고 병원 같은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지만, 정작 아이를 낳아 키우기 쉽지 않다는 엄마, 아빠들의 얘기를 신정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학원 강사였던 방미혜 씨는 9년 전 첫 아이를 가지면서 일을 그만뒀습니다.

    육아 휴직은 쓸 수 없었습니다.

    [방미혜]
    "휴직이라고 하면, 강사 같은 경우는 그냥 다른 강사로 대체되는 거죠."

    작은 연구소에 다니던 김 모 씨도 육아휴직을 쓰는 대신 직장을 나와야 했습니다.

    [김 모 씨]
    "7년이 넘게 일을 했던 회사인데, '복직은 힘들다.'라고 표현을 하셨고…."

    경력 단절 여성 205만 명의 절반은 육아와 임신, 출산으로 일을 그만뒀습니다.

    [김 모 씨]
    "둘째를 낳는다면 회사는 그냥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빠 육아 휴직 역시 회사가 허락하지 않거나 지방 발령 등으로 불이익을 주기도 합니다.

    사업주를 처벌하는 조항은 있지만 불이익을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태준 노무사/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절대로 당신이 육아휴직을 썼기 때문에 (지방 좌천) 발령을 이런 식으로 낸다고 그렇게 얘기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업무상 필요 때문에 발령한다고 한다…."

    ◀ 앵커 ▶

    한 사내 커플 맞벌이 부부의 얘기인데요.

    아이가 두 살까지는 엄마가 휴직했고, 이번엔 아빠 차례.

    6개월째 육아 휴직 중입니다.

    법에 정해진대로만 했을 뿐인데, 예정에 없던 둘째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이승진/롯데백화점 근무]
    "커리어 상 1년을 쉬게 되면 '나한테 어떤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둘째를 낳게 되더라도 육아휴직을 또 하고 싶을 정도로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젊은 엄마, 아빠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물어봤습니다.

    바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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