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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M출동] 반복되는 곗돈 사기, 왜 계속되나?

[현장M출동] 반복되는 곗돈 사기, 왜 계속되나?
입력 2017-01-07 20:24 | 수정 2017-01-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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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 강남 부유층의 신분증이라고도 불렸던 빨간 수첩입니다.

    황금색 '복' 자가 큼지막하고 열어보면 그 시절 덕담으로 유행했던 "부자 되세요"가 눈에 띕니다.

    2000년대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귀족계, '다복회' 장부입니다.

    당시 곗돈 수백억 원을 빼돌렸던 계주가 비슷한 계를 운영하다가 또 경찰에 붙잡혔는데, 부유층뿐만 아니라 서민들도 계가 깨져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덕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8년 서울 강남에서 고위 관료나 연예인 등을 상대로 300억 원 넘는 곗돈을 받아 가로챈 계주 윤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일명 다복회 사건입니다.

    하지만, 징역을 산 뒤 출소한 윤 씨는 또 비슷한 계를 운영하다 지난 2일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계원들이 곗돈을 못 받았다고 신고했는데 9년 전과 운영 방식도 비슷했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
    "그때그때 낙찰받을 사람을 선택하는 게 낙찰계고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는 게 번호계(인 거죠)."

    작년 7월 70대 계주가 상인 절반 넘는 60여 명의 곗돈 14억 원을 들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던 서울의 한 전통시장.

    [이삼례/곗돈 사기 피해상인]
    "설 때 하루 쉬고 추석 때 하루 쉬고 그렇게 해서 돈을 1천 원도 못 써보고 (맡겼는데) 떼인 거예요."

    계주가 구속되고 동네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었지만 시장에선 또 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1만 원, 2만 원씩 자유롭게 내면서 많게는 원금의 25%까지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 보니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최 모 씨/곗돈 사기 피해상인]
    "은행 이자는 별로 없고…. 장사하면 맨날 목돈을 만질 수 없으니까…. 걱정은 되는데 또 하던 거니까."

    계주가 모은 회원들이 일정액을 적립해 순서대로 목돈을 타 가는 계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문제는 깨질 경우입니다.

    계주가 회원과 돈 관리를 도맡다 보니 계가 깨지기 전까지는 회원들은 눈치를 채기 어렵습니다.

    넉 달 전 서울의 이 지하상가에서도 상인 수십 명이 15억 원의 곗돈을 꼼짝없이 날렸습니다.

    [지하상가 상인]
    "돌려막기 하다가 계를 못 태워주니까 거기서 의심하다가 이렇게 터졌더라고요."

    하지만, 계주가 사라지면 잡기도 쉽지 않고, 붙잡아도 곗돈은 다 날리는 게 보통입니다.

    법으로 보호받을 길이 사실상 없는 겁니다.

    [서성민/변호사]
    "개인의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금융기관과 같이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금리 시대, 친분과 신뢰,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으려는 심리를 악용한 곗돈 사기는 더 기승을 부릴 수 있습니다.

    [오 모 씨/곗돈 사기 피해상인]
    "(내가) 계주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계산을 해 보니까 열심히 하지 않고 사기를 안 치면 이익이 없더라고요."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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