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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가장 아픈 병 'CRPS' 장애 인정 못 받아 더 고통

[집중취재] 가장 아픈 병 'CRPS' 장애 인정 못 받아 더 고통
입력 2017-07-06 20:39 | 수정 2017-07-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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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죽음의 고통을 느낀다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 환자들입니다.

    고통을 10단계로 나눌 때 출산이 7등급, 손가락이 잘리는 고통을 8등급이라고 하면 CRPS는 9에서 10등급이라고 하는데요.

    통증에 몸부림쳐도 병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장애 평가 기준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경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응급실로 향하는 택시 안.

    한 남성이 고통을 호소합니다.

    몸속에 삽입된 '척수신경자극기'를 눌러보지만 소용없습니다.

    5년 전부터 통증에 시달리다 2년 전에야 CRPS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벼운 외상만으로도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원인도, 완치 방법도 없는 희귀 질환입니다.

    [조재희/CRPS 환자]
    "칼로 이렇게 싹 베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 거의 매일 와요."

    극심한 고통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김애숙/어머니]
    "엄마한테 아프다고 하는 거 사실은 (그보다) 백 배, 천 배 더 아픈 거야. 근데 내가 엄마 걱정할까 봐. 계속 참으라고 하면 나는 정말 답이 없다."

    11년 전 CRPS 진단을 받고 하반신이 마비된 박정희 씨.

    [박정희/CRPS 환자]
    "너무 아플 때는 정말로 죽고 싶어요."

    지난해 장애 등급을 신청했지만, 정부는 '통증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의학계에서 통일된 판정 기준이 없다'며 장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서상수/변호사]
    "(고통이) 과장됐다거나, 사실과 다르게 '정신적 문제'라거나 이렇게 오해하거나 (인식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의학회가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만들고 지난해 개정판까지 내놨지만 통증 전문의들 사이에서조차 '없을 때가 더 낫다'는 말이 나옵니다.

    개정판 기준으로 CRPS 환자의 장애 등급을 평가해 봤습니다.

    11개 기준 가운데 8개가 동시에 충족돼야 하는데 4개 조건만 해당합니다.

    지난 한 주에만 4번이나 응급실을 찾은 환자지만, 장애를 인정받지 못하는 겁니다.

    [최종범 교수/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동시에 객관적으로 한꺼번에 인정되기는 거의 불가능하죠. (환자 가운데) 열이면 아홉은 거의 (인정이) 안 된다고."

    대한의학회 측은 '통증 장애에 대해 의학계 내에서 합의가 안 됐다'는 입장인 반면 통증 전문가들은 최신 기준이 있는데도, 과거 미국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조대현 교수/대한통증학회 회장]
    "근 20년이 다 된 책자를 가지고 그거를 근거로 해서 (개정판을) 낸다는 것은 학문적인 발전을 이루자는 것인지, 무시하자는 것인지."

    환자들은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극심한 통증'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환자임을 증명해야 할 처지입니다.

    [유승록/CRPS 환자 보호자]
    "국가에 보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복지카드 하나만 장애 (인정) 그거 하나만 해달라는데 이렇게 안 해준단 말이죠."

    국내 CRPS 환자 수는 약 1만여 명에 달합니다.

    MBC뉴스 임경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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