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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릭] 고객 이탈 막으려…욕받이 자처, '해지 방어'가 뭐기에

[이슈클릭] 고객 이탈 막으려…욕받이 자처, '해지 방어'가 뭐기에
입력 2017-03-17 20:31 | 수정 2017-03-1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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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일명 해지방어팀에 소속된 직원의 하소연입니다.

    "참 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하는 허탈감이 많이 옵니다."

    다른 인터넷이나 IPTV업체로 갈아타겠다는 고객을 각종 혜택을 미끼로 붙잡는 게 업무인데요.

    고객 응대하랴, 실적 경쟁까지, 이중, 삼중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임경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초고속 인터넷 상품을 파는 업체에서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현재 가입 중인 통신사에 해지 요청을 하면 혜택을 줄 거라면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통신업체 영업직원]
    "'나 이거 해지할 거다', '딴 데로 갈아탈거야'. 어떻게 보면 반협박을 하는 거죠. 해지방어라고 그러거든요? 상품권을 준다든가 아니면 (가격을) 내려준다든가 이런 식으로 갈 거예요."

    이른바 '해지방어' 해지를 원하는 고객들을 설득해 이탈을 막는 업무를 업계에서 부르는 말입니다.

    유무선 통신 결합 상품의 경우 서비스 내용과 가격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다른 업체에서 상품권 등 혜택을 제공하면 빠져나가는 고객이 많습니다.

    이를 막는 게 해지방어팀의 몫입니다.

    거친 말을 듣는 건 다반사.

    [통신업체 관계자]
    "불만이나 안 좋은 마음을 가지고 전화를 주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고객들 자체가 좀 거친 편이세요. "

    상담원들 사이에 '욕받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옵니다.

    [콜센터 해지방어 상담원]
    "'나 해지할 거야'. '장비 언제 가지러 올 거야', (회사에 대한)불만이라든가 요금 비싸고 이런 모든 부분들을 상담사에게 떠맡기는 듯한…."

    가입 권유나 민원 접수 업무에 비해 감정노동 강도가 가뜩이나 높은데 실적 압박까지 크다는 게 업계 얘기입니다.

    전북의 한 통신사 협력업체 콜센터. 석 달 전 이곳 해지방어팀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여고생이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여고생이 일했던 고객센터 책상 곳곳에는 '아임 레드'라는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상담원들은 레드팀, 블루팀으로 나뉘어 하루에 받아야 하는 상담전화 일명 '콜수' 목표치가 있었고, 못 미치면 감점도 받았다고 말합니다.

    통신사 측은 성과급을 주기 위한 거라고 설명합니다.

    [콜센터 관계자]
    "그냥 등급이에요. 더 잘해보자는 의미로 서로 그룹 나눠서 하는 것뿐이에요."

    [숨진 여고생 아버지]
    "그 이유는 알아야 그래도 편히 보내줄 거 아니에요, 뭐 때문에 죽었는가…."

    통신업계는 초고속 인터넷 하나만 해지해도 휴대전화, IPTV까지 줄줄이 이탈하거나 가족 가입자도 빠져나가는 상품이 많아 고객 한 명 한 명에 사활을 거는 상황.

    [통신업체 관계자]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가 됐기 때문에 뺏고 뺏기는 시장이잖아요. 해지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고. 해지방어에 되게 적극적이에요."

    [콜센터 해지방어 상담원]
    "채찍질 같은 그런 느낌? 실시간으로 제가 콜이 몇 개 들어와서 그중에 (해지) 방어를 몇 개 했는지가 확인이 되거든요. (목표가) 채워질 때까지 내 스스로가 안 일어나지게 되는 거예요, 이게 경쟁이 있다 보니까."

    정부가 작년 초 인터넷 해지를 유도하는 등의 간소화 방안을 내놨지만 권고일 뿐 통신사들이 서비스 질 향상이나 가격 인하 대신 해지 방어에만 치중하면서 고객을 붙들어야 하는 상담원과 붙들려야 하는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경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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