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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학살과 증오의 악순환…로힝야의 비극

무차별 학살과 증오의 악순환…로힝야의 비극
입력 2017-12-28 20:40 | 수정 2017-12-2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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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불에 타고 있는 한 여성의 사진.

    이 사진 속 여성은 미얀마 '민주화의 영웅'이자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학살의 방관자'다, '노벨 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평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그녀는 어쩌다 인종학살의 공범으로 추락하게 된 걸까요?

    그 배경에는 로힝야 사태가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먼저 강나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바동거리는 아이를 높이 들어 올리고 목까지 차오른 강물을 헤치고 나갑니다.

    미얀마 군을 피해 방글라데시 난민촌으로 향하는 로힝야족들입니다.

    지난 8월 미얀마 군은 로힝야족 반군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인종 청소'에 가까운 무차별 학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넉 달 동안 사망한 로힝야족은 1만여 명, 이 가운데 5살 미만의 아이들도 1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탈리 로버츠/국경없는 의사회]
    "무장한 군인들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사람들이 있는 집에 불을 질러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타 죽기도 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은 65만 명.

    하지만 난민촌 역시 또 다른 지옥입니다.

    식수와 음식은 동나고 전염병도 빠르게 번지면서, 128명의 어린이가 디프테리아로 숨졌습니다.

    [지아 울 하크/로힝야족]
    "많은 사람들이 미얀마에서 건너오면서 병들었어요. 그리고 여기 도착한 후에 죽었죠."

    지난달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난민 송환에 합의했지만 지금도 미얀마 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어, 아웅산 수치에 대해 '학살의 방관자'라는 비난과 함께 인종 청소를 중단하라는 국제사회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 기자 ▶

    왜 아웅산 수치는 로힝야사태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는 걸까요?

    이번 사태를 따라가 보면 식민 통치의 그늘과 만나게 됩니다.

    로힝야족이 살고 있는 라카인주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접경지인데요.

    100여 년 전 당시 식민통치를 하던 영국이 지금의 방글라데시 땅에 살던 로힝야족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영국은 로힝야족을 우대하며 미얀마인들을 지배하게 했습니다.

    로힝야족은 영국을 대신해 미얀마인들의 토지와 쌀을 수탈했고, 독립운동을 억압하며, 2만 5천 명의 미얀마인을 학살했습니다.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미얀마는 로힝야족들을 불법이주자로 규정한 뒤, 교육, 의료 등 모든 권리를 빼앗았고, 이에 반발한 로힝야족 반군이 무장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얀마군에 의한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오랜 군부통치 끝에 2년 전 가까스로 민주 정부가 출범한 미얀마는 지금도 국방, 치안, 국경업무의 전권을 군부가 쥐고 있는데요.

    살얼음판 같은 민주 정부를 이끌고 있는 수치는 로힝야족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반감과 이를 이용해 지지세를 넓혀가는 군부, 국제 사회의 압박 속에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여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과연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웅산 수치의 모교인 영국 옥스포드대는 최근 학교에 걸려있던 수치의 초상화를 없앴습니다.

    영국은 수치의 명예시민권을 박탈하는 등 누구보다 수치 비판에 앞장서고 있지만,

    정작 이 비극의 씨앗이 된 자신들의 식민 통치에 대해서는 어떤 반성이나 책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미얀마에 대규모 가스전과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중국은 더 나아가 미얀마 정부를 적극 옹호하는 입장.

    유엔 인권이사회가 추진한 로힝야족 인권 탄압 규탄결의안은 중국의 거부권으로 무산됐습니다.

    미얀마가 중국과 가까워질 것을 우려하는 미국은, 로힝야족 탄압을 '인종 청소'로 규정하면서도, 소극적인 제재에 그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양희/유엔 미얀마 특별인권보고관]
    "인권이라는 것을 먼저 생각해보고…."

    군부의 학살과 수치의 침묵.

    그리고 이익만을 앞세운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로힝야 사태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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