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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눈] 원룸에 2층 구조까지, 진화하는 '한옥'

[앵커의 눈] 원룸에 2층 구조까지, 진화하는 '한옥'
입력 2017-02-27 20:36 | 수정 2017-02-2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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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의 전통 주거공간인 한옥.

    멋스럽죠?

    한번 살아보고 싶긴 한데 춥지 않을까,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게 됩니다.

    ◀ 앵커 ▶

    한옥 특유의 장점은 살리면서 현대식의 편리함을 담아냈다면 어떨까요.

    진화하는 한옥의 모습부터 보시죠.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은평 한옥마을.

    대지의 절반 이상을 마당으로 꾸미고 89제곱미터, 27평에만 집을 지었는데 3대 다섯 식구가 살기에 전혀 비좁지 않습니다.

    지하는 근사한 서재로 꾸몄고, 2층에는 두 자녀의 방을 만들었습니다.

    2층 양끝에 방을 만들고 가운데를 비워, 집 안 어디서든 천장의 서까래와 대들보를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배윤목/2층 한옥 주인]
    "아파트에서 살 때는 쇼핑을 간다든지 외식을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한옥에 살면서는 이 공간 자체를 즐기고..."

    상가가 아닌 2층 주거용 한옥이 가능해진 건 난방 문제가 해결된 덕분입니다.

    [정태도/서울한옥지원센터 한옥건축명장]
    "2층에는 온돌을 놓기가 어려웠어요. 난방이라든가 단열 좋은 소재가 와서 새로운 기술들이 접목되니까..."

    59제곱미터, 18평 작은 땅에 9평 남짓 규모로 지어진 한옥.

    한옥 하면 몇 대가 함께 사는 큰 집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혼자 사는 원룸 한옥입니다.

    침실과 주방, 화장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디귿 배치를 택했고, 한쪽 천장 높이를 높여 다락을 만들었습니다.

    집 가운데에는 가로 2.7미터, 세로 2.1미터의 작은 뜰까지 둬 처마 사이로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송문숙/원룸 한옥 주인]
    "창호를 닫았을 때 열었을 때 다르고 다락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봤을 때가 다르고 공간이 조금 다채로워졌어요."

    ◀ 앵커 ▶

    근사해 보이기는 하는데, 건축비가 부담이죠.

    요즘은 기둥과 대들보를 목수가 일일이 손으로 깎아서 제작하던 예전 방식이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 재단한 목재를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공법이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건축비는 3.3제곱미터당 700만 원 안팎으로 전통 방식보다 30~40% 싸고 공사 기간도 절반 수준입니다.

    벽에 흙만 바르는 대신 숯과 나무를 섞고 단열재를 사용해, 취약했던 단열기능도 아파트에는 못 미치지만 양옥 수준까지 개선됐습니다.

    ◀ 앵커 ▶

    전국에 들어선 한옥은 지난 2008년 5만여 채였는데요.

    빠르게 늘어 지난해 20만 채를 넘어섰습니다.

    전국적으로 한옥마을 조성 바람도 뜨거운데요.

    지자체마다 조례를 제정하고 금융 지원까지 해가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옥 6백여 채가 옹기종기 자리한 전주 한옥마을.

    흙담이 이어진 골목골목, 매끈한 곡선을 뽐내는 추녀 앞에서 한복을 곱게 빼입은 관광객들이 추억을 담습니다.

    [황효진]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즐거운 것 같아요."

    대부분 근대 한옥들로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며 고유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큰 매력입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 수는 3년 새 2배로 늘어, 지난해 1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연간 매출액은 1,234억 원, 하루 평균 3억 원 넘게 벌어들이며 지역경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안동으로 도청을 이전한 경상북도는 새 청사를 한옥형으로 건립한 데 이어, 전주 한옥마을보다 더 큰 규모의 한옥촌 조성을 계획하고 부지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황보석/경북도청 한옥진흥담당]
    "하회마을을 비롯한 경북도의 주변 문화유산과 도 신청사 견학을 연계한 관광명소로 자리 매김..."

    세종시도 신도시에 50동 규모의 한옥마을 조성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분양에 나섰습니다.

    강릉시는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오죽헌 부근에 숙박용 한옥촌을 조성했습니다.

    현재 한옥 지원과 관련한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전국 59곳.

    1%대 저리 융자는 물론, 신축 때 1천만 원에서 최대 8천만 원을 보조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 앵커 ▶

    우리 전통을 알리는 한옥마을이 늘어나는 건 바람직하지만요.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혈세를 낭비하거나 상업적으로만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박충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인천 센트럴공원 가운데 위치한 송도 한옥마을.

    시민과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3년 전 인천시가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전통 체험공간이나 공연 시설은 없고, 외관만 한옥으로 지어진 호텔과 고깃집, 카페 같은 상업 시설만 성업 중입니다.

    [김혜경/지역 주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공연시설이 들어서는 걸로 주민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완공이 돼서 보니까 약속했던 부분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은평 한옥마을은 대량 미분양 사태가 났다, 2년 2개월 만에 겨우 다 팔렸습니다.

    SH 공사가 부지 조성에 들어간 비용보다 3.3제곱미터당 200만 원 넘게 손해를 보고 헐값에 판매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수백억 원을 날린 셈입니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단순 홍보용이나 체험용 한옥마을을 조성했다가 관광객이 거의 없어 유지비용만 들어가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김왕직/명지대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
    "체험형은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오리지널한 한옥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을 수가 없어요. 정주형 모델로 마을이 개발되어야 하지 않을까..."

    ◀ 앵커 ▶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100여 곳의 한옥마을을 지정한 전라남도의 경우, 최근 10년간 900억 원 가까이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민박과 체험행사 등 한옥을 통해 거둔 소득은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수만 늘리기보다는 고유한 특색을 살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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